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이 불러온 작은 학교] <상> 대구 출생아 수 1만명 아래 '뚝'…학령인구 감소에 늘어나는 '작은 학교'

입력 2024-09-04 17:46:22 수정 2024-09-08 20:30:52

대구 작은 학교 총 52곳…군위 편입되며 숫자 껑충
군위읍 위치한 군위초·중·고 제외하면 11개 작은학교

4일 대구 군위군 의흥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하교를 하고 있다.이 학교는 전교생이 13명 불과하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4일 대구 군위군 의흥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하교를 하고 있다.이 학교는 전교생이 13명 불과하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한 반에 학생 40~50명이 빽빽이 앉아 있던 '콩나물 교실'은 이제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인구가 몰리는 일부 신도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한 학급당 학생 수가 20~25명 안팎이다. 학급당 학생 수가 점점 줄어드는 이유는 학교가 저출생 및 인구 감소의 영향을 직격탄으로 받는 곳이기 때문이다. 올해 신입생이 없어 입학식을 하지 못한 초등학교도 181곳에 달했다. 취학 가능 인구가 줄면서 학생 수와 학급 수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는 작은 학교 비율은 전국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 속에서 교육계에서도 시대에 적합한 학교 정책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저출생 여파 학령인구 감소 가속화

지난 2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인구동향조사 출생·사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전년도 대비 0.06명 내려갔다. 분기별 합계출산율은 사상 처음으로 0.6명대로 떨어졌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합계출산율은 0.6명대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다. 연간 출생아 수도 23만 명대로 10년 전인 2013년의 절반(43만7천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저출생으로 인한 여파는 학령 인구 감소로 곧장 이어진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초등학교 입학생은 36만9천441명으로 지난해 40만1천752명보다 1년 만에 3만 명 이상 감소했다. 초등학교 1학년 학생 수는 꾸준히 줄어 내년 32만명으로 감소한 뒤 2026년 29만686명으로 30만 명 이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구 지역도 저출생과 학령인구 감소의 거센 바람을 피해가지 못했다. 지난해 대구 지역 합계출산율은 0.70명을 기록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간 출생아 수는 전년(1만100명)보다 7.2% 감소한 9천400명으로, 출생아 수가 1만명 아래로 떨어진 건 통계를 낸 1981년 이후 처음이다. 10년 전(1만9천340명)과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쪼그라든 수준이다.

이러한 추세로 올해 대구 지역 초등학교에 입학한 2017년생은 1만6천966명으로 처음으로 1만7천명 선이 무너졌다. 내년 취학하는 2018년생은 1만5천51명으로 11.3% 줄고, 이어 2026년에는 7.9%, 2027년에는 14.7%로 계속 줄어 2022년생이 입학하는 2029년에는 입학생이 겨우 만 명을 넘는 1만0325명으로 전망된다.

신입생이 없어 입학식을 하지 못하는 학교도 하나둘씩 생겼다. 올해 신입생이 '0명'인 학교는 북구, 군위군을 포함해 총 4곳이다. 신입생 10명 이하인 학교도 ▷2022년 11개교 ▷2023년 16개교 ▷2024년 20개교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4일 대구 군위군 의흥초등학교에서 4학년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이 학교는 전교생이 4학년 학생 4명을 비롯해 16명 불과하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4일 대구 군위군 의흥초등학교에서 4학년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이 학교는 전교생이 4학년 학생 4명을 비롯해 16명 불과하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대구 지역 곳곳 작은 학교 증가 추세

학령인구가 감소하면 학교와 학급 내 학생 수가 일정 기준 이하인 작은 학교가 생겨나는 상황을 피할 수 없다.

대구 지역도 현재 총 52곳이 작은 학교로, 지난해 7월 군위가 대구에 편입되면서 숫자가 껑충 뛰었다. 작은 학교의 기준은 지역마다 다른데 대구는 도시의 경우 학생 수 200명 이하, 농촌의 경우 60명 이하다. 올해 4월 기준 초등학교는 240곳 가운데 35곳(14.6%), 중학교는 127곳 가운데 17(13.4%)곳이 작은 학교다. 군위가 11곳(의흥초 석산분교장 제외)으로 가장 많았고, 서구(10곳), 달서구(8곳), 북구(7곳) 순으로 뒤를 이었다.

북구 교동중은 2018년 학생 수가 200명을 밑돌다 2022년 85명으로 감소하며 폐교했고, 달서구 신당중도 전교생 125명으로 지난 1월 문을 닫았다.

농촌이나 산간벽지의 사정은 더 어렵다. 군청 같은 행정기관이 자리한 읍에 있는 학교는 그나마 학생 수 감소 걱정을 덜 하는 편이지만, 면에 있는 학교는 소멸 위기에 맞닥뜨린 상황이다.

전체 인구 2만3천220여 명인 군위군이 그렇다. 올해 4월 1일 기준 군위 지역 학교는 초등학교 8곳, 중학교 5곳, 고등학교 1곳 등 총 14곳으로, 전체 학생은 850명이다. 이 중 절반이 넘는 674명(79.3%)이 군위읍에 있는 학교에 다닌다. 이마저도 전체 학생 수는 ▷2022년 963명 ▷2023년 894명 ▷2024년 850명으로 해마다 감소하는 추세다.

군위읍에 위치한 군위초(239명)와 군위중(187명), 군위고(248)를 제외하면 군위의 면 소재 학교는 모두 작은 학교다. 구체적으로 부계초(39명), 효령초(28명), 고매초(19명), 송원초(16명), 의흥초(16명), 우보초(6명), 의흥초 석산분교장(1명), 효령중(19명), 부계중(16명), 의흥중(13명), 군위중 우보분교장(3명) 등이 있다.

◆복식학급에 교원 1인당 학생 수 감소

군위 지역 면 소재 학교들은 대부분 학생 수가 3명에서 40명 미만인 작은 학교이기 때문에 학교의 모습이 도시의 일반 학교들과 조금 다르다.

일부 학교들은 한 학년 당 한 학급이 아닌 복식학급(複式學級)으로 구성돼 있다. 복식학급은 학생 부족, 교사 부족 등의 이유로 한 교실에서 한 교사가 2개 이상의 학년을 운영하는 학급을 말한다.

송원초는 2학년 학생 2명과 3학년 학생 2명, 5학년 학생 3명과 6학년 학생 1명을 복식학급으로 운영하고 있다. 우보초는 2·3학년과 4·5학년, 의흥초는 1·3학년과 5·6학년 복식학급을 운영하고, 효령초와 고매초도 각각 1·2학년, 1·4학년을 함께 운영한다.

학생 수가 적다 보니 교사 한 명이 담당하는 '교원 1인당 학생 수'도 적다. 군위 지역 초등학교 교원 1인당 학생 수는 ▷2022년 5.1명 ▷2023년 4.5명 ▷2024년 3.9명으로 계속 감소하고 있다. 중학교의 경우 ▷2022년 4.5명 ▷2023년 4.4명 ▷2024년 3.8명, 고등학교의 경우 ▷2022년 6.9명 ▷2023년 6.3명 ▷2024년 6.2명으로 마찬가지다. 교원 1인당 평균 학생 수 초등학교 12.7명, 중학교 11.6명, 고등학교 10.1명과 적잖은 차이가 있다.

학생 수 감소 폭은 앞으로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교육 당국은 학령 인구가 2030년에는 426만 명, 2040년 402만 명, 2050년 368만 명, 2060년에는 302만 명으로 계속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대구 지역의 급격한 학생 수 감소로 향후 공교육의 질적 수준을 담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됐다"며 "적정규모학교 육성과 근본적인 교육시스템 재구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