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윤석열 정부 국정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TK) 민심이 심상치 않다. 한국갤럽 10월 4주 조사(22~24일)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직무 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20%로 6주 만에 다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부정 평가는 역대 최고치인 70%였다.
그런데 TK 지역에서 긍정 평가가 26%로 전국 평균 지지율(20%)과 큰 차이가 없었다. 이는 참으로 이례적이고 충격적이다.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은 대구에서 75.1%, 경북에서 72.8% 등 TK에서 73.9% 득표율을 얻었다. 갤럽 조사 결과를 적용하면, 지난 대선 때 TK 지역 투표자(약335만 명) 중 약 160만 명(47.9%) 정도가 윤 대통령에게 등을 돌렸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TK 지역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46%로 윤 대통령 지지율(26%)보다 20%포인트(약1.77배) 높은 디커플링(분리) 현상이 나타났다. 그렇다고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율이 높은 것도 아니다. 지난 4월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TK 지역 선거구 25곳 모두에서 승리했다. 비례대표 선거에서 국민의힘 위성 정당인 국민의미래는 TK에서 60.2%를 득표했다. 그때와 비교하면 한동훈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힘 지지도가 열 달 만에 약 15%포인트 하락했다.
한국갤럽이 2024년 9월 4주(24~26일)에 실시한 장래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는지 물은 결과(자유 응답), 전국에선 이재명 25%, 한동훈 15%였다. 보수의 기반인 TK 지역에서는 한동훈 25%, 이재명 21%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호남에서의 이재명 41%, 한동훈 3%와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다. 한 대표는 최근 "대구경북은 보수정당·우파의 대주주이고 저는 그 보수정당의 대표이자 CEO"라고 했다.
그러나 여론은 한 대표가 아직 TK 민심을 잡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윤 정부가 반환점을 돌기도 전에 TK 민심이 왜 여권에 등을 돌린 것일까? 일각에선 민생 경제가 어려운데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에 갈등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견해가 많다.
실제로 윤 대통령 부정 평가 이유로 가장 많이 꼽힌 건 '경제/민생/물가'(14%)보다 '김건희 여사 문제'(15%)였다. 이는 6주 새 5배 증가한 수치다. 한 대표는 최근 윤 대통령에게 김 여사와 관련해 '대외 활동 중단·대통령실 인적 쇄신·의혹 규명 협조' 등 3대 조치와 특별감찰관 임명을 요구하면서 윤 대통령과 충돌하고 있다. 한 대표는 "제가 대통령에게 반대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하면서 "당 대표로서 그게 맞는 길이라 생각하고, 우리 모두가 사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재명 대표와 대적하라고 뽑아줬더니 야당에는 한마디도 안 하고 대통령 공격하고 여당 내 분란만 일으킨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작금의 TK 민심 이반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능력과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주장(요구)만 하지 말고 설득의 리더십(정치력)을 펼쳐야 한다. 대안만 제시하지 말고 문제 해결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충돌만 하지 말고 포용하고 상호 존중해야 한다. 계파(친윤 대 친한) 힘겨루기에서 벗어나 민생 경제에 매진해야 한다.
김 여사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나오면 TK 민심이 회복될까? 회의적이다. 한국갤럽 조사(10월 15~17일) 결과, 김 여사 특검 도입에 대해 63%가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TK에선 47%에 불과했다. 김여사 공개 활동에 67%가 '줄여야 한다'고 했지만 TK(50%)에선 훨씬 적었다. 이런 결과는 김여사 문제는 보수 텃밭 TK 민심 이반의 핵심 요인이 아니라는 것을 함축한다.
민심 이반의 진짜 이유는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진정 보수를 대표하고, 보수의 가치를 지키고, 강력한 대야 압박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TK와 특별한 연고가 없는 윤·한 두 사람에게 실망하면서 '정서적 일체감'을 갖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일체감이 약하면 지지와 신뢰는 무너지게 된다. 지금 TK에선 경제 발전을 성공시킨 보수의 상징 '박정희 대통령'과 같은 국가 발전의 리더를 타는 목마름으로 기다릴지 모른다. 여권이 보수의 정체성을 확실히 하고, 실력으로 야권을 제압하고, 보수 가치에 기반한 미래 성장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면 TK 민심 회복은 쉽지 않다. 여권은 TK 민심 이탈이 주는 경고를 두려운 마음으로 직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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