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경제] 헬시 플레저에 인기 끄는 '제로'…'콜라부터 아이스크림까지 제로시대'

입력 2024-10-20 18:30:00 수정 2024-10-20 19:43:56

제당 업계 불어 닥친 감미료 주도권 경쟁

코카콜라 제로와 뉴진스 콜라보 영상 화면. 코카콜라 코리아 유튜브 캡처
코카콜라 제로와 뉴진스 콜라보 영상 화면. 코카콜라 코리아 유튜브 캡처

최근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제로'(ZERO) 문구가 쓰인 식음료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건강을 추구하는 동시에 즐거움을 놓치치 않는다는 의미) 트렌드 확산에 힘입어 기존에 전통적으로 사용하던 설탕 대신 단맛을 내는 알룰로스, 스테비아, 아스타팜 등 감미료로 칼로리를 대폭 낮춘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음료부터 아이스크림도 '제로'

최근 편의점 음료 냉장고를 살펴보면 가장 눈에 띄는 제품이 제로 음료다. 건강을 즐겁게 관리하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트렌드 확산에 따라 제로 식음료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편의점 냉장고에 눈길이 가장 많이 가는 높이에 제로 음료가 진열돼 있고, 늘어난 수요에 발맞춰 고객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각종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한다.

제로칼로리(Zero Calorie)는 100ml당 4kcal 미만, 100ml당 20kcal 미만인 경우에는 로우칼로리(Low Calorie) 음료로 구분하고 있다.

코카콜라사는 코카콜라 제로, 제로 레몬, 제로 체리, 제로제로, 스프라이트 제로, 환타 제로(오렌지향, 파인애플향, 포도향), 암바사 제로 등 다양한 제로 제품을 내놓고 있다.

특히 지난해 국내외 유명 아이돌이자 코카콜라의 글로벌 앰베서더 '뉴진스'(NewJeans)와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친숙함에 힙함을 더한 신곡 'Zero'를 내놔 그 인기를 실감케 했다.

펩시콜라와 아이브 콜라보 영상. 스타쉽 유튜브 캡처
펩시콜라와 아이브 콜라보 영상. 스타쉽 유튜브 캡처

국내에서 코카콜라의 경쟁 음료인 펩시콜라를 제조, 유통하는 우리나라 청량음료 산업의 선봉장 역할을 해 온 롯데칠성도 다양한 제로 제품을 내놓고 있다.

2021년 칠성사이다 제로, 펩시콜라 제로를 내놓으며 제로 음료 시장에 출사표를 냈다. 지난해에는 아이돌 가수 '아이브'(IVE) 가 펩시콜라와 함께 'SUMMER FESTA' MV를 내놓기도 했다.

롯데칠성은 현재 밀키스 제로, 게토레이 제로 등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롯데칠성은 제로 슈거 소주인 '새로'를 내놓으며 출시 22개월 만에 4억병을 판매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팔도도 올해 6월에 신제품 '빅 뽀로로 제로'를 내놨다. 기존 뽀로로 음료(235㎖)보다 1.5배가량 큰 제품(350㎖)으로 제로 슈거, 제로 칼로리이다. 어린이 건강을 고려해 기획한 제품으로 선호도가 높은 2종(밀크맛, 딸기맛)을 출시했다.

풀무원샘물도 제로 칼로리 탄산수에 과일향을 첨가한 브리지톡을 출시해 제로칼로리 탄산음료 제품 제품군 강화에 힘쓰고 있다 .

제로 열풍은 아이스크림 시장과 과자 등 간식 시장을 변화시키고 있다.

여론조사기관인 데이터앤리서치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뉴스·커뮤니티·블로그·카페·X(옛 트위터)·인스타그램·유튜브·페이스북·카카오스토리·지식인·기업·단체·정부·공공 등 12개 채널 23만개 사이트를 대상 대상으로 '제로 아이스크림' 연관 검색어 상위 1천개를 분석한 결과, 최근 1년 동안 제로 아이스크림 관련 채널(브랜드)별 게시물 수는 총 3만5천418개로 전년(2만1천138건) 대비 67.56%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롯데웰푸드 포스팅 수가 3.4배나 급증하는 등 '헬시 플레저' 열풍 속에 아이스크림 역시 제로, 저당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크게 늘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지난 여름 성수기 동안 빙그레가 '더위사냥'과 '생귤탱귤'을 제로 슈거 아이스크림으로 개발해 내놓기도 했다.

또 GS25는 지난 7월 초 인기 요거트 아이스크림 브랜드 '요아정'과 협력해 출시한 저당 아이스크림 '요아정 딸기초코쉘요거트바'가 출시 2개월 만에 50만개를 판매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또 다량의 설탕 코팅으로 만들어 당류, 칼로리 등에 대한 우려가 깊었던 탕후루도 설탕무첨가 제품이 등장했다. 달콤왕가탕후루(달콤나라액리스)는 CJ제일제당과 1년여 동안의 연구 끝에 제로슈가 달콤 스윗트리를 개발했다. 달콤왕가탕후루에 따르면 한국분석센터 의뢰 결과 원재료인 제로슈가 달콤 스윗트리는 당류가 0%인 것을 확인했다.

CJ제일제당의 백설 스테비아 제품. 백설 홈페이지 제공
CJ제일제당의 백설 스테비아 제품. 백설 홈페이지 제공

◆제로 식음료 인기에 날로 늘어나는 설탕 대체 감미료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사탕수수당(설탕 원료) 수입량은 157만9천톤(t)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13.9%나 감소한 수입량이다. 이에 반해 설탕을 대체하는 감미료 수입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우선 대표적 감미료로 꼽히는 에리트리톨은 지난해 5천291t이 수입됐다. 이는 직전년 대비 20.8% 증가한 수입량이다. 수크랄로스도 수입량이 27.8% 증가해 308t이 수입됐다.

제당 업계에선 헬시 플레저 현상이 지속화하면서 설탕 대신 감미료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해 대체 감미료 생산 설비와 판매 비중 등 시장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우선 삼양사와 대상이 '알룰로스'를 필두로 사업을 확장 중이고 CJ제일제당은 '스테비아'에 힘을 주고 있다.

삼양사는 차세대 대체 감미료로 눈길을 끄는 '알룰로스' 생산 설비 확충에 나섰다.

삼양사의 큐원 트루스위트 알룰로스 제품. 큐원 홈페이지 제공
삼양사의 큐원 트루스위트 알룰로스 제품. 큐원 홈페이지 제공

과일류에 있는 성분인 알룰로스는 설탕 대비 70% 정도의 단맛을 내는데 열량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단맛이 과당과 유사하고, 가열하면 설탕과 비슷한 풍미를 낸다.

삼양사는 지난 2016 자체 개발 효소로 알룰로스 양산에 성공했다. 이후 2020년부터 알룰로스를 본격적으로 생산해 현재 음료, 아이스크림, 건강기능식품 등 국내 200여개 이상 제품에 알룰로스를 사용 중이다.

지난달 알룰로스 공장을 울산에 준공,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이로써 삼양사는 연간 1.3만t의 아룰로스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갖추게 됐다. 국내 최대 규모인 이곳에서는 액상형과 수출에 용이한 결정형 아룰로스로도 생산 가능하다.

대상의 청정원 알룰로스 제품. 청정원 홈페이지 제공
대상의 청정원 알룰로스 제품. 청정원 홈페이지 제공

대상도 지난해 군산 전분당 공장에 알룰로스 생산 기반을 구축했다. 올해 초 대체당 통합 브랜드 스위베로를 출시, 기업 간 거래(B2B)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대상은 현재 롯데칠성음료 등 50개 이상의 거래처와 북미 지역 고객사를 확보한 상태다 .

대상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헬시 플레저 열풍이 불면서 설탕을 대체할 수 있는 저칼로리 감미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알룰로스의 국내외 수요는 최근 3년간 매년 20% 이상 성장하고 있고 향후에도 상당 기간 수요 증가 추세가 유지될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감미료 수요는 일반 가정에서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청정원은 지난 7월 알룰로스 신제품을 출시,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를 추진 중이다.

이 같은 상황에 업계 1위 CJ제일제당이 감미료 B2C 시장에 출사표를 내면서 주목받고 있다. 올해 6월 스테비아 기반 백설이 출시됐다. 스테비아는 식품인 스테비아 잎에서 추출한 천연 감미료이다. 열량이 거의 없으나 단맛이 설탕 대비 200~300배에 달한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알룰로스가 아닌 스테비아를 선택한 것은 분말 타입을 출시하고자 했고 분말에는 스테비아를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며 "소비자 조사를 했을 때도 스테비아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