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시즌 초 하위권 예상 딛고 2위 올라
준플레이오프 승자와 플레이오프서 대결
안정된 선발진, 신구 조화, 홈팬 성원 한몫
이젠 '가을 야구'다. 28일 대구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경기(삼성 4대11 패)를 끝으로 삼성 라이온즈의 프로야구 2024 정규시즌이 끝났다. 2위를 확정한 삼성은 플레이오프에 직행, 준플레이오프의 승자와 한국시리즈 진출권을 놓고 겨룬다. 시즌 초 하위권일 거란 예상이 적지 않았으나 선전을 거듭한 끝에 3년 만에 포스트시즌을 치른다.
◆외국인 투수 등 안정된 선발진 위력
프로야구 정규시즌은 약 6개월에 걸친 장기 레이스다. 팀당 144경기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선발투수진이 안정적으로 운영돼야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부상 등 변수가 많은 탓에 5인 선발 로테이션을 정상적으로 꾸리는 건 만만치 않은 일이다. '꾸준함'이 선발투수의 주요 덕목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다.
삼성 선발 로테이션이 비교적 순탄하게 돌아갈 수 있었던 데는 '토종' 에이스 원태인의 힘이 컸다. 원태인은 28경기에 등판해 15승(6패, 평균자책점 3.66)을 거두며 두산 베어스 곽빈과 함께 공동 다승왕에 올랐다. 선발 전환 1년 차인 신예 좌완 이승현, 베테랑 좌완 백정현은 부상으로 잠시 이탈하긴 했으나 17경기씩 던지며 선발투수진을 지탱했다.
삼성이 이번 시즌 하위권일 거라 예상된 이유 중 하나가 외국인 투수 2명 모두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 새로 뽑은 코너 시볼드와 데니 레예스는 시즌 초반 불안했다. 이 때문에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점차 안정을 찾아갔고, 11승씩 거두며 원태인과 함께 선발투수진을 잘 지탱했다.
◆'신구 조화' 베테랑과 신예들 어우러져
'세대 교체'는 모든 구단이 늘 안고 있는 화두다. 성장 가능성이 큰 신예를 투입해 경기를 치르면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을 거두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삼성이 그 어려운 걸 해냈다. 마운드에선 아직 만족할 만한 성과를 올렸다 하기 힘들지만 야수 쪽을 보면 얘기가 다르다. '신구 조화'가 잘 이뤄져 있다는 얘기를 듣는 것도 이 부분이다.
구자욱은 주장다웠다. 선·후배 간 연결고리 역할을 잘 해냈고, 뛰어난 타격 실력(타율 0.343, 115타점, 33홈런)으로 공격 선봉에 섰다. 베테랑 강민호는 구자욱의 버팀목이 돼줬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덕아웃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고, 포수 마스크를 쓰고선 어린 투수들을 잘 챙겼다. 시즌 도중 합류한 박병호는 홈런포로 힘을 보탰다.
신예들도 빛을 발했다. 21살 동기인 김영웅과 이재현은 3루수와 유격수 자리의 주인이 됐다. 김영웅은 홈런 28개를 터뜨리며 장타력도 뽐냈다. 김지찬은 2루수에서 중견수로 자리를 옮겨 안착했다. 빠른 발과 날카로운 타격으로 1번 타자 역할도 잘 수행했다. 부진했던 김헌곤, 만년 기대주란 꼬리표를 달고 있던 이성규 등 선배들도 부활했다.
◆불펜, 홈 구장 메운 팬들의 성원도 한몫
지난 시즌 삼성의 최대 고민거리는 헐거운 뒷문. 겨우내 김재윤, 임창민 등이 가세해 오승환과 힘을 모으면서 지난해보다 불펜이 두터워졌다. 후반기 들어 안정감이 떨어지긴 했다. 하지만 시즌 초·중반 삼성이 상위권 싸움을 하는 데 불펜이 큰 역할을 한 건 사실이다. 후반기엔 최지광이 불펜 필승조 역할을 잘 해냈다.
팬들의 뜨거웠던 성원도 삼성 선수단이 힘을 불어넣었다. 프로야구가 1982년 출범한 이래 이번 시즌 역대 처음으로 관중이 1천만명 고지를 넘어섰다. 여기엔 삼성 팬들도 한몫했다. 홈 구장인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이하 라팍)은 물론 원정 구장을 찾는 발길이 줄을 이었다. '삼성 팬들의 화력이 대단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열정들이 넘쳤다.
특히 라팍은 연일 매진 사례였다. 28일 LG 트윈스와의 홈 최종전까지 이번 시즌 30번째로 2만4천개의 관중석을 가득 메웠다. 박진만 삼성 감독도, 이종열 삼성 단장도 "팬들의 성원 덕분에 2위에 오를 수 있었다"고 했다. 팬들의 성원을 등에 업고 삼성이 포스트시즌을 준비한다. 가을이 왔지만 여름처럼 뜨거운 라팍의 열기는 아직 식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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