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항해하는 배', 스타십(Starship). 스타워즈, 스타트렉 등 공상과학(SF)물에서 우주선을 대표하는 이름이다. 1971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난 뒤 미국 글로벌 전기차 업체 테슬라를 이끌고 있는 일론 머스크. 어릴 적 TV 시리즈 스타트렉에 푹 빠졌던 그는 민간 우주항공 기업 '스페이스X'를 설립해 만든 역사상 가장 크고 강력한 우주발사체를 스타십이라고 명명(命名)했다. 스타십은 높이 121m, 무게 5천t인 2단 발사체다. 1단은 71m 높이 원통형 동체에 엔진 33개가 장착된 '슈퍼 헤비'라는 이름의 추진체(부스터)다. 2단은 엔진 6개에 날개와 랜딩기어로 대기권에서 제어·착륙이 가능한 발사(비행)체다. 스타십은 1단과 2단을 결합한 우주선 이름이자, 2단 발사체만의 이름이기도 하다.
스타십, 특히 1단 로켓인 '슈퍼 헤비'가 지난 13일(현지시간) 큰일(?)을 냈다. 스타십은 미국 텍사스주 보카치카 해변의 우주발사대 '스타베이스'에서 다섯 번째 시험비행에 나섰다. '슈퍼 헤비'가 지상 65㎞ 지점에서 2단 발사체와 분리된 직후 자세 제어용 엔진을 점화시켜 발사대로 수직 귀환(歸還)하는 믿지 못할 장면을 연출했다. 그동안 분리된 뒤 바다에 버려졌던 1단 로켓을 발사대의 로봇 팔이 공중에서 완벽하게 낚아채는 기술을 구사(驅使), 우주 개발의 새 역사를 쓴 것이다. 2단 발사체도 90분간 시속 2만7천㎞로 145㎞ 상공을 비행한 뒤 호주 해안 목표 지점으로 돌아왔지만, 관심은 단연 1단 로켓의 몫이었다.
지난 5월 '우주항공 강국'을 기치(旗幟)로 출범한 '한국판 NASA', 대한민국 우주항공청(Korea AeroSpace Administration)이 경남 사천에 둥지를 틀었다. 우주항공 분야 컨트롤타워로서 향후 2천 개 이상의 우주 기업을 육성, 전 세계 우주항공 시장 점유율 10% 달성이라는 야심 찬 목표를 내걸고 있다. 또 2030년대엔 재사용 발사체를 스페이스X의 절반 비용으로 만들겠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민간 주도의 우주 산업 생태계 조성을 통해 우리나라를 세계 5대 우주기술 강국으로 끌고 가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청소년기 스타워즈와 스타트렉에 빠졌던 우리 세대가 우주항공청의 깃발을 내세워 '별을 항해하는' 꿈을 이룰 수 있기를 고대(苦待)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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