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지역 학교 급식실에는 '로봇 요리사'가 있다는데

입력 2024-10-07 14:05:07

포항고를 시작으로 튀김 로봇 확대 시범 운영 중
경북교육청, 푸드스캐너 등 미래화 된 급식실 운영에 총력

경북교육청이 급식종사자들의 안전 확보와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시범 도입한 튀김 로봇
경북교육청이 급식종사자들의 안전 확보와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시범 도입한 튀김 로봇 '맛돌이'가 현장 관계자의 태블릿 조정에 맞춰 작동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지난 4일 포항고등학교 조리실. 학생과 교직원까지 700여 명에 달하는 이곳 조리실은 점심 준비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평소 학생과 교직원에게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고자 노력하는 조리사들의 노고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하지만 최근 이곳 조리사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부족한 인력과 위험한 작업을 대신해줄 새로운 일꾼 로봇 '맛돌이'가 투입됐기 때문이다.

경북교육청이 급식종사자들의 업무 부담 경감과 안전하고 쾌적한 근로환경 조성을 위해 협동 로봇을 활용한 '공유형 튀김 전용실'을 시범 운용하고 있어 화제다.

튀김 전용실은 조리 종사자의 업무 부담 경감과 조리실 외부공간에 별도실 구축과 환기시설 강화로 튀김 조리 시 발생하는 '조리흄(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매연 또는 고농도 미세먼지)'을 최소화해 조리실 근무 환경을 개선하고자 추진된 사업이다. 조리흄은 급식종사자들의 '폐암' 발병 등 건강 악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전해진다.

포항고에 처음 도입된 튀김 로봇 맛돌이는 급식종사자가 별도로 개발된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단체 급식 튀김 메뉴별 조리법에 따른 일정한 온도와 조리 시간 설정 등을 간단하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또 태블릿 터치를 통해 간편하게 로봇이 바스켓에 담긴 음식재료를 균일한 온도에서 조리해 제공함으로써 튀김 요리에 대한 학생과 교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종식 경북교육감이 포항고등학교에 시범 도입된 튀김 로봇의 구동 과정을 확인하고 현장 관계자들과 소통하며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경북교육청 제공
임종식 경북교육감이 포항고등학교에 시범 도입된 튀김 로봇의 구동 과정을 확인하고 현장 관계자들과 소통하며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경북교육청 제공

특히 조리용 로봇 도입 덕에 조리원들이 튀김 메뉴 조리 시 유증기에 따른 조리흄 노출을 최소화하고, 고온다습한 조리실 내 튀김 솥 앞에서 기름을 털고 옮기는 작업과 같은 단순·반복적인 작업을 로봇이 대신 수행해 근골격계 질환과 산업재해 예방 등 근무 환경 개선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평가된다.

경북교육청은 하반기 시범학교로 선정된 구미산동고와 경산고 등에도 튀김 전용실을 구축하는 등 점차 본격적인 현장 도입을 추진 중이다.

아울러 조리 로봇 외에도 탄소 중립 실현과 음식물 쓰레기 감소를 위한 푸드스캐너 시범학교로 선정된 구미봉곡초교와 경산 하양초 급식실에 푸드스캐너를 도입하는 등 미래화·최신화 된 급식실 운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푸드스캐너는 식사 후 개인별로 식판을 스캔하면 먹은 음식과 잔반의 양, 부피를 측정해 개인별 잔반 데이터를 점수로 표시하는 시스템이다. 이 데이터는 추후 식단 작성 시 참고해 학생들의 올바른 식습관 형성과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임종식 경북교육감은 "학교 급식의 새로운 표준모델이 될 조리 로봇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로봇 외에도 우수한 자동화 시스템을 점차 급식실에 적용하겠다"며 "앞으로도 맛있고 질 높은 급식 제공을 위해 고생하시는 급식관계자들의 처우개선과 안전하고 쾌적한 근무 환경조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경북교육청이 시범 도입 중인 튀김 로봇 맛돌이가 급식종사자의 태블릿 조작에 따라 튀김 요리를 조리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경북교육청이 시범 도입 중인 튀김 로봇 맛돌이가 급식종사자의 태블릿 조작에 따라 튀김 요리를 조리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