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민 달성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알고 그것을 실제로 행하는 것은 보상심리의 충족과 함께 높은 행복감을 준다. 우연 또는 호기심에서 비롯된 어떤 경험을 했을 때 그것이 굉장히 좋았거나 혹은 반대인 기억이 있다면 왜 그렇게 느꼈는지에 대해 반추해보게 된다. 그렇게 어떤 가설을 세운 후 그것을 입증하기 위해 같거나 유사한 경험을 재차 시도해보며 이 논제에 대한 해답의 범위를 점차 좁혀나가게 된다. 그렇게 어떤 대상을 왜 좋아하거나 싫어하는지에 대한 스스로의 성향을 발견하는 것은 향후 삶의 질 향상에 큰 영향을 준다고 본다.
커피를 참 좋아한다. 어떤 음료와도 차별화된 뚜렷한 정체성도, 한 잔의 추출을 위해 수많은 과정을 거치는 것도, 그 과정에서 보이는 정성스러운 동작들도, 공간을 채우는 특별한 향기도, 카페인으로 인해 섭취에 다소 조절이 필요하다는 것도, 만드는 방식에 따라 생기는 다양한 변주도, 자연스레 그것을 즐기며 나누는 시간도 좋아한다.
여행지에서의 숙박은 보통 호텔을 선택한다. 고유의 정체성과 가치관을 바탕으로 설계된 공간, 제공되는 프로그램과 서비스에서 엿볼 수 있는 브랜드 철학, 객실 곳곳에서 느껴지는 세심한 배려는 단순한 숙박 이상의 문화적 경험을 제공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끌림을 느끼는 다른 주제들도 커피를 좋아하는 이유, 호텔을 선택하는 이유와 비슷하다는 것을 말이다.
정체성과 브랜드의 철학이 분명한 편을 선호한다. 그리고 그것이 내게 온전히 전달되는 경험을 즐긴다. 특별한 존재감, 모든 부분에서 느껴지는 고민의 흔적들, 일관된 정보와 서비스, 그로부터 느껴지는 자부심은 향유자들에게 신뢰감을 주고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는다.
단순히 역사가 오래됐거나 대중의 선호도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존재가치를 입증할 수 있는 편이 좋다. 그런 관심사나 주제를 향유함으로써 나 자신을 보다 잘 알게 되는 과정을 좋아한다. 더 정확히는 철저히 주관적인 관점에서 내가 끌림을 느끼는 대상에 대해 탐구하고 그 가치의 객관성을 찾아내는 행위 자체를 좋아하는 것 같다.
문화를 기획하는 일을 좋아한다. 문화는 공유성과 집단성으로 인해 생성된다. 따라서 내가 좋아하는 일이 나만 좋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래서 적어도 좋아한다면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좋아하는 마음에는 그만한 책임이 따른다고 본다. 그래야 좋아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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