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지방대학…정부 라이즈 예산, 지방대 육성 여전히 미흡

입력 2024-10-09 16:13:48 수정 2024-10-09 21:02:06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지난해 2월 구미 금오공대에서 있은 제1회 인재양성 전략회의에서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지난해 2월 구미 금오공대에서 있은 제1회 인재양성 전략회의에서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라이즈·Regional Innovation System & Education) 구축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윤석열 정부의 지역 대학 정책의 핵심인 라이즈(RISE·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 내년 예산이 정부가 올해보다 8천억원 늘었다고 밝힌 것과 달리 2천억원 순증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라이즈와 글로컬대학30 정책으로 위기에 처한 지방대학을 육성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이 같은 예산으로 충분한지 의문이다.

9일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학교육연구소에 의뢰해 작성한 '윤석열 정부 지방대학 정책 진단' 보고서를 보면 라이즈 관련 내년 예산의 실제 증액 규모는 2천억원 수준이다. 앞선 8월 교육부는 라이즈에 대해 "2조원 예산을 편성하고 관련 예산이 올해 대비 8천억원 증액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1조2천억원은 대학에 지원하던 5개 대형 사업에 지원되던 예산으로 라이즈에 통합 편입됐고, 3천억원은 기존 대학재정지원사업 규모를 조정해 이관한 예산이다. 또 3천억원은 기존 8개 사업 예산으로 2026년에야 라이즈에 통합되는 금액이다.

교육부가 김 의원에게 제출한 '2025년 라이즈 정부 예산안 개요'에서도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난다. 정부가 강조한 8천억원 증액과 달리 증액 항목에 "의대 교육 혁신, 지역협력 기반 늘봄 지원 등을 위한 순증, 기존 대학재정지원사업 일몰분 대투자 합 0.2조원"으로 되어 있다.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맞물린 예산과 초등 교육 몫인 지역협력기반 늘봄 지원 예산을 제외하면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지방대학 시대' 취지에 맞춰 늘어난 예산은 사실상 1천억원에 불과하다.

현재 지방대학은 글로컬대학 지원을 받고도 교육비 개선에 한계를 보이는 상황이다. 지난해 지방거점국립대 학생 1인당 교육비는 2천248만원(강원대)~2천645만원(경북대)으로 서울대 6천59만원의 40% 수준이다. 연세대(본교) 4천84만원, 고려대(본교) 3천264만원, 성균관대 3천155만원과 비교해도 부족하다.

지방거점국립대 중 6개교는 5년간 해마다 200억원 지원받는 글로컬대학에 선정됐다. 이들 대학이 200억원을 추가로 지원받는다고 하더라도 학생 1인당 교육비를 계산해보면 72만원(경북대)~123만원(충북대) 증액되는데 그친다. 교육비가 가장 높계 추계되는 경북대(2천718만원)조차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에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 보고서는 "학령인구 감소 시기에 지역 대학 육성 책임을 자치단체에 위임한 것은 명백한 책임 방기"라며 "예산은 늘지 않고 기존에 교육부 산하 기관을 통해 각 대학을 지원하던 방식이 교육부-지자체-지역 라이즈센터-각 대학으로 바뀌어 절차만 복잡해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지방대학 위기는 사회 기반이 수도권으로 점점 집중되는 과정에서 오랜 기간 누적되어 온 만큼 문제 진단부터 해결과제 제시까지 총체적으로 풀어가야 한다"면서 "정부가 지방대학을 육성하겠다는 명확한 정책 기조를 수립하고, 지역균형발전과 연계한 중장기 종합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고등교육 재정지원을 OECD 수준으로 확대해 지방대학 재정지원을 지속적으로 늘려가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