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재정부담, 형평성 등 문제제기 이제는 넘어서야
진실화해위서도 피해 인정·명예 회복 권고
16대~21대 국회서 실패…22대 국회선 다를까
6·25에 참전한 소년소녀병 등에 대한 보상 근거를 마련하려는 정치권의 움직임이 잇따르지만 정부 측의 미온적 태도는 여전하다. 이들의 희생에 대한 국가의 실질적 명예회복 조치를 권고하는 지적이 제기돼도 막대한 국가재정 소요가 발생할 수 있다는 등 이유로 완강하기만 하다.
1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6월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대구 동구군위을)은 6·25 참전 소년소녀병 보상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소년소녀병은 6·25 전쟁 발발 후 군번을 부여받은 정규군으로서 만 17세 이하 나이에 복무한 뒤 제대한 자로 2만9천622명이 참전했다.
전쟁 당시 국군이 총 10만5천여 명이었던 점을 고려할 때 소년소녀병 참전은 아군 전력에 큰 도움이 됐지만 2008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소년소녀병의 정확한 실체를 조사, 확인'하라는 의견 표명이 있기 전까지 합당한 평가와 예우가 이뤄지지 못했다.
특히 정치권에선 이들이 미성년 상태에 입대해 교육기회를 잃고, 제대 후에도 사회 적응과 자립 기반 마련 등에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이에 상응한 보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제16대 국회 때부터 지난 21대 국회 때까지 매번 관련 법률안이 발의됐지만 정부 측이 타 단체와의 형평성, 국가재정 부담 등을 이유로 반대해 임기 만료로 폐기되기 일쑤였다.
이러한 사정은 22대 국회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강 의원 법안에 대한국방위원회 검토보고서를 살펴보면 정부 측은 여전히 보상의 필요성이 있는지, 재정 소요는 어떻게 할지 등 종합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다만 보상금이 아니라 위로금을 지급하는 방안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더했다. 현재 추정 생존자(2천786명)와 유족 신청자(4천853명) 예상 인원은 7천639명으로 1인당 위로금을 1천만원씩 지급 시 700억원대 예산이 필요하다.
강 의원 법안은 지난달 27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관 법안심사소위에 회부돼 앞으로 본격적인 심사대에 오를 예정이다. 정부의 전향적 입장 변화를 끌어내기 위한 정치권이 노력이 절실한 여건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이들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한 점은 향후 법안 심사에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위원회는 '소년병은 병역 의무가 없었으나 자원입대 혹은 강제징집돼 전황이 불리한 시기 부족한 군사력을 보충, 국가의 안전과 자유민주주의 수호에 공헌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무력 충돌의 희생자로서 생명권 침해등 육체적·정신적 피해와 학습권 등 사회적 피해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명예 회복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21대 국회 소위 심사에서 여야 의원 간 이견을 상당부분 조율했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돼 아쉬움이 컸다"며 "과거 심사 자료가 충분하고 진실화해위 권고가 더해진 만큼 22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통과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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