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파구 모색하는 K배터리 투자 확대 '엇갈린 행보'

입력 2024-08-01 14:23:19 수정 2024-08-02 06:29:43

현대자동차그룹이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한 인도네시아 배터리셀 공장
현대자동차그룹이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한 인도네시아 배터리셀 공장 'HLI그린파워' 전경. 연합뉴스

전기차 수요 둔화 여파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국배 배터리 업계가 대응 전략에 있어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온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속도 조절에 나선 반면, 보수적인 모습을 보였던 삼성SDI는 기존 계획을 유지하며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 속도조절 나선 LG엔솔·SK온

1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매출 목표를 올해 초 제시한 '전년 대비 한 자릿수 중반 퍼센트(%) 성장'에서 '전년 대비 20% 이상 감소'로 축소했다. 또 IRA에 따른 수혜 규모도 연초 제시한 45∼50GWh(기가와트시)에서 30∼35GWh로 하향 조정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애리조나주 에너지저장장치(ESS)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전용 생산 공장 건설과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의 미시간주 랜싱 3공장 건설을 일시 중단한 상태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25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신규 증설 프로젝트는 시장 수요에 맞춰 유연하게 조정하되, 증설 램프업(생산량 확대) 속도를 조절해 과잉 투자를 방지할 계획"이라며 "당분간 전략적으로 필수적인 부분에 한해서만 투자를 집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SK이노베이션은 올해 2분기 SK온의 배터리 사업이 영업손실 4천601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분기 적자 규모는 전 분기 3천315억원 대비 1천억원 이상 확대됐다. 매출은 1조5천535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천301억원 줄었다.

SK온은 전방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공장 라인을 일부 전환하고, 양산 일정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경훈 SK온 CFO는 이날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하반기에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전사 차원의 원가 절감 활동 등 본원적 경쟁력 강화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라며 "생산 및 구매 경쟁력 제고 등 기존의 운영 효율성 개선 노력은 물론이고 불요불급한 비용 발생이 없었는지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보조금 규모 등 미국 내 생산이 완성차 제조사(OEM)에 중요해지면서 SK온 배터리 미국 공장의 일부 라인 전환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아울러 SK온과 포드의 미국 합작법인(JV) 블루오벌SK도 포드의 전기차 관련 전략 변화 등을 고려해 수요 동향에 따라 유연한 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다.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 인터배터리(INTER BATTERY)' 삼성SDI 부스에 자사 배터리를 활용한 전기차 배터리팩 컨셉 모델이 전시돼 있다.연합뉴스

◆ 삼성SDI 광폭 행보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삼성SDI는 예정대로 대규모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 하반기에도 전망이 좋은 상황은 아니지만, 중장기적으로 고성장할 것이라고 보고 시장 장악력을 위해 투자를 유지하는 기조다.

삼성SDI는 연내 헝가리 법인 증설을 완료하고, 스텔란티스와의 미주 합작법인(JV) 양산 시점을 당초 계획했던 내년 1분기에서 연내로 앞당기기로 결정했다.

김윤태 삼성SDI 경영지원실 상무는 "이미 확보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와 전고체 전지 및 46파이 등 중장기 성장을 위한 필수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며 "상반기 기준으로 이미 전년 대비 2배 이상의 투자를 집행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전략 차이는 삼성SDI가 그동안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에 비해 신중한 투자를 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으로 해석된다. 제품 포트폴리오 면에서 K-배터리 3사가 차이를 보이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