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결렬' 전삼노, 쟁의행위 수위 높이고 파업 규모도 확대 예고
반도체 수장 전영현 부회장 "최고 기업 위상 되찾자" 조직문화 제시
삼성전자 노조가 이재용 회장 자택을 찾아 기자회견을 여는 등 쟁의행위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반도체 부문 수장인 전영현 부회장은 최고 기업의 위상을 되찾기 위한 새로운 조직문화를 제시했다.

◆ 이재용 회장 자택 찾은 전삼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은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이 회장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는 이 회장이 총파업 해결을 위해 직접 나서 입장을 밝혀달라"고 말했다.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4년 전 이재용 회장이 '무노조 경영 철폐'와 노동 3권 인정을 이야기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이 회장이 본인의 약속을 지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현재 이 회장은 '2024 파리 올림픽' 참관 등을 위해 유럽 출장 중이다.
앞서 지난달 8일 총파업에 돌입한 전삼노는 지난달 29일부터 사흘간 사측과 임금 인상과 성과급 제도 개선 등을 놓고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최종 결렬을 선언했다. 노사가 의견 차를 좁혔지만 협상 막판에 전삼노가 삼성전자 임직원 자사 제품 구매 사이트인 삼성 패밀리넷 200만 포인트를 추가로 요구하며 교섭이 결국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임금 교섭은 작년과 올해 교섭을 병행해 진행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3·2024년 교섭을 병합하는 조건으로 휴가 개선을 약속한 바 있다.
이현국 부위원장은 "지난 3월 서초(사업지원TF)에서 사측이 약속한 휴가제도 개선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며 "그로 인해 이번 파업이 파생된 것이기에 파업의 책임은 전적으로 사측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성과급의 경우 (구성원이) 예상할 수 있게 제도를 투명화해달라는 것이고, 베이스업(공통 인상률) 0.5% 인상도 월급 기준 평균 3만4천원 수준"이라며 "돈을 더 달라는 게 아니라 삼성전자에 헌신했던 우리를 인정해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삼노는 이달 5일까지 대표교섭 노조 지위가 보장되지만, 이후에도 파업은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삼성전자에는 전삼노를 비롯해 총 5개 노조가 있으며, 6일부터 1개 노조라도 사측에 교섭을 요구하면 개별 교섭이 진행되거나 다시 교섭 창구 단일화를 진행해야 한다.
한편, 전삼노는 사회적 이슈화와 쟁의기금 마련을 위해 국회, 법조계, 시민단체와 연대하는 등 파업 규모를 더욱 키운다는 계획이다. 오는 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이날 오후에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세부 방침을 밝힐 계획이다.

◆ 전영현 부회장 新조직문화 제시
이날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은 "최고 반도체 기업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새로운 반도체 조직 문화를 조성하고자 한다"며 '반도체 신(新)조직문화'(C.O.R.E. 워크)를 제시했다.
지난 5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새 수장을 맡은 전 부회장이 취임사 외에 사내 구성원을 상대로 공식적인 메시지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 따르면 전 부회장은 이날 오후 삼성전자 사내게시판에 "지금 DS 부문은 근원적 경쟁력 회복이라는 절박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며 이 같은 내용의 메시지를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전 부회장은 "2분기 실적 개선은 근본적인 경쟁력 회복보다는 시황이 좋아진 데 따른 것"이라며 "근원적 경쟁력 회복 없이 시황에 의존하다 보면 또다시 작년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반도체 사업에서 15조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낸 삼성전자는 전날 연결 기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10조4천43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천462.29% 증가하고 매출은 74조683억원으로 23.44%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이는 반도체 사업의 실적이 크게 개선된 데 따른 것으로, DS 부문은 매출 28조5천600억원, 영업이익 6조4천500억원을 기록했다.
전 부회장은 경쟁력이 약화한 원인으로 부서간 소통의 벽, 문제를 숨기거나 회피하고 희망치만 반영된 비현실적인 계획을 보고하는 문화 확산 등을 꼽았다.
이에 따라 새 반도체 조직 문화(C.O.R.E)를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C.O.R.E'는 문제 해결·조직간 시너지를 위해 소통하고(Communicate), 직급·직책과 무관한 치열한 토론으로 결론을 도출하며(Openly Discuss) 문제를 솔직하게 드러내(Reveal)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 결정하고 철저하게 실행한다는(Execute) 의미다.
특히 성과급에 불만을 품은 노조 달래기에 나서기도 했다.
전 부회장은 "당초 공지된 내용은 경영계획 목표 영업이익 11조5천억원을 달성할 경우 초과이익성과급(OPI) 지급률이 0∼3%지만 현재 반도체 시황이 회복되고 이익률이 개선되고 있어 모든 임직원이 함께 노력한다면 OPI 지급률은 당초 예상보다 상당히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노조 달래기에 나섰다.
HBM 경쟁력 확보에 나서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그는 "부문장인 저부터 솔선수범해 조속히 경쟁력을 회복하고 더 나은 경영실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경영진 모두와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며 "2024년 하반기를 DS 부문에 다시 없을 기회로 만들어 가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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