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공급망에 막강한 영향력…공급망 재편 신중한 접근 필요

입력 2024-10-22 18:30:00

대한상의 SGI '반도체 5대 강국의 수출입 결합도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

미국 성조기와 중국 오성홍기가 나란히 걸려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성조기와 중국 오성홍기가 나란히 걸려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의 압박에도 중국이 반도체 제조 공급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 산하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는 22일 '반도체 5대 강국의 수출입 결합도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미국을 제외한 반도체 강국 간 무역 상호 의존도가 여전히 높아 미국의 우방국 중심 공급망 재편이 빠른 시일 내에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22년 기준 중국은 한국과의 메모리 반도체 수출 결합도가 2.94로 높게 나타났고, 대만과의 시스템 반도체 수출 결합도 역시 1.52로 높았다. 또 수입 측면에서 보면 중국은 메모리 및 시스템 반도체 모두 한국(메모리 2.28, 시스템 2.21), 대만(메모리 1.50, 시스템 1.29), 일본(메모리 1.44, 시스템 2.05)과 상호 보완적인 관계다.

반면 미국과의 메모리 반도체 수출 결합도는 0.62, 수입 결합도는 0.88로 미·중 간 무역은 보완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이 여전히 글로벌 반도체 제조 공급망 허브로서 기능하고 있으며 메모리 반도체는 한국, 시스템 반도체는 대만과 긴밀한 생산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 등 첨단 반도체 기술 부문에서 미국의 우방국 중심 공급망 구축에 협력해야 하지만, 범용 반도체 부문에서는 중국과 관계를 유지해 디커플링(decoupling·공급망 등 분리)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이 범용 반도체 시장에서 점유율을 지속적으로 높여가고 있고, 반도체 수요 시장으로서의 위상 역시 당분간은 유지할 것으로 보여 중국과 협력적 관계를 잘 관리해 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특히 미·중 무역갈등 이후 반도체 부문 공급망 재편을 국내 생태계 강화의 기회로 만들기 위해 정부 주도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전력 공급 등 인프라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박양수 SGI 원장은 "미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우방국 중심 공급망 구축은 더욱 강화되고 범용 반도체까지 디커플링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 기업이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도록 첨단 산업 투자에 대한 보조금 지급이나 직접 환급 등 재정 지원 조치를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수출입 결합도=양국 간 무역 연계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수치가 1보다 크면 양국의 무역 관계가 상호 보완적이라는 뜻이다. 반대로 1보다 작으면 무역 보완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