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경력의 고속버스 기사 김상호씨가 본 고속버스의 흥망성쇠, 지금의 현실
"떠나가는 동료들 붙잡을 수도 없어, 대중교통 수단 인식 기사 처우 개선 꼭 필요"
"28명의 동료와 함께 시작한 고속버스 기사직, 이젠 다 떠나고 10명도 채 안 남았습니다.
21년째 고속버스 기사로 근무 중인 김상호(57) 씨에게 현재 고속버스 업계 사정을 묻자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풀어냈다.
김 씨는 화물 운송업 5년과 시내버스에서 5년 등 모두 10년의 경력을 가진 베테랑이었지만, 입사 당시 고속버스 기사의 진입 장벽이 매우 높았다. 그는 "고속버스 기사는 제복도 맞춰 입는 등 상당히 자부심도 높고 급여 조건도 좋아 선망하는 직업이었다"며 "30명씩 면접에 몰렸고, 둘 중 하나는 떨어질 정도로 지원자도 많았다"고 말했다.
고속버스 기사로 입사한 후 10년간은 근무 환경에 매우 만족했다. 김 씨는 "과거 시내버스에선 일명 '끊어치고 먹는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앞 차를 추월해 손님을 한 명이라도 더 태우려는 경쟁이 심했다. 배차시간을 더 당기려고 무리한 운행도 잦았다. 반면 고속버스는 정해진 시간에 목적지까지 운전하면 되니 근무 환경도 좋았고, 급여에 각종 수당까지 더해져 시내버스 기사보다 2배 가까이 월급이 많았다"고 했다.
당시는 휴게소에서 대형 화물차 기사들이 고속버스 기사는 어떻게 들어가는 거냐고 물어볼 정도로 호시절이었다. 하지만 고속철도가 도입된 후 승객들이 분산되면서 고속버스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2020년 코로나19 펜데믹은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켰다.
준공영제 시행 등 지자체로부터 지원을 받는 시내‧시외버스 업계와 달리 고속버스 업계는 재정 지원이 거의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히려 보수와 근무 환경이 역전된 시내버스나 배달운송업으로 기사들이 이탈했다.
김상호 씨는 "코로나19 발생 전후로 상황이 역전됐다. 급여가 높아 감수했던 장거리 지역 숙박도 이젠 기피하는 이유가 됐다. 급여도 비슷한데다 집에서 출퇴근할 수 있는 시내버스로 다들 떠났다. 후임 기사들도 잘 들어오지 않는다. 남아있는 기사들도 이직을 염두에 두고 있다. 언제까지 이 일을 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놓았다.
기획탐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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