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정, 마약중독 치료약 새지평 열어…정부지원 절실

입력 2024-07-23 16:01:13

이봉효 교수 “마약치료 부작용 및 임상시험 등 후속연구 필요”
사복석 대표 “자금정 명맥유지 어려워…정부 나서 제품화 해야”

자금정. 대구한의대 제공
자금정. 대구한의대 제공

전통한약 '자금정(紫金錠)'이 마약중독을 억제하는 효능이 있다는 대구한의대의 연구결과가 SCI(E)급 국제학술지 '통합의학연구(Integrative Medicine Research)'에 등재됐다.

이번 자금정의 마약중독 치료효과 입증에는 지난 5년 간 연구에 매진해온 이봉효 대구한의대 교수(한의학과)와 20년 간 자금정을 빚어온 사복석 대구 청신한약방 대표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이 교수와 사 대표에게 마약중독 치료에 있어 그동안 양약에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한의학 기반 치료기반으로 새로운 대안이 되고 있는 자금정에 대한 기대와 향방에 대해 들어봤다.

이봉효 대구한의대 교수는
이봉효 대구한의대 교수는 "자금정이 마약중독 치료약 연구에 새지평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구한의대 제공

"자금정이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마약중독의 치료약 연구에 새지평을 열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5년 간 자금정의 마약중독 억제 효과를 연구해온 이봉효 대구한의대 교수(한의학과)는 "자금정은 마약중독 치료약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후속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또한 "세계적으로 사회적문제가 되고 있는 마약중독을 부작용 없이 치료할 수 있는 약이 자금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자금정의 마약중독 억제 효과에 대한 실험을 하면서 필로폰 원료인 메스암테타민을 실험쥐에 주입했을때 급격하게 상승하는 도파민을 억제하는데 효과가 있다는 것을 지난 5년간 연구 끝에 입증했다.

특히 마약중독을 치료하는 양약의 경우 도파민 상승을 억제하는 반면, 거식증이라는 부작용 때문에 미국 FDA(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는 복용량을 철저하게 제한한다. 이 교수가 마약을 투입하지 않은 실험쥐에게 자금정을 투입했을때 움직임이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는 거식증 등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국제학술지 '통합의학연구'에 등재한 논문에서 '자금정이 메스암페타민에 대해 억제 효과를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자금정의 억제 효능이 대뇌 편도핵을 통해서 발휘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침 치료와 병용했을 때 침과 한약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다는 것을 제시한다'고 기술했다.

이 교수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세계적으로 사회문제가 되고 마약중독 치료약을 개발하기 위해 엄청난 연구비를 쏟아붓고 있다"며 "그러나 현재 시판되고 있는 치료약들은 거식증 등 치명적인 부작용 때문에 사용이 극히 제한되고 있는데 자금정은 그러한 행동을 보이지 않아 부작용에 대한 추가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자금정이 마약중독 억제하는 효능을 확인한 만큼 앞으로는 더 많은 연구기관에서 부작용에 대한 실험과 임상시험을 진행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상당한 연구개발비가 소요되는 만큼 정부차원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사복석 청신한약방 대표는
사복석 청신한약방 대표는 "마약중독에 효과가 있는 자금정 명맥 유지가 어렵다. 이제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형 기자

"자금정의 명맥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마약중독 치료효과까지 확인됐으니 정부차원의 지원을 통해 반드시 제품화가 돼야 합니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지난 20년 간 자금정을 직접 만들어온 사복석 대구 청신한약방 대표는 "자금정이 난치피부질환 아토피와 간섬유화 억제, 마약중독 억제효과 등 명약으로 입증됐지만 앞으로 계속 만들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하소연했다.

자금정 원료인 문합, 산자고, 대극, 속수자, 사향 등 5종의 한약재는 개인이 구하기가 무척 어렵다고 했다. 사향은 금보다 비싼데다 제대로된 제품을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다. 속수자는 독성을 제거하는데 꼬박 1년이 걸린다.

사 대표는 지난 20년 간 환자들을 위해 가격을 한번도 안올리고 자금정을 만들어왔지만 언제까지 체력이 버텨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사 대표는 "자금정은 난치염증성 피부질환인 아토피에 탁월한 효과가 나타났다. 아토피는 결국 피부에 종기와 같은 독이 쌓여서 발생하는데 자금정이 해독해줌으로써 효과를 보는 것"이라며 "마약중독도 결국 해독작용 때문에 효능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2018년 대구시 의료산업과의 권유로 대구한의대와 협약을 맺고 자금정 효능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해 아토피 피부염에 대한 효능, 2022년 간섬유화 억제효과, 이번에 마약중독 억제 효과까지 검증했다.

사 대표는 자금정의 제품화를 위해 수차례 노력해 봤지만 식약처 품목허가 문턱을 넘지 못했다. 독성이 강한 원료가 사용되는 만큼 안정성과 유효성 검증, 임상시험 2~3상을 거쳐야 한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같은 절차를 거치려면 80억~100억원이 투입돼야 하는데 개인 한약방에서는 엄두도 못낸다. 일부 제약회사들도 제품화를 검토해보았으며 비싼 재료비와 까다로운 허가조건 때문에 번번이 포기했다.

사 대표는 "아토피, 간섬유화, 마약중독 등에 효과가 있는 자금정이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보이지만 핵심은 해독작용"이라며 "국내 마약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만큼 자금정 제품화를 위해 이변엔 정부가 나서야 할 때"라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