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민 달성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
올림픽은 지구촌 최대의 이벤트로 특히 개막식은 개최국의 문화와 정체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무대라 할 수 있다. 개막식에서 올림픽기가 게양되는 순간에는 어김없이 고대 올림픽의 발상지인 그리스 태생의 작가 팔라마스(Kostis Palamas, 1859~1943)의 시에 작곡가 사마라스(Spyros Samaras, 1861~1917)가 곡을 붙여 완성한 올림픽 찬가가 연주되는데 이 곡은 올림픽의 개최와 운영을 위해 정한 규범인 올림픽 헌장에 명시된 유일한 올림픽가이다.
올림픽 찬가와는 별개로 조직위원회에서는 해당 올림픽의 주제가를 선정하는데 인류의 화합과 평화, 공존과 번영 같은 올림픽의 정신과 개최국의 문화적 정서가 반영된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의 주제가는 김연자가 부른 '아침의 나라에서(박건호 작사·길윤옥 작곡)'로 결정될 예정이었으나 세계인의 축제로서 국제적 감각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조직위원회에서는 이탈리아의 프로듀서로 3번의 아카데미 주제가상 수상자인 조르조 모로더(Giorgio Moroder, 1940~) 작곡의 '손에 손잡고(Hand in Hand)'를 최종 선정했다.
이 곡이 담고 있는 화합의 메시지가 불과 몇십 년 전 일제의 식민지배와 동족상잔의 전쟁으로 폐허가 됐던 동방의 작은 나라에서 개최된 올림픽의 개막식에서 코리아나의 열창으로 울려 퍼지는 가운데 자국의 전통 의상을 입은 여러 나라의 공연자들과 개막식의 전 출연진이 소용돌이를 이루며 모여드는 장관이 연출됐고 특히 국가 이데올로기로 인해 테러, 보이콧으로 얼룩졌던 1972년 뮌헨, 1976년 몬트리올, 1980년 모스크바,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의 마스코트들이 서울 올림픽의 호돌이와 함께 어울리는 모습은 전 세계의 화합과 올림픽 정신을 상징하는 명장면으로 벅찬 감동을 느끼게 했다.
1992년 올림픽 개최지가 바르셀로나로 결정된 후 당대 최고의 록스타인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 1945~1991)는 이 도시 출신인 세계 정상의 소프라노 몽세라 카바예(Montserrat Caballé, 1933~2018)와의 듀엣을 위해 '바르셀로나(Barcelona)'를 작곡하게 된다. 안타깝게도 프레디 머큐리의 사망으로 올림픽 개막식에서 공연되지는 못했으나 각자의 영역에서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최고의 자리에 올랐음에도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서로에 대한 우정과 존경의 마음을 담아 장르를 초월해 탄생한 이 곡은 올림픽 정신을 상징적으로 대변하며 지금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올해 파리 올림픽 개막식에서는 지난 2022년 강직인간증후군이라는 희귀질환의 투병 사실을 밝힌 후 무대에서 볼 수 없었던 디바 셀린 디옹이 에펠탑에 등장해 프랑스 대중문화의 아이콘인 에디트 피아프(Édith Piaf, 1915~1963)의 대표곡 '사랑의 찬가(Hymne à l'amour)'를 열창했다. 고난을 극복하고 사랑과 희망을 노래한 그녀의 퍼포먼스는 올림픽 정신과 합치되며 모두의 마음을 하나로 묶었다.
이제 올림픽 경기는 당분간 만날 수 없지만 올림픽의 감동은 경기장 밖에서도 느낄 수 있다. 목표를 향한 도전, 끊임없는 노력과 헌신, 공정한 경쟁과 정정당당한 승부, 결과의 승복과 상호 존중의 가치가 발현되는 곳이라면 어디든 감동의 무대가 돼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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