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속에 울려 퍼지는 K-컬처…대구시교육청, 말·멋·맛 나눔 사업 통해 한국 알려

입력 2024-09-24 06:30:00

다양한 분야 특기 가진 지역 중·고교생 79명 선발
미국, 우즈벡, 호주 등 각국 방문해 한국 문화 알려

말·멋·맛 나눔 사업 참가자들이 미국 LA에서 현지 주민을 대상으로 한글을 가르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말·멋·맛 나눔 사업 참가자들이 미국 LA에서 현지 주민을 대상으로 한글을 가르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얼마 전 아이슬란드에서 식당을 열고 곰탕, 비빔밥, 닭갈비 등 다양한 한식 메뉴를 파는 한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다. 한식당이 하나도 없는 아이슬란드에서 식당 영업 이틀 차부터 가게 앞 대기 행렬이 이어졌다. 독학으로 배운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손님, 영화 '기생충'에 출연한 배우 최우식을 알아보는 손님, 소맥(소주+맥주)을 만들어 먹는 손님도 화제가 됐다. 세계 속 한류 열풍을 피부로 느낀 순간이었다.

대구시교육청은 미래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고 한국 문화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한국의 말·멋·맛 나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5월 심사·면접을 거쳐 다양한 분야에서 특기를 가진 지역 중·고교생 79명을 선발했다. 이들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호주 시드니 등 세계 각국을 방문해 한글 체험, K-팝 공연, K-푸드 시식, K-뷰티 시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말·멋·맛 나눔 사업 참가자들이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한글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말·멋·맛 나눔 사업 참가자들이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한글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말·멋·맛 나눔 사업 참가자들이 호주 시드니에서 한글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말·멋·맛 나눔 사업 참가자들이 호주 시드니에서 한글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한국의 말, 한글을 알리다

한국 문화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면서 우리 언어인 한글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도 뜨겁다. 말·멋·맛 나눔 사업 참가자들은 세계에 한글을 알리기 위해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직접 한글을 가르치며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미국팀은 라구나초등학교(Laguna Road Elementary School)와 캘리포니아 대학교 어바인(University of California, Irvine·이하 UCI)에서 참가자들이 자신의 한글 이름표를 만드는 행사를 준비했다. '자음과 모음으로 이루어진 한글이 어렵진 않을까'하는 염려가 무색하게 참가자들은 진지한 자세로 한글을 쓰고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우즈벡팀은 리째이고등학교(Gubkin Academic Lyceum) 로비에 한글 체험 부스를 마련해 한글 캘리그라피 배우기, 벽걸이 장식 만들기, 한글 카드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를 위해 출국 전 국립한국박물관에서 한글 교구 세트를 지원받기도 했다. 행사에 참가한 한 현지 학생은 "한글을 처음 접해봤는데 글자 모양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며 "이번 기회를 계기로 한국어를 한번 배워보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호주팀은 한국어문화경연대회 참가자, 즉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행사를 진행해야 했기에 어떤 활동을 준비해야 할지 고민이 컸다. 한글 기초 교육에서 나아가 한글 명언으로 이루어진 한지 등(燈) 만들기, 한글 무늬 자개 스티커로 손거울 꾸미기 등 다양한 경험을 제공해 외국인들이 한글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말·멋·맛 나눔 사업 참가자들이 미국 LA에서 K-팝 댄스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말·멋·맛 나눔 사업 참가자들이 미국 LA에서 K-팝 댄스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말·멋·맛 나눔 사업 참가자들이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현지 주민들을 대상으로 페이스 페인팅, 메이크업을 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말·멋·맛 나눔 사업 참가자들이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현지 주민들을 대상으로 페이스 페인팅, 메이크업을 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한국의 멋, K-팝과 전통의 만남

K-팝을 담당한 공연팀은 가창, 무용, 댄스 등의 장르로 구성됐다. 다른 팀들과 달리 나이, 학교가 각기 다른 연합팀으로 구성돼 준비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한국의 멋을 세계에 알리자'는 마음 하나로 여름 내내 구슬땀을 흘렸다.

미국팀은 공연의 첫 무대를 한국무용으로 열고, 가창·한국무용·K-팝 댄스 등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합동 공연을 잇따라 선보였다. 현지 참가자들은 한국무용의 아름다운 선과 K-팝의 생동감 넘치는 무대의 조화를 보며 극찬을 보냈다. UCI에서 근무 중인 한 직원은 "공연의 높은 완성도에 놀라고 학생들이 직접 공연을 기획하고 연출했다는 사실에 한 번 더 놀랐다"고 말했다.

우즈벡팀은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K-팝 공연을 중심으로 한국의 멋을 알리는 데 집중했다. 공연팀은 걸그룹 에스파의 히트곡 '슈퍼노바'(Supernova)와 뉴진스의 '이티에이'(ETA) 무대를 선보였고, 가창팀은 윤도현밴드의 명곡 '박하사탕'과 노브레인의 '넌 내게 반했어'를 열창했다. 글로벌 스타 싸이의 '댓댓'(That That) 음악에 맞춰 참가자들과 함께 K-팝 댄스를 배우는 시간도 가졌다. 행사에 참가한 루슬린(17)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재미있는 공연이었다"며 "언젠가 꼭 한국을 방문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호주팀은 본 무대에 앞서 거리에서 수차례 버스킹 공연을 진행하며 몸을 풀었다. 오페라하우스가 한눈에 보이는 미세스 맥쿼리 포인트(Mrs Macquaries Point)에서는 중리중 최하은 학생이 가수 보아의 '아틀란티스 소녀'를 열창했다. 호주의 대표 해수욕장인 본다이 비치(Bondi Beach)에서는 공연팀이 버스킹 무대에 올라 주민들 앞에서 K-팝 댄스를 선보였다. 호주 시드니 교육원이 주최한 본 공연에서는 K-팝 댄스와 더불어 전통적인 아쟁 연주도 이어져 현지 참가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말·멋·맛 나눔 사업 참가자들이 호주 시드니에서 퓨전 다과인 곶감단지를 만들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말·멋·맛 나눔 사업 참가자들이 호주 시드니에서 퓨전 다과인 곶감단지를 만들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말·멋·맛 나눔 사업 참가자들이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김밥을 만들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말·멋·맛 나눔 사업 참가자들이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김밥을 만들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한국의 맛, 김밥·호떡에 푹 빠지다

세계에 우리의 맛을 알리기 위해 요리 전공 학생들도 뭉쳤다. 이들은 김밥·호떡·떡볶이 등 현지 주민들이 좋아할 만한 K-푸드를 직접 조리하며 솜씨를 뽐냈다.

미국팀은 대구상서고 조리과 학생들이 조리복을 갖춰 입고 김밥을 직접 말아주는 시연 행사를 진행했다. 김밥은 LA에서 이미 잘 알려진 메뉴이긴 하지만, 한국인이 한국 고유의 방식으로 김밥을 만드는 모습을 현지인들도 관심을 갖고 지켜봤다. 또 참가자들은 자신의 기호에 따라 직접 김밥을 만들어보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한 참가자는 "속에 넣는 재료에 따라 색다른 맛을 낸다는 점에서 매력이 있다"며 "(친구 김밥보다) 내가 만든 김밥이 더 예쁘고 맛있는 것 같다"며 웃었다.

우즈벡팀도 김밥과 호떡을 조리해 제공하며 현지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현지인들의 입맛에 맞도록 하기 위해 우즈벡 전통음식인 '뺄메니'(만두에 고기만 넣은 식품)와 유사한 소불고기 김밥을 준비했다. 본 행사 진행 전에 며칠간 현지 시장과 마트를 돌아다니며 식문화를 탐방하기도 했다. 대구과학기술고 나호정 학생은 "날씨가 더워 준비한 호떡 반죽이 녹아 당황했지만 참가자들이 한국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힘듦이 싹 사라졌다"며 "요리라는 진로를 선택하길 잘했다고 다시 한번 느꼈다"고 말했다.

호주팀은 요즘 인기 있는 퓨전 다과인 '곶감단지'와 전통음식인 '궁중떡볶이'를 준비했다. 곶감단지는 곶감 속을 견과류, 유자청, 계핏가루 등으로 채운 음식이다. 조리팀은 계피 향을 선호하지 않거나 견과류 알레르기가 있는 외국인들도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도록 견과류와 계핏가루 대신 곶감 속을 크림치즈로 채웠다. 또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현지인들을 고려해 고추장 떡볶이 대신 간장 베이스인 궁중떡볶이를 준비했다. 100인분 넘는 양의 떡볶이가 20분여 만에 동이 나는 진귀한 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앞으로도 다양한 국제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의 글로벌 역량을 강화하고 한국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데 적극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시교육청은 오는 11월 말·멋·맛 나눔 사업 참가자들이 방문한 3개국 학생들을 초청해 사업 성과를 공유하는 '글로벌 교육수도 대구의 날'을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