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과 전망] 김경수 복권 이슈, 또 불거진 與 당정 불안

입력 2024-08-11 15:26:38 수정 2024-08-11 19:24:07

최병고 서울취재본부장
최병고 서울취재본부장

'친문 적자(嫡子·정통 후계자)'로 불리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복권 이슈로 여야가 술렁대고 있다. 법무부 사면심사위가 지난 8일 올해 광복절 특별사면·복권 대상자 명단에 김경수 전 지사를 포함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하면서다.

김 전 지사는 2017년 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당선시키고자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포털사이트 인기검색어와 인터넷 기사 댓글을 조작한 혐의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아 복역했다. 이후 윤석열 정부 초기인 2022년 12월 사면을 받고 풀려났지만, 복권되지는 않았다. 김 전 지사가 이번에 복권되면 피선거권을 회복해 2026년 지방선거, 2027년 3월 차기 대선 출마 등 정치적 재기의 길이 열리게 된다. 김 전 지사 복권까지는 오는 13일 대통령의 최종 결정만 남겨 두고 있다.

처음에는 김 전 지사 이슈가 이재명 일극(一極) 체제인 민주당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집중됐다. 김두관 당 대표 후보는 "당내에서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며 김 전 지사 복권을 환영했다. 친명계에선 야권 분열용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친명계가 주도하는 현재 민주당 상황에 비춰 원외 인사인 김 전 지사의 역할은 제한적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표 후보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할 때 김 전 지사는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 민주당의 평지풍파(平地風波)를 예상한 김 전 지사 이슈는 엉뚱하게 여권으로 방향을 급선회했다.

김 전 지사 복권 얘기가 나온 지 사흘째인 10일, 한동훈 당 대표가 복권에 반대한다는 전언을 냈다. '민주주의 파괴 범죄를 반성하지도 않은 사람에게 정치를 하라고 복권해 주는 것에 국민들이 공감하지 못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그러자 대통령실에서 '사면·복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는 반박 입장이 나왔다. 이후 김 전 지사 이슈는 오히려 여권 내 자중지란(自中之亂) 상황으로 진행되는 형국이다. 한 원조 친윤 의원은 '여당 대표로서 반대 의견이 있으면 비공개로 대통령실에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한 대표를 탓했다. 친한계 관계자는 한 대표가 이미 물밑으로 복권 반대 의사를 대통령실에 전달했다며 반박에 나섰다.

흥미로운 점은 이 판에 이재명 후보가 스스로 끼어든 것이다. 그는 지난 4월 말 영수 회담을 앞두고 여러 경로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김 전 지사 복권 요청을 했다고 전당대회 경선 직후 기자들에게 직접 밝혔다. 그러자, 이번엔 여권 관계자가 복권은 예정된 수순이었고 이재명 후보 부탁은 없었다는 반박을 내놨다. 이재명 후보의 정치적 계산은 뭘까. 우선 그가 김 전 지사 복권을 자청했다는 점은 친문·비명계 견제와 불만을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어 보인다. 잠재적 당내 대권 경쟁자를 포용하는 지도자의 면모를 부각시킬 수 있다. 자신의 지지자들에게는 자신감으로 비칠 수 있지 않을까. 실제 요청한 적이 있든 없든, 그건 문제 될 게 없어 보인다.

여당으로서 뼈아픈 대목은 당정 관계의 불안 요소가 다시 수면 위로 노출됐다는 점이다. 김 전 지사 복권 전망이 나오자마자 한 대표 측에서 반대 뜻을 밝힌 건 물밑 사전 조율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자, 윤 대통령과의 갈등이 봉합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당정 간에 정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도 의문이다. 한 대표는 취임 후 "대통령께서 수고했다면서 잘해 보자고 말씀하셨다"고 화합 의지를 전했지만, 보수 지지자들은 불안한 눈으로 당정 관계를 지켜보고 있다. 순망치한(脣亡齒寒)을 떠올리는 이는 나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