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날 선 공방' 이어져

입력 2024-09-22 10:06:04

고려아연 사외이사진 현 경영진 지지 표명
MBK "이사회 기능 훼손, 부적격 인사" 반박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창립기념일(8월1일)을 하루 앞둔 31일 울산에서 열린 고려아연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창립기념일(8월1일)을 하루 앞둔 31일 울산에서 열린 고려아연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려아연과 영풍이 경영권을 둘러싼 날선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고려아연 사외이사 7인은 지난 21일 성명을 통해 MBK의 고려아연 공개매수 시도를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 규정하고 최 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고려아연 경영진은 그동안 사외이사의 건전한 감시와 견제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건전하게 운영돼 왔다"며 "사모펀드의 적대적 M&A로 인해 고려아연의 기업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려아연 사외이사진은 그동안 경영진이 구축한 비철금속 및 2차전지 공급망 구축이 지속 가능한 성장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사외이사들은 "사모펀드가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취득하는 경우 고려아연의 구성원과 지역사회 및 이해관계자들은 심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고려아연이 결국 해외 자본에 매각될 것임이 거의 분명한 만큼, 국내 주요기업들과 협업하여 확보한 국가 기간산업 및 이차전지 소재 관련 핵심 기술과 역량이 고스란히 해외로 유출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우려를 표했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가운데)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강성두 영풍 사장, 오른쪽은 이성훈 베이커매킨지코리아 변호사. 연합뉴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가운데)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강성두 영풍 사장, 오른쪽은 이성훈 베이커매킨지코리아 변호사. 연합뉴스

MBK는 즉각 반박 보도자료를 내고 고려아연 이사회가 오히려 기능이 심각히 훼손된 상태라고 주장했다.

MBK는 "고려아연 이사회가 제대로 기능했다면 5천600억원 원아시아파트너스 출자,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에 활용된 투자, 완전자본잠식 이그니오홀딩스 5천800억원 인수는 가당치도 않다"고 맞받았다.

또 MBK는 고려아연 사외이사 7명 중에 부적격 인사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외이사인 한 교수가 원아시아파트너스 지창배 대표가 운영했던 '청호컴넷'에서 사외이사를 역임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MBK와 영풍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 대표와 중학교 동창으로,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운영하는 8개 펀드 출자금의 80∼90% 이상이 모두 고려아연에서 지급됐다. 이 펀드들의 투자 대비 총손실액은 올해 6월 말 기준 1천378억원(-24.8%)으로 추산된다.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에 활용된 원아시아파트너스 하바나1호 펀드는 고려아연 지분이 99.8%로, 최 회장은 지난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MBK는 "최윤범 회장은 주식회사의 근본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를 무력화했고, 고려아연 이사회 기능은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최 회장에 대한 건전한 견제가 이뤄질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22일 글로벌 투자 리서치 플랫폼 '스마트카르마'는 보고서를 통해 ▷형편없는 투자 ▷악화되는 수익성 ▷3자 배정 유상증자, 자사주 교환으로 늘어난 유통주식수 등 고려아연 경영진에 대한 3가지 우려사항이 타당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