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단체명 등 일부 명사, 표기법 따르지 않아도 돼
예외 규정 멋대로 적용, 공원 → 'Gongwon' 등 엉터리 표기 난무
전문가 "고유명사 표기 전수 조사, 적절한 체계로 정비해야"
고유명사의 '굳어진 영문 표기'를 허용한다는 예외 규정이 제멋대로 적용되면서, 같은 대상을 지칭하는 영문 표기가 서로 불일치하는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혼란을 줄이려면 일관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표기법을 다시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국내에서는 명사를 영어로 표기할 때는 로마자 표기법을 따라야 하나, 일부 고유명사의 경우 예외를 허용하고 있다.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에 따르면 인명 및 회사명, 단체명은 그동안 사용해 온 표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이같은 고유명사는 규칙에 따라 전면 수정할 경우, 더 큰 불편함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이 예외 규정에 해당하지 않는 온갖 고유명사가 임의로 표기되고 있는 것. 각 지자체는 문화재명과 지명을 영문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표기법을 따르지 않고, 여러 개의 표기를 혼용하고 있다.
가령 전주시는 금산사(Geumsansa Temple)를 일부 관광 안내판에서 'Keumsansa Temple'로 표기하고, 서울시는 탑골공원(Tapgol Park)을 종종 'Tapgolgongwon'으로 명명해 왔다. 또 지난해 6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지자체의 영문 표기를 살핀 결과, '○○시(Si)'라는 표현은 'City'로 잘못 표기하는 등 고유명사는 입맛대로 표기해도 된다는 인식이 팽배한 상태다.
대구시 역시 잘못된 영문 표기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4일 공개된 박정희 광장 표지판에 적힌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영문명이 어법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Park Jeong Hee'라는 표지판 표기는 기존에 통용되던 표기인 'Park Chung Hee'가 아닌 데다가, 로마자 표기법도 따르지 않았다. 로마자표기법을 따랐다면 박은 'Bak'으로, 희는 'Hui'로 표기해야 한다.
대구시는 지난 2017년 도로 안내표지의 영문 표기의 오류를 정비하는 등 올바른 표기를 위해 노력해 왔지만, 새로운 표지판이 구설수에 오르면서 체면을 구겼다. 당시 대구시는 3억원의 예산을 배정하고, 잘못된 한문 및 영문 표지판 937개를 전면 정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인명 등 일부 고유명사도 로마자 표기법을 따르도록 하는 등 일률적인 체계를 마련하지 않으면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제언했다.
도형수 전 계명문화대 영어과 교수는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예외를 허용한 탓에 잘못된 표기로 더 큰 혼란을 불렀다"며 "특히 외국인 관광객들의 혼란을 막으려면 빠른 정비가 필요하다. 국내 고유명사의 영문 표기를 전수 조사하고, 적절한 표기법을 정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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