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서 온 김형만, 장영희 씨 부부와 자녀들
김씨 정년 퇴임 기념해 계획한 파리 올림픽 여행
여행서 친구 된 조혜리, 문경언 씨도 올림픽 관전
"올림픽 더하기 파리, 이런 경험 신선하고 재미"
"와, 여기서 동향 사람을 보네요. 반가워요."
물 설고 말 설은 곳에서 만나 더 그럴 것 같다. 프랑스 파리가 워낙 유명한 관광지다 보니 한국인과 마주치는 거야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말을 걸었는데 같은 지역에 사는 사람이라니 놀랍다. 질문에 답해준 가족이나 기자 모두 신기해 하면서 웃었다.
31일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펜싱 사브르 단체전이 열린 그랑 팔레. 1900년 만국 박람회를 기념해 알렉상드르 3세 다리와 함께 지어진 박물관이다. 이번 올림픽에선 명소 곳곳을 경기장으로 활용 중인데 그랑 팔레 역시 그렇게 쓰이고 있다. 태권도도 여기서 진행된다.
유럽, 프랑스에서 인기 스포츠인 덕분인지 경기장 안이 열기로 가득했다. 프랑스 대표팀의 경기 때는 관중들의 함성으로 실내가 흔들렸다. 그 와중에 태극기를 손에 들고 흔드는 이들도 간간히 눈에 띄었다. 그 중 몇 명을 만나 말을 붙였다.
중년 부부인 김형만, 장영희 씨는 경북 포항 사람들. 딸과 아들인 연지, 현규 씨와 함께 펜싱장을 찾았다. 말을 건네니 살갑게 맞아주신다. 남매 옆에 여성 둘이 더 있기에 혹시 일행이냐고 물었더니 딸 연지 씨의 친구들이란다.
기자가 "대구에서 왔다, 매일신문 소속이다"고 하니 더 반긴다. 장씨가 "같은 대구경북 사람을 여기서 볼 줄 몰랐다. 한 식구를 봐 반갑다"며 활짝 웃었다. 기자가 아버지의 고향이 포항 흥해라 하니 다시 한 번 놀란다. 장씨 가족은 "우리도 포항 흥해 쪽에서 왔다"고 했다.
지난해 김씨가 정년 퇴임한 뒤 이들은 1년 간 하나하나 준비해 기념 여행을 떠나온 길. 10년 전 파리에 여행 온 적이 있으니 이번이 10년 기념 여행이기도 하다는 게 장씨의 말이다. 직장인인 남매는 이때를 위해 휴가를 내고 부모와 함께 파리를 찾았다.
장씨는 "10년 만에 파리 거리를 다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처음 왔을 땐 낯선 곳이다 보니 긴장도 했는데 지금은 편한 마음으로 돌아보고 있다. 여유가 생기니 이전에 안 보이던 것들도 눈에 들어온다"며 "마침 올림픽이 열려 축제 분위기를 제대로 즐기고 있다"고 전했다.
숙소를 정하고, 경기장 티켓을 구하는 등 모든 일은 남매가 처리했다. 10박 11일 일정으로 여행을 계획한 일행은 파리에서 5일을 지낸 뒤 영국 런던으로 건너갈 계획이다. 장 씨는 "경기장에만 들어갈 수 있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우리 선수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 행운이다"며 "아이들을 잘 둔 덕분에 패키지 여행 온 것처럼 편안하게 다니고 있다"고 했다.
조혜리(30), 문경언(34) 씨도 이날 그랑 팔레를 찾았다. 얼굴에 태극기를 예쁘게 그려 넣고는 한국 선수들을 응원하는 데 열을 올렸다. 조씨는 경기도 부천, 문씨는 의왕 출신. 고향도, 나이도 달라 어떤 사이인지 물으니 여행하다 만난 사이란다. 이젠 뜻이 잘 맞는 친구다.
2021년 울릉도 여행 중에 만난 게 이들의 첫 인연. 나이는 다르지만 말이 잘 통하고 여행을 좋아하는 등 취향도 비슷해 친해졌다. 조씨는 "파리 올림픽을 보러 가자는 데 뜻을 모아 1년 반 전부터 함께 계획을 짰다. 일찌감치 올림픽 경기 티켓을 구하는 등 여행을 준비했다"고 했다.
일을 잠시 쉬고 있어 시간 여유가 있던 조씨와 달리 직장인인 문씨는 휴가를 냈다. 조씨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15일 간 걷고 파리에서 문씨와 만났다. 이들은 승마, 탁구, 펜싱, 배드민턴, 양궁 등 7개 종목을 봤다. 문씨는 8박 10일 일정을 마치면 한국으로 돌아가고, 조씨는 튀르키예를 돌아본 뒤 귀국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번 여행 중 특히 인상적이거나 재미있었던 게 무엇이냐고 물으니 한 목소리로 답했다. "'올림픽 더하기 파리'인데 못 참죠. 일찍부터 돈을 모아 파리에 왔어요. 에펠탑, 베르샤유 궁전 등 명소에서 올림픽을 보는 게 신선하고 재미있는 경험입니다. 언제 또 이런 걸 느껴볼까 싶네요." 파리에서 채정민 기자 cwolf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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