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기업 삼성의 위기] 재판 출석만 96회…이재용 리더십 다시 일으켜야

입력 2024-10-23 18:30:00 수정 2024-10-23 20:25:47

과도한 사법적 잣대, 여전히 진행형
회장 취임 후 첫 일정 법원행…사법 리스크에 '경제' 직격탄
창립 이래 총수 구속도 처음
수감→가석방→특사→복귀…강력한 쇄신 타개책 내놔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삼성 부당합병 혐의 관련 2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삼성 부당합병 혐의 관련 2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법 처리 관련 일지. 매일신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법 처리 관련 일지. 매일신문

한국 대표 기업 삼성전자의 위기는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경제안보에도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수년째 이어진 사법 리스크로 이재용 회장이 역량을 발휘하기 힘들었다는 원인 분석이 주류를 이룬다. 기업 총수에 대한 과도한 사법적 잣대가 지금의 위기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AI) 시대 글로벌 경쟁사들과 패권 전쟁을 벌여야 하는데도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혀 경쟁력 저하로 이어졌다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일관된 진단이다.

◆장기간 지속된 사법 리스크

이 회장은 지난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과정에 불법적으로 개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삼성의 경영권 승계 작업 전반에 대한 사안이 법정으로 갔고 이 재판에 관련된 피고인만 14명이며 검찰 수사 기록만 19만 페이지, 증거 목록만 책 네 권에 달한다.

수사가 본격화된 것은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 농단 사태 직후였다. 특검 수사 과정에서 당시 부회장이었던 이 회장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위해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접촉했다는 정황이 알려지면서 부당 합병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이듬해 금융감독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특별감리에 착수해 분식회계 정황이 있다고 밝혔고, 2018년에는 증권선물위원회의 고발로 서울중앙지검의 수사가 시작됐으며 연말에는 삼성물산 본사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2020년 수사는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 승계 문제로 확대됐다. 같은 해 9월 검찰은 이 회장을 비롯한 11명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삼성그룹 10개 계열사를 37회, 임직원 주거지 등을 13회 압수수색했다. 이 회장은 2021년 4월부터 1심 선고일인 올해 2월 5일까지 재판 107회 가운데 96차례 법원에 출석했다. 회장 취임 후 첫 일정도 법원 출석이었다.

◆끝나지 않은 재판

올해 초 1심에서 이 회장을 포함한 피고인 전원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 이재용의 경영권 강화 및 삼성그룹 승계만이 이 사건 합병의 유일한 목적이라 단정할 수 없고, 이재용과 삼성 미래전략실이 합병을 전단적으로 결정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검찰은 해당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항소심 첫 공판은 지난달 30일 열렸고 이날도 이 회장은 법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앞서 항소심 재판부는 올해 11월까지 변론을 종결하겠다고 밝혔지만 사법 리스크 장기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법정 구속으로 실질적인 리더십 공백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국정 농단 사태로 2017년 2월 17일 구속돼 2018년 2월 5일까지 354일간 수감 생활을 했다. 삼성 창립 이래 총수가 구속된 첫 사례였다.

또 2021년 1월 18일 국정 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이 회장은 다시 수감됐고 같은 해 8월 12일 가석방됐다. 이듬해 윤석열 정부가 광복절을 맞아 단행한 첫 특별사면을 통해 복권,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재계에서는 취임 2주년을 앞둔 이 회장이 쇄신을 위한 타개책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법 리스크를 떨치고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삼성전자는 연간 50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명실상부한 제1의 기업이다. 이재용 회장이 그동안 재판에 90회 넘게 출석을 하고 상당 기간 해외 출장에도 제약이 있었다. 사법 리스크로 인한 리더십 공백이 그룹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최고 의사 결정자의 판단이 기업의 명운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을 일류 기업으로 우뚝 서게 만들었던 과감한 결단과 시행력이 다시 발휘됐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법 처리 관련 일지

2015년 9월 1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2016년 6월 16일 부당 합병 혐의 검찰 고발 2017년 2월 17일 이재용 부회장 법정 구속(~2018년 2월 5일) 2018년 11월 20일 증권선물위 '분식 회계 혐의' 검찰 고발 2019년 5월 17일 검찰 분식회계 증거인멸 혐의 삼성 계열사 임직원 2명 구속 기소 2020년 5월 26일 검찰, 이재용 부회장 소환 조사 2021년 1월 18일 이재용 부회장 법정 구속(~8월 12일) 2021년 4월 22일 법원 부당합병 및 회계부정 혐의 1차 공판 이 부회장 첫 출석 2022년 10월 27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취임, 법원 출석 2023년 8월 25일 법원 부당합병 및 회계부정 혐의 100차 공판 2024년 2월 5일 서울중앙지법 이재용 회장 및 임직원 1심 무죄 선고 2024년 9월 30일 2심 첫 공판(현재 진행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