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초선 의원들 첫 국감 현장…여야 갈등 속 파행도

입력 2024-10-08 18:01:16 수정 2024-10-08 20:42:46

국정감사 시작부터 이재명·김건희 이슈 정쟁화…정책 질의 뒷전
여야 말싸움 격화에 국감 중단 속출…발언 놓고 항의 및 고성 오가
與 초선 "국회가 본래의 본분 망각하면 안돼…영부인 의혹 파헤치기 경쟁의 장"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왼쪽)이 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회 직후 윤한홍 정무위원장에게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왼쪽)이 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회 직후 윤한홍 정무위원장에게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왼쪽)이 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회 직후 윤한홍 정무위원장에게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왼쪽)이 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회 직후 윤한홍 정무위원장에게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 돌입한 대구경북 초선 의원들은 각 상임위에서 주요 현안 및 정책 질의 등 철저하게 준비했지만 첫 회의부터 여야 정쟁으로 파행되는 등 말싸움만 가득한 국감 행태에 실망감을 토로했다.

8일 세종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국감은 개의 34분 만에 파행을 맞았다. 권익위 부패방지국장 사망사건과 관련해 정승윤 부위원장이 과거 '야당 의원들을 고소하겠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반발하면서 중단됐다.

야당 의원들은 정 부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국회를 겁박하고 위협하는 것이냐"며 "의원들을 고발하겠다는데 가만히 있어야 하나. 이게 말이 되느냐"며 고성을 터트렸다.

이에 윤한홍 정무위원장은 "시작부터 정치 논쟁을 하자는 것인가"며 "이 문제는 여야 간사들이 논의하도록 하고 회의를 진행하자"고 설득하기도 했지만 항의에 부딪혀 결국 정회했다.

초선 의원들은 첫 국감을 앞두고 공들여 질의를 준비한 게 무색할 만큼 1시간도 못 채우고 파행하면서 허탈감을 애써 감추는 모습이다.

한 여당 초선 A 의원은 "아무리 국정감사라도 야당이 공무원에게 윽박지르고 막말하는 걸 보면 안타깝다"며 "국정감사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국감서 이재명·김건희 이슈 블랙홀…정책은 뒷전

정무위 국감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국감 현장에서 이 대표와 김 여사 의혹을 놓고 여야 간 충돌했다.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국정감사에선 '코나아이 특혜 의혹'과 '명태균 불법 여론조사 의혹'을 두고 여야 간 정면충돌했다.

여당은 이재명 대표가 경기지사 시절 지역화폐 운영 대행사인 코나아이에 불법성 특혜를 제공한 정황이 있다며 검찰 수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야당은 명태균 씨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제공한 여론조사의 대가로 김영선 전 의원이 재·보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을 거론하며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요구하면서 맞섰다.

교육위원회에서는 김건희 여사 논문 대필 의혹,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이재명 대표 헬기 이송 논란을 두고 여야 간 격하게 충돌하면서 정책 질의는 뒤로 밀려났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외교통일·국방·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 상임위도 이 대표·김 여사 관련 사안이 주요 쟁점이 됐다.

여당 초선 B 의원은 "국민 생활과 직결된 부분에서 문제가 있는지 짚어내고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 국회의원의 책무 아니겠는가"라며 "민주당은 국민을 위한 이러한 천금 같은 기회를 버리고 이재명 방탄을 위한 정쟁으로 국감을 몰아가고 있다. 안타까움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낀다"고 지적했다.

여당 초선 C 의원은 야당의 외교문서 공개를 언급한 것과 관련해 "불가피하게 정쟁에 몰입할 수는 있지만 최소한의 금도는 여야가 모두 지켜야 한다"며 "국회가 본래의 본분을 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8일 국회에서 환경노동위원회 환경부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다. 강영훈기자 green@imaeil.com
8일 국회에서 환경노동위원회 환경부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다. 강영훈기자 green@imaeil.com

◆국감이 아닌 영부인 의혹 파헤치기 경쟁의 장

매년 정쟁이 반복되는 국감이지만 그래도 피감기관 감사를 비롯해 여야 간 정책 질의가 핵심이던 과거 모습과 달리 이번 국감은 시작부터 이 대표와 김 여사 논란으로 대부분의 상임위가 본연의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여론의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각 상임위가 정쟁으로 얼룩지면서 국감을 앞둔 여당 초선 D 의원은 "다른 상임위원회에서 하는 것들 보니 걱정이다. 국정감사가 아니라 영부인 의혹 파헤치기 경쟁의 장이 된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정부가 추진한 지난 일 년 동안의 정책 가운데 옥석을 가리고 산업현장의 목소리도 정책 당국에 전달하는 국정감사가 되어야 하는데 정쟁의 목소리만 나온다"며 "교과서에서 보고 들은 국정감사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서 실망이 크다"고 강조했다.

또 환경노동위에선 국감 시작 전 정혜경 진보당 의원의 노트북 앞에 '기후파괴범 윤석열' 스티커를 붙어있는 것을 두고 여당의 항의에 정회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이에 여야 간 신경전이 극에 달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초선 의원들은 정쟁으로 마비된 국감을 비롯해 핵심 증인 불출석 등 무력하고 답답한 국감 현실에 아쉬움을 나타내면서 국감 정상화를 주장했다. 또 발언 시간과 기회가 적은 것에 대한 개선 필요성도 제기됐다.

한 여당 초선 E 의원은 "정말로 민생을 위해서 힘을 모으는 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당 초선 의원도 "여야 간 정쟁보다 정책 국감이 될 수 있게 하겠다"며 국감 정상화 의지를 보였다.

한 야당 초선 의원은 "발언 기회가 너무 없다. 발언 시간도 7분·5분·3분으로 너무 짧고 발언 기회도 합쳐서 세 번으로 너무 적어 한계가 있다"며 "모든 이슈가 김건희 여사 의혹으로 묻히니 정책과 민생이 국회에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엄기홍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정감사 정쟁화는 점점 더 심해질 것이다. 과거엔 의석이 3대2정도인 만큼 타협을 했지만 현재는 의석 대부분이 야당으로 위원장도 대부분 야당이기 때문에 여야간 타협을 안 해도 되는 구조"라며 "여야 간 불신이 깊고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공간이 전혀 없기 때문에 그냥 싸우기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