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기업 삼성의 위기] 경영인 족쇄 채우는 배임죄부터 반기업적 정서 묻어나는 정치권 모두 문제

입력 2024-10-23 18:30:00 수정 2024-10-23 20:27:29

경제인협회 등 "국회 발의된 상법개정안 24건 중 19건 지배구조 규제 강화 법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에서 열린 소아암·희귀질환 지원사업단 행사 참석을 마치고 병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에서 열린 소아암·희귀질환 지원사업단 행사 참석을 마치고 병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의 위기는 급격한 산업 변화에 따른 문제를 넘어서 정치적 요인에 의해 촉발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시장적 환경 변화해야

최근 수년간 한국 사회에서 '좌파 주도의 기업 혐오주의'가 확산하면서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들이 기업 본연의 역할과 무관하게 타격을 입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기업의 오너 및 최고경영자의 자율성을 제한하는 과도한 규제와 지나친 사법적 판단 등 반시장적인 환경에 대한 변화 요구가 거세다.

삼성의 지배구조 문제를 지속적으로 비판하며 '삼성 저격수'로 불리는 박용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삼성전자 주식 매수를 밝혔다. 그는 "박용진이 삼성전자 주식을 샀다고 하면 의아해하실 분들이 많겠지만 저는 늘 일관된 입장이었다"며 "이제는 모두가 삼성의 위기를 말하고 삼성전자를 비판할 때 삼성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고 응원을 하려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국가 경제를 뒷받침하고 있는 대기업임에도 '독점적'이라는 비판적 시각이 강해지면서 계속적으로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처럼 대기업에 대해 무조건 비판적인 좌파적 시각으로 인해 기업의 자율적 경영 활동은 계속 위축됐다. 이에 편승한 정치권에서도 지속적으로 반기업적인 법안을 내놨다.

◆과도한 규제에 발목

한국경제인협회 등 8개 경제단체(이하 경제 8단체)는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국회가 기업 지배구조 규제 강화 법안을 다수 발의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경제 8단체는 공동성명에서 "22대 국회 들어 발의된 상법개정안 24건 중 19건이 지배구조 규제 강화 법안이다"며 "해외 주요 선진국들은 세제 혜택, 보조금 등을 통해 기업 지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우리 기업들은 과도한 규제로 발목이 잡혀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표적인 기업 규제 강화 법안으로 이사 충실의무 대상 확대, 감사위원 전원 분리 선임,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을 언급했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확대할 경우, 기업의 신속한 경영 판단을 막아 기업 경쟁력이 저하되고 형법상 배임죄 처벌 등 사법 리스크가 막중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제인협회 등에 따르면 주요 6개국 가운데 한국만 유일하게 형법상 배임 및 업무상 배임에 더해 회사법상 특별배임죄 처벌 규정을 두고,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죄 가중처벌까지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8단체는 "삼성전자가 1983년 반도체 진출 선언 이후 1987년까지 1천400억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했을 때 주주들이 이를 문제 삼아 소송을 남발했다면 지금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반도체의 성공은 없었을 것"이라며 "해외 주요 기업들이 인공지능(AI)을 바탕으로 앞서가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트렌드에 맞지 않는 과도한 규제는 결국 국민 경제에 어려움을 초래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대기업은 대부분 오너 일가가 직접 경영에 개입하는 방식이다. 이는 중대한 기업의 의사결정을 신속히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 "그러나 우리나라는 과도한 처벌로 기업인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