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부앙~부아앙" 굉음질주에 불법튜닝까지…팔공산 폭주족 합동단속 현장

입력 2024-07-28 15:39:42 수정 2024-07-29 09:46:15

동부경찰서·한국안전교통공단 대경지부·동구청 합동단속
폭주족 출몰 잦은 팔공산 일대…"연중 집중단속 계획"

26일 오후 10시 30분쯤 대구 동구 봉무지하차도 인근에서 동구청 직원이 오토바이의 최대 배기 소음을 측정하기 위해 소음측정기를 오토바이 배기구 옆에 놓고 있다. 김유진 기자
26일 오후 10시 30분쯤 대구 동구 봉무지하차도 인근에서 동구청 직원이 오토바이의 최대 배기 소음을 측정하기 위해 소음측정기를 오토바이 배기구 옆에 놓고 있다. 김유진 기자

26일 오후 10시 40분쯤 대구 동구 봉무지하차도 인근에서 대구동부경찰서 교통경찰과 한국도로교통안전공단 대경지부 관계자가 오토바이 불법 개조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김유진 기자
26일 오후 10시 40분쯤 대구 동구 봉무지하차도 인근에서 대구동부경찰서 교통경찰과 한국도로교통안전공단 대경지부 관계자가 오토바이 불법 개조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김유진 기자

"소음기, 전조등이 바뀌었는데 튜닝이력이 없네요? 불법입니다. 진술서 쓰세요."

긴 장마가 끝나고 폭주족들의 한여름 '무법 질주'가 되살아나기 시작한 27일 오후 10시 40분. 대구 동구 봉무지하차도 인근에서 시끄러운 배기음을 내며 달리던 한 남성 운전자를 멈춰 세운 경찰과 한국교통안전공단 관계자들이 오토바이를 샅샅이 뜯어보며 이같이 말했다. 남성 운전자는 "불법인 줄 몰랐다"고 시치미를 뗐지만 경찰이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자 이내 진술서를 써내려갔다.

대구동부경찰서는 이날 오후 10시부터 자정까지 팔공산로 일대에서 유관기관과 합동으로 '야간 이륜차(폭주족) 위법행위 집중단속'을 실시했다. 매년 여름철 팔공산로 일대에 야간 폭주족 난폭운전 및 소음유발로 주민 민원이 속출하는 데 따른 조치다. 특히 팔공산로는 이륜차 과속 단속이 가능한 '후면 무인 교통단속용 장비'가 한 대도 없어 집중 단속요구가 빗발친다.

집중단속 구간에는 동부경찰서 교통경찰 7명, 기동대 55명, 순찰차 4대 등이 배치됐다. 한국안전교통공단 대구경북지부 안전단속팀 관계자 2명, 동구청 환경과 관계자 2명도 합동 단속에 나섰다. 단속 주요 거점인 봉무지하차도를 비롯해 팔공산 동화지구, 파계사 삼거리, 백안삼거리, 파계교 사거리 등 총 5곳에서 단속이 일제히 진행됐다.

26일 오후 10시 15분쯤 한 배달 오토바이 기사가 도로교통법 지시위반으로 단속됐다. 교통경찰이 오토바이 기사에게 신분증을 요구하고 있는 모습. 김유진 기자
26일 오후 10시 15분쯤 한 배달 오토바이 기사가 도로교통법 지시위반으로 단속됐다. 교통경찰이 오토바이 기사에게 신분증을 요구하고 있는 모습. 김유진 기자

이날 오후 10시 15분쯤 봉무지하차도를 주행하던 배달 오토바이 운전자가 경찰의 단속에 첫 번째로 적발됐다. 봉무지하차도는 이륜차 통행금지구간이어서 도로교통법상 지시위반에 해당돼 범칙금 4만원, 벌점 15점 부과 대상이 된 것이다. 경찰의 설명을 들으며 연이어 탄식하던 운전자는 "배달 시간이 한참 늦었는데 큰일"이라며 한숨 쉬었다.

맞은편 길가에서는 오토바이 소음 단속도 한창 진행됐다. 오후 10시 50분쯤 동구청 직원이 소음측정기를 설치하고 엑셀레이터를 돌려 경음기 소음을 측정한 결과 '112㏈'이 찍힌 오토바이가 적발됐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 120㏈의 소음이 발생하는데 이에 맞먹는 굉음인 것이다.

현행법상 이륜차의 소음허용 기준을 초과한 경우 소음·진동 관리법에 따라 2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에 동구청 단속팀이 "경적 소음이 110㏈를 초과해서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고 안내하자 해당 오토바이 운전자는 "중고로 사서 불법 개조 됐는지 몰랐고 알았으면 다 뗐을 것"이라며 "세금이 부족해서 트집 잡는 거냐"며 언성을 높였다.

경찰은 이날 오후 10시부터 2시간 동안 단속을 벌여 불법튜닝 2건, 지시위반 2건, 소음허용기준치 초과 1건 등을 적발, 벌금 수배자 1명을 검거했다. 앞서 지난 6월 21일 같은 장소에서 진행한 단속 때 총 23건을 적발한 것에 비해 확연히 줄어들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6월 봉무지하차도에서 한차례 집중단속을 했던 내용이 라이더끼리 공유되면서 단속을 미리 피하고 있는 모양"이라고 분석했다.

윤희국 동부경찰서 교통과 과장은 "팔공산 일대는 폭주족이 자주 출몰하는 지역인만큼 연중 집중단속 활동을 펼쳐나가겠다"며 "오토바이 운전자들에게도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교통법규를 준수해야 함을 강력히 당부한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전국 폭주족 관련 신고는 총 1천273건이 접수됐는데 이 중 대구가 422건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대구경찰청은 다가오는 광복절에도 폭주족이 대구에서 출몰할 것으로 보고 다음달 14, 15일 이틀 간 특별단속을 실시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