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시와 시학'으로 등단, 시집 '시님이 무슨 죄가 있겠노' 외
1953년 대구 출생, 해인인문학아카데미 대표
〈한인 식당 차림표〉
울면 안 됩니다
쫄면 더 안 됩니다
냉면만 됩니다
눈물 소금 머금고 있는
주인 부부의 기도문
천만번의 맹세
울면서 쫄면서 먹는
오싹 냉면 한 그릇
몰래 키워온 고향의 봄
복숭아꽃 살구꽃 동토를 녹인다.
<시작 노트>
울란바토르, 황량한 도시 위로 사랑의 어혈인 양 비가 내린다. 여름 내내 비가 내리고 진주식당 아지매는 슬프다. 냉면은 몽골의 짧은 여름을 겨냥한 계절 메뉴이다. 홀에는 어깨 딱 벌어진 몽골 남자 두 명이랑 나뿐이다. 부디, 이 가을엔 행복 하시라. 울지도 말고 쫄지도 마시라. 고비사막에서 삶의 고비를 넘긴 사람은 품이 커진다. 근거도 없이 나를 모함하는 철없는 시인 할머니조차 웃을 땐 새끼 여우처럼 죄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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