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병은 아트리움모리 큐레이터
지역에 존재하는 각 구의 문화재단은 그곳의 문화적 방향성을 대변하고 이끌어간다. 각 지역이 가진 소재를 활용해 문화 콘텐츠를 제작함으로써 지역민의 문화 향유를 돕는 것을 목적으로 운영된다. 대구에도 지역의 정체성을 문화로 더욱 풍부하게 브랜딩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내는 다수의 문화재단이 운영되고 있다.
지역민을 위한 다양한 전시와 공연을 개최하는 각 구의 재단들을 모두 방문해봤을 때 무엇보다 아트센터의 위치와 접근성이 중요하게 생각되는데 동구문화재단의 아양아트센터는 많은 재단들 중에서도 무척 좋은 입지에 자리 잡은 곳 중 하나다.
동구문화재단의 아양아트센터는 아름다운 금호강변에 위치한다. 바로 옆에 위치한 동촌유원지 역시 145만여 ㎡의 여유로운 규모로 오래전부터 대구 시민에게 사랑받는 휴식 공간이었다. 해맞이 다리, 오리배, 각종 체육 시설, 잘 가꿔진 자연환경과 주변으로 조성된 부족함 없는 상업시설들로 언제나 시민들로 북적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여유를 즐기기 위해 유원지를 찾은 시민들이 무료로 개방되는 전시실을 편안히 찾거나 예매해둔 공연을 보기 위해 아양아트센터로 걸음하는 일은 이곳에서 흔한 풍경이다.
이처럼 구민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위치에 전시장, 공연장이 위치하는 것은 재단의 운영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다. 특별한 날, 거창하게 시간 내어 찾아야 하는 문화시설이 아니라 그야말로 일상 속에 존재하는 시민을 위한 문화시설인 셈이다.
아양아트센터의 전시 공간인 아양갤러리는 430㎡으로 널찍하게 자리해 재단의 다양한 기획전과 대관전을 수용한다. 지역 문화 발전이라는 비전을 가진 재단의 전시장은 미술관, 갤러리와는 다른 방향성을 가지고 운영된다. 특히 지역 예술가를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발굴하는 일이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들을 지키는 일이 곧 지역의 문화적 근간을 보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아양아트센터 아양갤러리는 현재 지역 예술가인 문상직 작가를 주목하는 초대 개인전 '지금 우리는'을 개최 중이다.
작가 문상직은 동구에 거처를 두고 오랜 세월 작업을 이어오는 지역의 저명한 원로 예술가로, 이번 개인전에서 작가의 지난 작품 30여 점과 최근 작품 20여 점을 함께 전시함으로써 그의 작업 세계가 변화해 온 과정들을 고스란히 살펴볼 수 있다. 1990년대에 그려진 소녀의 모습을 담은 초기 작품부터 2000년대에 이르러 지금의 문상직 작가를 대표하는 평온한 양 떼 풍경을 작품에 담아내기까지, 작가가 수십 년 걸어온 길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귀한 기회다.
그림의 배경으로 겹겹이 겹쳐지는 능선의 간결한 선과 은은하게 이어지는 색감은 특정한 장소를 표현하지 않고도 화면 속에 깊은 공간감을 만들어 내며 특유의 몽환적이고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또한 많은 동물 중 인간에게 친숙한 이미지로 자리 잡은 양을 모티브로 해 그들이 무리 지어 어딘가로 향하거나, 때로 마주 보고 소통하는 듯한 디테일한 모습으로 전체적으로 평온한 작품의 이미지 안에서 양들의 존재로 인해 고요함 안에서도 동적인 리듬감이 만들어진다.
이처럼 오랜 세월, 우리 지역에서 활동해온 예술가의 깊이 있는 작품을 전시를 통해 만나보는 것은 지역민으로써 문화적 긍지를 가지게 한다. 또한 양질의 전시는 작가에게 다음 작업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와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양가적인 효과를 가진다. 어쩌면 지역민에게 지역 예술가의 존재가 당장 우리 동네에서 탄생한 '금메달 올림픽리스트' 만큼의 임팩트를 가지지 못할지라도,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재단은 더욱더 지역의 예술가를 소개하고 지원하는 일에 힘써야 할 것이다. 내가 터를 잡고 거주하는 이곳을 문화로 더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애쓰는 지역의 모든 문화재단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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