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방송4법·전국민 25만원 지원법·노란봉투법' 부결로 폐기

입력 2024-09-26 18:16:35 수정 2024-09-26 20:29:09

여야, 여당 몫 국가인권위원 선출 놓고 "사기꾼" 외치며 극한 대결
국가인권위원 선출 안건 사전 합의 불구…민주당, 현장서 부결시켜

2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여당 추천 몫인 한석훈 국가인권위원 선출안이 부결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여야 합의안인데 부결했다며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여당 추천 몫인 한석훈 국가인권위원 선출안이 부결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여야 합의안인데 부결했다며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오른쪽)와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한석훈 국가인권위원회 위원 선출안이 부결된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오른쪽)와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한석훈 국가인권위원회 위원 선출안이 부결된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는 26일 본회의를 열고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방송 4법과 전국민 25만원 지원법, 노란봉투법 등을 재표결을 통해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이날 여당 몫의 국가인권위원회(국가인권위) 위원 선출 안건을 부결시켜, 여당 의원들의 극심한 반발을 샀다.

국가인권위원 안건 부결은 여야 간 사전 합의를 깬 것으로, 민주당이 또 한번 국회 관례를 깼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재표결을 통해 부결된 법안은 '방송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과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등이다.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한 법안이 국회에서 재의결되려면 본회의에 재적 의원 과반이 출석해,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을 얻어야 하지만, 6개 안건 모두 가결표를 얻지 못했다.

앞서 국회는 한석훈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국가인권위원으로 선출하는 안건에 대한 투표에서 재석 298명 찬성 119표, 반대 173표, 기권 6표로 부결시켰다.

여당 몫 비상임위원 선출 표결이 부결된 데 대해, 여당 의원들 전원이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와 야당을 향해 "사기꾼"이라고 외치며 항의해, 회의가 일시 정회되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이 벌어졌다. 앞서 여야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틀간 협의를 통해 여당 몫 국가인권위원 선출을 합의했으나, 본회의 현장에서 뒤집힌 것이다.

이에 의사진행 발언에 나선 배준영 수석부대표는 교섭단체 간 합의된 안건은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관례가 무너졌다며 항의했다. 그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사기를 당할 줄 몰랐다"며 "교섭단체(합의)는 왜 필요한가? 이런 약속도 지킬 수 없는데 국회에서 (여야가) 공존할 수 있겠나"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에 박성준 수석부대표는 "대한민국에서 사기를 당한 것은 국민"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한석훈 교수와 위원으로 함께 일한 서미화 의원이 제기한 국가인권위 내부 막말이나 위원들의 인권 유린 행태를 묵과할 수 없었다"며 "한 위원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게 (의원들의) 자의적 판단"이라고 했다.

이날 여야 간 합의가 뒤집힌 것에 대해 신율 명지대 교수는 "민주당이 국회 내 관례를 상습적으로 깨고 있다. 관례나 상호 간 예의도 민주주의의 일부분인데 이를 깨면서 정치를 마비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여당 추천 국가인권위원 선출안 부결과 관련해서 "역대 어느 국회에서도 없었던,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앞으로 여야 간의 대화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과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우원식 국회의장과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방송 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과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등의 법안 제의 건 재표결이 진행되는 도중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4법',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노란봉투법' 등 재표결 안건이 부결되자 야5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서 나와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을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