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뒷담] 박근혜·이재명·한동훈…정치 거물은 '7인회'가 필수 요소?

입력 2024-10-14 17:17:42 수정 2024-10-14 18:07:44

권성동 국민의힘 국회의원 페이스북
권성동 국민의힘 국회의원 페이스북

권성동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14일 한동훈 같은 당 대표 내지는 친한계(친한동훈계)를 겨눠 '도곡동 7인회'를 언급했다. 도곡동은 한동훈 대표가 거주하는 동네 이름이다.

앞서 친한계가 '김건희 여사 라인' '한남동(대통령 관저 소재지) 라인'이라며 대통령실의 비서관과 행정관 등 김건희 여사 주변 인물 7명에 대한 인적 쇄신을 요구한 것에 대한 맞대응인셈인데, '7'로 '7'을 맞받아친 점에 시선이 향한다.

유독 7인 구성의 측근 정치 집단이 과거부터 여럿 있어왔기 때문이다.

▶권성동 의원이 이날 페이스북으로 도곡동 7인회라는 키워드를 언급하게 된 발단은 한동훈 대표의 같은날 나온 발언이었다.

한동훈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당 최고위원회를 가진 후 기자들과 만나 '인적 쇄신과 관련해 김건희 여사 라인이 존재한다고 정리하는 것이냐'라는 질문에 "그런 분의 라인이 존재한다고 국민들이 오해하고 기정사실로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신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김건희 여사는) 공적 지위가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 라인은 존재하면 안 된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어 "권성동 의원 같은 분들이 탄핵 공포 마케팅을 하지 않나"라면서 "제대로 된 정치, 신뢰받기 위한 정치를 위해서 잘못된 부분은 바로잡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권성동 의원 같은 분이야말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던 분인데, (국민들께서) 그런 마케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자 권성동 의원은 이날 오후 1시 54분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오늘 아침 한동훈 대표가 당정의 낮은 지지율을 대통령 탓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을 받고, 난데없이 저를 '탄핵 공포 마케팅'을 한다고 비난했다"면서 "우선 저는 한동훈 대표가 낮은 지지율을 대통령 탓으로 돌린다는 식의 언급을 한 적이 없다. 왜 있지도 않은 말로 남을 비난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게다가 한동훈 대표의 답변은 논점이탈이다. '제대로 된 정치'를 위해서 한동훈 대표의 잘못도 고치라는 것이다. 여전히 본인은 완전무결하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심히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저를 겨냥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론을 꺼내든 알량함에는 비애감 마저 느낀다. '도곡동 7인회' 같은 참모진이 모은 의견이 겨우 그정도라면 인적쇄신은 대표실이 우선인 것 같다"고 한동훈 대표의 이번 발언이 측근들의 조언에 따른 결정이라고 가정, 평가절하했다.

아울러 권성동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 "가슴 아픈 일이었으나, 헌법재판소 전원일치 결정 앞에 이미 흘러간 강"이라고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그런데 한동훈 대표와 권성동 의원이 공통적으로 언급한 인물인 박근혜 전 대통령 뒤에 따라붙었던 측근 정치 집단 키워드가 바로 7인회라서 눈길이 함께 향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을 가리켜 온 '친박' 중에서도 핵심인 7명을 정치 뉴스에서 꾸준히 언급해왔다.

가나다 순으로 강창희, 김기춘, 김용갑, 김용환, 안병훈, 최병렬, 현경대인데, 이 가운데 대중들에게 가장 인지도가 높은 인물은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맡았던 김기춘이다.

7인 측근이 어쩌고저쩌고는 보수 정치권에만 있지는 않다. 당장 현재 야권의 제일 실세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근 정치 집단에 대해서도 7인회라는 키워드가 붙었다.

이재명 대표 측근을 가리키는 친명 중에서도 핵심인 7명을 두고도 정치 뉴스에서는 가나다 순으로 김남국, 김병욱, 김영진, 문진석, 이규민, 임종성, 정성호를 언급했다. 다만 이 중에서도 원조 친명을 따로 분류하는데 김남국과 문진석을 제외하면 된다. 이 가운데 정성호 현 의원이 친명 좌장으로 언급된다.

김기춘 전 박근혜 대통령 비서실장,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연합뉴스
김기춘 전 박근혜 대통령 비서실장,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연합뉴스

이같은 7명 구성의 측근 정치 집단을 보유한(또는 보유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인물들은 '대권'이라는 키워드를 연결고리로 갖고 있다. 대통령을 역임했거나 대권 유력 주자다.

아울러 그 변형인듯 현직 대통령 부인에 대해서도 7명 구성의 '라인'을 갖고 있다는 의혹 제기가 친한계 발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서부턴 그 집단을 가진 주체가 (한동훈 대표 주장대로)공적 지위를 가졌느냐 아니냐로 논란이 벌어질 수 있는 부분.

다만, 대통령실은 한동훈 대표 발언이 나온 직후인 이날 낮 언론에 "대통령실에 비선 조직, 이런 건 없다. 대통령실에는 '대통령 라인'만 있다"고 단언, "대통령실의 최종 인사권자는 대통령이다. 이런저런 사람이 얘기하는 유언비어에 휘둘리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실 '7'은 기독교나 이슬람교의 대천사 7명(미카엘, 라파엘, 가브리엘, 우리엘, 라구엘, 사리엘, 라미엘), 일본 전국시대 당시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호위한 칠본창(七本槍, 후쿠시마 마사노리, 가토 기요마사, 가토 요시아키, 히라노 나가야스, 카타기리 카츠모토, 와키자카 야스하루, 카스야 타케노리) 등 동서고금 여러 문명 속 핵심 구성원 7명을 강조하는 표현으로 두루 쓰여왔다.

현재 정치인들이 서로 언급하고 정치 뉴스에서 제목에 붙이는 표현들 역시 비슷한 의도의 '네이밍'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