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민자 개·고양이 식용 발언'…31세 극우 음모론자 배후

입력 2024-09-14 21:14:04

로라 루머가 트럼프 발언 부추겨
전용기로 토론회까지 동행…트럼프는 두둔

로라 루머가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 국제공항에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함께 대선 토론을 위해 도착했다. 연합뉴스
로라 루머가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 국제공항에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함께 대선 토론을 위해 도착했다. 연합뉴스

미 대선에서 이른바 '극우 음모론자' 로라 루머(31)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0일(현지시간)에 열린 TV토론에서 "이민자들이 주민들이 기르는 개, 고양이를 먹는다"는 발언의 배후 인물로 지목되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언급한 오하이오주 소도시 스프링필드에서는 폭탄 테러 위협이 이어졌으며 백악관은 12일(현지시간) 주민들의 삶을 위험에 빠트리는 "혐오 발언"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루머는 누구?

영국 언론들은 이 괴담의 출처로 루머를 주목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자칭 '백인 우월주의자'인 루머가 '아이티인들이 반려견과 고양이를 먹는다'는 트럼프 주장의 출처로 여겨진다"고 이날 보도했다.

더타임스는 루머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에서 며칠간 이 이야기를 퍼트렸고 바이든 행정부에서 불법 이민 문제를 맡아온 해리스 부통령을 공격하는 데 이를 활용하도록 트럼프 전 대통령을 부추긴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이민자 문제가 미국 대선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트럼프 진영은 해리스 부통령이 국경을 제대로 통제하지 않았다고 비판해왔다.

영국 BBC 방송은 대선 후보 TV토론 전날인 지난 9일에도 루머가 120만 팔로워를 보유한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서 '이민자들이 반려동물을 먹는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1993년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태어난 루머는 극우단체인 '프로젝트 베리타스' 등에서 활동해왔다.

극우 인플루언서이기도 한 루머는 9·11 테러가 미국 정부의 내부 소행이라는 등의 음모론과 반(反)이슬람을 설파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해리스 부통령이 흑인이 아니라는 주장 등의 음모론을 퍼트렸다고 BBC는 전했다. 이러한 거짓 선동으로 인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서는 퇴출됐다.

2020년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원을 받아 공화당 플로리다주 하원의원 후보로도 출마했지만 떨어졌다.

◆트럼프와 절친(?)

최근엔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 행사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TV토론이 열린 펜실베이니아 필라델피아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전용기를 타고 간 것으로 전해졌다. 토론 다음날인 지난 11일 9·11 테러 추모식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함께 참석했다. 과거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에서도 목격된 적이 있다고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루머에게 선거 캠페인 내 공식적인 역할을 주고 싶어 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고문들이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루머의 일부 영상을 트루스소셜에 공유하기도 했다.

더타임스는 "트럼프가 근거 없는 주장들을 퍼트리는 것으로 알려진 루머에게 자문해왔다"면서 "트럼프 측 인사들은 트럼프가 루머와 같은 분열을 일으키는 인물들의 말을 들으면서 '실책'(unforced errors)을 하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한 보좌관은 지난 1월 NBC 뉴스에 루머에 대해 "그(트럼프)를 위해 일하는 모든 사람은 그녀를 골칫거리(liability)로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캠프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BBC에 따르면 트럼프 캠프와 가까운 익명의 소식통은 미국 인터넷 매체 세마포에 루머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가까워진 것에 대해 그들(캠프)이 100%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트럼프 캠프가 그녀에게 어떤 가드레일을 두든 효과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감싸는 트럼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루머를 "자유로운 영혼"이라 지칭하며 두둔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3일 캘리포니아의 자신 소유 골프장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당내의 우려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나는 로라를 통제하지 않는다. 로라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나는 로라에게 뭘 하라고 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루머가 퍼뜨려 온 음모론과 인종차별적 발언 등에 대해서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루머는 14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난 언제나 도널드 트럼프를 위해 싸웠고 어떤 대가도 바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 "지난 수년간 그래왔던 것처럼 난 조사와 폭로 활동에 계속 열심을 다할 것"이라면서 자신에 대한 당내 일각의 비판은 "그저 사소한 방해였을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