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전기차 화재 차량 中 배터리 탑재 확인…'열 폭주' 대책 마련 시급

입력 2024-08-05 18:00:29

5일 오후 인천 서구 청라동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마친 경찰이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를 옮기고 있다. 지난 1일 오전 6시 15분께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주민 22명과 소방관 1명 등 모두 23명이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차량 40여대가 불에 타고 100여대는 열손과 그을림 피해를 입었다. 연합뉴스
5일 오후 인천 서구 청라동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마친 경찰이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를 옮기고 있다. 지난 1일 오전 6시 15분께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주민 22명과 소방관 1명 등 모두 23명이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차량 40여대가 불에 타고 100여대는 열손과 그을림 피해를 입었다. 연합뉴스

최근 인천의 대단지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에 중국 배터리 제조사 '파라시스 에너지'(Farasis Energy·이하 파라시스)의 제품이 탑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화재 원인이 핵심 부품인 배터리에 있다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화재 예방 및 초기 진압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리콜 이력 중국산 배터리 탑재

5일 국토교통부와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오전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서 불이 붙은 메르세데스-벤츠 EQE 세단의 배터리 셀은 중국 파라시스의 제품이다.

벤츠 EQE에는 글로벌 1위 배터리업체인 중국 CATL의 제품도 탑재되고 있으나, 이번 사고 차량에는 파라시스의 제품이 탑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배터리는 니켈·코발트·망간(NCM) 삼원계 양극재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정확한 모델명은 알려지지 않았다.

2009년 설립된 파라시스는 지난해 매출 23억2천만달러(약 3조1천800억원·점유율 1.8%), 출하량 15GWh(기가와트시)의 실적을 내 매출과 출하량 기준 모두 세계 10위에 올랐다.

2018년 벤츠 모회사인 다임러와 10년간 170GWh 규모의 배터리 주문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2020년에는 벤츠가 9억위안을 들여 파라시스 지분 약 3%를 인수해 배터리 공동 개발에 나섰다.

다만 파라시스의 배터리 제품은 화재 위험성이 높아 중국 내에서도 리콜 조치가 내려지기도 했다. 지난 2021년 3월 중국 국영 베이징자동차그룹(BAIC)은 파라시스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3만1천963대가 '특정 환경에서 배터리 화재 발생 가능성이 있다'며 리콜을 시행했다. 당시 파라시스는 결함을 인정하고 리콜 비용을 모두 부담했다.

◆ 열 폭주 대책 마련 시급

이번 사고의 경우 충전 중인 전기차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이 아닌, 사흘간 주차 중이던 차량에 불이 나면서 원인을 두고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전기차에 탑재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내부의 연쇄적인 폭발로 급격히 온도가 치솟는 '열 폭주' 현상이 나타날 위험이 높고 순식간에 큰 화재로 번져 진화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실제 사고 당시 일반 소화기를 이용해 경비원과 주민들이 초기 진화에 나섰지만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소방대원들이 직접 소방 호스를 들고 순차적으로 방수 작업을 진행한 끝에 화재를 진압했다. 소방 관계자는 "전기차 화재는 질식소화 덮개나 수화수조를 이용하는 방식이 효과적이지만, 진입 자체가 어려워 신속한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화재 위험성은 전기차 보급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6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총 160건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화재 사고가 늘어나는 만큼 피해 예방을 위한 법령이나 대응책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서울시는 리튬배터리 화재를 포함한 대중교통 화재 관리 방안을 내놨고, 울산을 비롯한 일부 지자체에서는 실내 공영 주차장에 리튬 배터리 전용 소화장비를 비치하기도 했다.

한편, 경북도는 지난 4일 전기차 화재 예방을 목적으로 한 '경상북도 환경친화적 자동차 전용주차구역의 화재예방 및 안전시설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