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4쌤의 리얼스쿨] 교실은 별의별 아이들의 집합소,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

입력 2024-08-06 06:30:00

아이들 매 순간 다양한 인간상 만나고 관계 맺어
친구들과 많은 갈등 겪고 해결하는 경험 해봐야

친구 관련 자료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친구 관련 자료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우리 팀장, 결과물 내놓으라고 난리인데 그게 내 마음대로 되느냐고. 구성원이 좋아야지, 구성원이."

"우리 부장은 능력도 없으면서 일만 벌이는 스타일이야. 부하 직원들 생각도 안 하고."

직장인들의 고충이 느껴지는 대화이다. 이를 학생들 버전으로 바꾸면 이렇다.

"우리 조장, 과학 수행 빨리 마무리하자고 난리던데, 우리 조에 진짜 이상한 애들 많지 않냐? 걔들이랑 어떻게 조별 과제를 마무리해."

"반장은 왜 자기 마음대로 일을 벌이냐? 축제 때 퓨전 레스토랑을 하자니, 정작 자기도 만들 수 있는 음식 하나도 없으면서."

◆교실은 별의별 아이들의 집합소

아이들은 학교생활을 하며 매 순간 다양한 인간상을 만나고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친구들과 큰 문제 없이 지낸다면 그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감당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요즘같이 각 집의 자녀가 1,2 명인 시대에 학교생활은 크나큰 사회생활이다. 자신과 또래인 타인의 다양한 생각, 반응을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 학교이기 때문이다.

반티셔츠를 하나 정하는데도 '상의만 하자', '하의도 같이 하자', '아예 하지 말자' 등 의견이 제각각이다. 그 많은 아이들과 소통하며 반응을 받아내고 그 반응에 적절한 반응을 되돌려주며 생활하는 아이들, 이보다 큰 사회생활 연습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또래 문화의 영향이 크고 학생들은 그에 맞춰 가려는 경향을 보인다. 때로는 교사나 부모의 말보다 또래의 말이 더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하는데 이 시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가정과 학교는 완전히 다른 세상

"어머나, 세상에. 우리 아이가 그랬다고요? 집에서는 전혀 그러지 않는데요."

학교에서 있었던 일로 부모와 통화하면 집에서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반응이 많다. 당연하다. 집에서는 부모와 형제 1, 2명 정도뿐이니 말이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1반에 30여 명에 해당하는 학생들과 함께 생활한다. 어떻게 같은 행동을 하겠는가. 한여름 교실 광경을 예로 들어보겠다. 끈적끈적하고 불쾌한 기분, 특히나 체육 시간 직후에는 더 심하다. 집에서라면 얼른 씻고 나올 수 있는데 말이다. 나는 더운데 앞에 앉은 친구는 자꾸 춥다며 에어컨 온도를 올리잔다. 집에서라면 내 마음대로 에어컨을 조절할 수 있을 텐데. 불쾌하니 거친 말이 나가고 거친 말을 받은 아이는 거칠게 되돌려준다. 집에서는 온순한 아이가 단체 생활에서는 다른 면을 보일 수도 있다.

집에서는 한마디도 안 하는 아이가 또래의 관심을 받으려고 과도한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도 부모는 깜짝 놀란다. 집에서는 그저 입을 꾹 닫고 있으니 말이다.

철들지 않은 30명과 함께 있을 때와 나를 사랑하고 이해해 주는 소수의 가족들과 있을 때, 여러 면에서 아이는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 부모도 교사도 이런 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학생을 지도해야 한다.

◆사회생활을 잘 연습할 수 있도록

초등학교 1학년도 '절교'라는 단어를 쓰는 줄은 몰랐다.

"엄마, 민지가 나한테 절교하재. 근데 갑자기 또 같이 놀재."

너무도 아무렇지 않게 절교를 얘기하는 초1 딸에게 물어봤다.

"그래서? 그래서 넌 뭐랬어? 놀자 한다고 다시 또 같이 놀았어? 기분 안 나빴어?"

"응, 난 괜찮은데. 난 민지 좋아하니깐."

좀 전까지만 해도 해맑던 얼굴에 그늘이 드리우더니 이내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생각해 보니 서운하고 속상했나 보다. 이것저것 물어보는 질문이 그 감정에 불을 지른 것이다. 그런 딸을 보니 내가 더 속상해졌다.

'아니, 그래 바보같이 그런 소리 듣고도 헤헤거리며 같이 놀았어? 너 바보야? 자존심도 없어?'

이 말이 혀끝에 맴돌았지만 꾹 참고 말했다.

"내일 학교 가면 민지한테 '내가 너 좋아하는데 다음엔 절교하잔 말하지 마. 그 말 듣고 상처받았어'. 이렇게 말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왜 말해야 해요? 말하기 힘들 것 같은데…."

"네가 말을 해야 그 친구도 네가 속상했다는 사실을 알지. 처음에는 말하기 힘들 수도 있어. 원래 좋은 얘기가 더 하기 쉬운 법이거든. 그래도 엄마는 네 생각을 잘 표현할 수 있었으면 해."

아이는 아직 친구에게 말하지 못했다. 아마 올해 안에 말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아이에게 그런 표현을 해야 한다고 가르쳐 준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학교생활 각 지점마다 생기는 갈등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함께 고민하고 연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그것이 부모와 교사의 역할이다.

별의별 아이들 중에서 자기와 잘 맞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많은 갈등을 겪고 해결하는 경험을 해봐야 한다. 학교생활이야말로 정말 온몸으로 부딪히며 느끼는 사회생활이기 때문이다.

교실전달자(중학교 교사, 조운목 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