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19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대표가 선출되어 이재명 2기 체제가 출범했다. 여야 당대표 선거 결과는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예상대로였다. 국민의힘 한동훈은 일부에서 결선 투표를 예상했지만 62.8% 득표로, 이재명은 예상대로 85.4%로 당선되었다.
이번 새로 선출된 여야 당대표는 여야 관계를 복원하여 국내외 경제·안보 위기를 극복하고 민생을 안정시키는 것이 과제다. 문제는 새 양당 대표가 강력한 차기 대권주자라는 점이다. 거기다 윤석열 대통령 임기도 절반을 지나다 보니 사실상 차기 대선이 시작되었다. 국민의 바람이나 민생보다는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양당 대표의 정치적 목적이 우선할까 우려된다.
과거 대선 전 당대표는 정치 현안을 챙기면서 공정한 차기 대선후보 경선 관리를 할 인물이 맡았다. 그래서 당권·대권 분리가 관행이었고 차기 대권주자들도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이번 양당 대표 선출에서는 그러한 관행이나 상식이 깡그리 무너졌다. 이번에는 오히려 그 반대다. 대권주자가 당권을 잡아 차기 대권주자 자리를 굳히려 했다. 실제 의도대로 대권주자가 당권을 장악하여 당내 차기 대권 경쟁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해졌다. 그러다 보니 여야 차기 대권주자 경쟁도 또 '어대한' '어대명'이다.
이렇게 강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한동훈과 이재명은 당대표로 돌아왔다. 그런데다 두 대표 공통점은 법조인이다. 그래서인지 잠재적 호위무사가 대거 들어왔다. 이번 22대 국회에 법조인 출신 62명과 경찰 출신 10명을 더하면 72명이다. 무려 당선자의 24%다. 압도적 지지로 당대표가 되면서 당내 경쟁자를 무력화시키고 법조인과 경찰 출신 호위무사로 둘러싸인 두 진영은 현 상황에서는 철옹성같이 보인다.
그래서 당연히 다음 대선은 한동훈 대 이재명으로 갈 것으로 다들 생각한다. 분명 그 가능성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상황은 그렇게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일단 한동훈과 이재명은 순망치한 관계다. 이재명이 있어야 검찰 출신 한동훈이 있고, 검찰 출신 대통령의 바통을 이어받은 한동훈이 있어야 이재명이 있다. 이러한 구도에서는 상대에 대한 극단적 적대감으로 내부 강성 지지층을 결집시키면 서로가 이긴다고 본다. 이러한 강성층의 가장 큰 특징은 패하기 전까지는 절대로 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후대의 평가를 떠나 박정희 전 대통령의 '우리는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와 같은 역사적 사명 의식과 '조국 근대화', 그리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통일과 관련한 '햇볕정책'이나 '벤처기업' 육성과 같은 국가 리더로서의 사명감과 비전을 기대하는 국민들에게는 걱정이 앞선다.
그뿐만 아니라 정치도 상대를 인정하고 협상과 타협을 하기보다는 강성 지지층을 동원한 강경 노선이 우세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강성의 관성을 누르거나 설득을 해서 여야 협상과 타협의 정치를 끌어내야 할 역할은 이재명과 한동훈 두 대표에게 달려 있다. 그렇게 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당 내외 호위무사를 동원한 결사 옹호와 돌격 앞으로의 정치만 남으며 그 정치공학이나 상징 조작의 모사와 술사가 판을 치는 3류 정치가 될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영수 회담과 달리 여야 당대표 회담이 추진된다는 이야기가 들린다는 것이다. 부디 여야 회담으로 꽉 막혀 있는 여야 정치가 풀려 국가 위기적 상황과 한계에 몰려 있는 민생을 살피는 성과를 기대한다. 그럼에도 이번 여야 회담 또한 순망치한 관계의 정치공학적 접근과 정치적 손익을 튕기며 존재감을 드러내거나 면피용으로 이용하지 않을까 우려도 한다.
또 "어대한, 어대명이여"라며 새 대표 체제에서 변할 것도 기대할 것도 없구나 이런 반응이다. 지금껏 보아온 정치가 실종되고, 민생 법조차 국회와 대통령 거부권을 넘지 못하는 현실에서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부디 새로 출범하는 여야 대표 체제는 또 "어대한, 어대명이여!", 이런 반응을 불식시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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