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 전 대통령 가족 의혹 수사, ‘정치 보복’ 운운은 허튼소리

입력 2024-09-02 05:00:00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 다혜 씨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押收搜索)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정치 보복의 칼을 분명하게 꺼내 들었다"며 강력 반발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정치 보복이란 칼을 너무 믿지 말라. 결국 그 칼에 스스로 당하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검찰 독재 정권의 정치 보복은 (대통령이) 탄핵돼야 끝나나"라고 말했다. 검찰의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를 '정치 보복'이자 '대통령 탄핵 문제'로 몰아가는 것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딸 다혜 씨 주거지 압수수색은 문 전 대통령의 전 사위 서모 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수사 과정의 일환(一環)이다. 2018년 3월 이상직 전 민주당 의원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에 취임하고 4개월쯤 후 다혜 씨의 전 남편 서 씨는 항공업계 경력이 전무함에도 태국 항공사인 타이이스타젯에 전무이사로 취업했다. 검찰은 서 씨가 이 전 의원이 실소유주라고 알려져 있는 타이이스타젯에 취업해 급여 등으로 받은 2억원가량이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 성격인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다혜 씨 압수수색 영장에 문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피의자(被疑者)로 적시(摘示)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7년 6월 이 전 의원을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위원에 임명했다. 2018년에는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에 임명했다. 또 민주당은 2020년 총선에서 텃밭인 전주에 이 전 의원을 공천해 금배지를 달게 했다. 이 전 의원은 문 대통령의 딸 다혜 씨 가족의 태국 극비 이주를 도왔다는 의혹(疑惑)과 다혜 씨 전 남편의 항공사 취업을 도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우연일까. 이런 의혹이 문 정부 시절 제기(提起)됐지만 문 전 대통령과 청와대는 설명한 적이 없다.

야권은 윤 정부 3년 동안이나 파헤치고 있다고 반발하지만,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가족 수사는 늦어도 많이 늦었다. 딸 다혜 씨의 청와대 직원과 금전 거래 의혹과 전 남편 취업 의혹, 이상직 전 의원 관련성 등은 수사가 거의 완료됐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수사 상황이 쑥 들어가 버렸다. 수사하고도 기소(起訴)하지 않기 위해 시간 벌기 '꼼수'를 쓰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검찰은 의혹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 전직 대통령과 그 가족이기 때문에 각종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지 않는다면 법치국가라고 할 수 없다. 야당은 '정치 보복' 운운하며 어깃장 놓지 말아야 한다. 자신들이 수사하면 '법치'이고, 자신들을 수사하면 '정치 보복'이란 말인가.

문 정부는 국정 농단 프레임을 씌워 전직 대통령 두 사람을 구속하고, 수많은 사람을 구속하고 수사하고, 기소했다. 하지만 그들 중 상당수는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기무사 계엄령 의혹) 또는 법원에서 무죄(양승태 전 대법원장) 판결이 나왔다. 그 사건들은 그야말로 정치적 프레임으로 엮은 사건들이었다. 하지만 지금 문 전 대통령 가족 관련 사건은 '뇌물'과 '대가성 자리' 교환 의혹이다. 그 수사는 정치 보복과 전혀 무관하다. '정치 보복' 운운은 헛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