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맞는 삼성의 가을 야구] 삼성 라이온즈, '라팍 시대의 전성기' 열려

입력 2024-10-13 15:27:42 수정 2024-10-13 20:09:21

라팍, 정규 시즌 30회 매진…가을 야구 열기도 커져
입장권 구입은 '하늘의 별 따기', 웃돈 주고 구하기도

지난 8월 14일 한 시즌 100만 관중 고지를 돌파한 삼성 라이온즈가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전광판에 이를 기념하는 메시지를 내보내고 있다. 삼성 제공
지난 8월 14일 한 시즌 100만 관중 고지를 돌파한 삼성 라이온즈가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전광판에 이를 기념하는 메시지를 내보내고 있다. 삼성 제공

#13일 오전 9시. 대학생 정지훈(25) 씨는 친구와 함께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이하 라팍)을 찾았다. 경기가 열리려면 5시간이나 남았음에도 라팍에 도착, 주변을 천천히 둘러봤다. 끌려온 친구는 유난을 떤다고 웃었지만 '가을 야구'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빨리 느껴보고 싶어서 서둘렀단다.

정 씨는 "어릴 때부터 삼성 야구를 보고 자랐다. 고향이 대구다 보니 자연스레 삼성을 응원하게 됐다. 대구시민야구장 시절엔 아버지 손을 잡고 야구를 보러 다녔다"며 "2016년 라팍에 온 뒤론 성적이 좋지 않아 아쉬웠다. 이번에 가을 야구를 하게 돼 정말 반갑다. 최대한 오래 삼성의 야구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라팍 시대'가 활짝 열렸다. 프로야구 2024시즌이 전국적으로 야구 열기로 달아오른 가운데 2위를 기록한 삼성의 안방 라팍은 연일 매진 사례를 기록하며 대구의 여름보다 더 뜨거웠다. 삼성이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준다면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대구시민야구장을 쓰던 2011년부터 2014년까지 한국시리즈 4연패 위업을 이뤘다. 하지만 라팍으로 둥지를 옮긴 2016년 이후엔 하위권에 머물렀다. 2021년 플레이오프에 직행했으나 두 경기만에 물러났다.

삼성 라이온즈가 좋은 성적을 이어가면서 원정 구장에서도 삼성 팬들의 모습이 늘었다. 지난 9월 17일 삼성과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린 서울 잠실구장의 원정 응원석 모습. 삼성 제공
삼성 라이온즈가 좋은 성적을 이어가면서 원정 구장에서도 삼성 팬들의 모습이 늘었다. 지난 9월 17일 삼성과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린 서울 잠실구장의 원정 응원석 모습. 삼성 제공

이번 시즌 삼성이 모처럼 선전하면서 대구의 야구 열기에 불이 붙었다. 팬들의 뜨거운 성원이 삼성 선수단에 힘을 불어넣었다. 홈 구장인 라팍은 물론 원정 구장을 찾는 삼성 팬들이 넘쳐 났다. 원정 구장과 라팍을 구분하기 쉽지 않을 정도란 말까지 나왔다.

특히 라팍은 연이어 매진 기록을 새로 썼다. 지난달 28일 LG 트윈스와의 홈 최종전까지 이번 시즌 30차례나 2만4천 석 규모인 라팍이 관중들로 가득 찼다. 13일 플레이오프 1차전도 마찬가지. 입장권은 일찌감치 동이 났다. 각종 중고 거래 인터넷 홈페이지, 야구 팬이 모이는 커뮤니티 등엔 입장권을 구한다는 목소리가 넘쳤다.

지역 한 기업의 홍보팀은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밀려드는 전화로 몸살을 앓았다. 업무상 관계사 여기저기서 입장권을 구할 수 없느냐는 문의를 해왔다. 이곳이 지역에선 유력한 기업인 데다 라팍 4층에 있는 스윗박스 중 하나를 임대 중이어서 입장권을 구할 수 있을까 싶었던 모양이다.

홍보팀 담당자는 "난데 없이 입장권 문의를 해오는 통에 업무를 제대로 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 야구 열기가 뜨겁긴 뜨거운 모양"이라며 "우리가 임대한 스윗박스도 15명 정도만 들어갈 수 있는데, 내부에서 소화해야 하는 부분이다. 안타깝지만 도움을 줄 수 없다 했다"고 말했다.

'입장권 구하기 전쟁'이 벌어지면서 암표상 얘기까지 나왔다. 이에 라팍을 관할권으로 둔 수성경찰서가 사복 경찰을 투입해 현장에서 암표상 단속에 나서기도 했다. 지역의 한 야구계 인사는 "웃돈을 주고라도 입장권을 구하려는 이들이 적잖다. 앞으로도 삼성의 성적이 괜찮다면 이런 열기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