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기간 동안 900명 목숨 앗은 가장 험한 길 '카라코람 하이웨이'
스릴 만끽하려는 여행자로 붐벼
해발고도 4,693m 쿤자랩 고개…설산, 맑은 계곡물 멋진 자연
눈 표범·마멋 등 희귀한 동물 거주
◆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카람코람 하이웨이
파키스탄 미나핀을 떠나자 천길낭떠러지 절벽아래 잿빛 인더스 강물이 흐르고, 뒷산은 머리에 만년설을 이고 있다. 오래된 포장된 도로에는 요란하게 치장한 트럭들과 중국에서 넘어오는 대형화물차가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달린다. 인적이 드문 산간지대가 가까울수록 차량은 뜸해져 적막감까지 돌며 낙석이 길을 막기도 한다. 나무와 풀은 보이지 않고, 회백색의 깎아지른 절벽을 끼고 버스가 달린다. 밑을 내려다보면 아찔한 낭떠러지다.
파키스탄 북부고원 여정의 마지막 길은 세상에서 가장 높고 험한 길로 불리는 카라코람 하이웨이(Karacoram Highway. KKH)다. 파키스탄의 아보타바드(Abbottabad)에서 중국신장의 카슈가르(Kashugar)까지 총길이 1,250km의 왕복 2차선이다. 이 길은 옛 부터 실크로드의 중요한 길목으로 사람들과 물자들이 끊임없이 들고난 길로 고속도로가 개통된 뒤 쓸모를 다한 실크로드는 어느새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희미하게 잊혔지만, 그 흔적만은 여전히 척박한 바위산 길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히말라야, 힌두쿠시, 카라코람의 거대한 산맥들을 가로지르는 카라코람 하이웨이는 20여 년 건설기간동안 약9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난공사로 1980년 완공되었다. 그래서 피의 길이라고도 하지만, 주변 경관과 함께 깎아지른 낭떠러지 길을 달리는 스릴을 만끽하려는 많은 여행자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겨울철에는 눈 때문에 통행할 수 없어 매년 5월 1일에서 10월 15일까지만 길이 열린다.
이 구간은 검문소 몇 개를 포함해서 평균시속 30km로 달리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걸리고, 구간별로 경찰이 탑승해서 교대하거나, 경찰차가 따라붙어 같이 달리기도 한다.
끝없이 펼쳐지는 고원위로 난 실오라기 같은 길하나, 하염없이 이어지다 사라진 곳에는 만년설을 이고 우뚝 선 설산들이 햇빛을 받아 빛나고 있다. 그 아래 양, 야크, 말들이 풀을 찾아 고원을 누비고 다닌다.
병풍처럼 둘러친 만년설 고봉들의 호위 속에 굽이굽이 쿤자랩 패스 고개를 사람도 차량도 헐떡이며 힘들게 올라서면 파키스탄과 중국의 경계다. 중국과 파키스탄을 잇는 접경지대로 실크로드 가운데 가장 숨가쁜 구간이다.
◆ 세계의 지붕 쿤자랩 패스
미나핀을 출발해서 6시간 만에 172km를 달려 한여름인데도 눈발이 날리는 파키스탄과 중국의 국경, 쿤자랩 고개(Khunjerab Pass)에 도착했다. 여행자들은 저마다 세상에서 제일 높은 국경에서 플랭카드를 펼치거나 환호성을 지르며 감격의 순간을 맞이한다. 파카를 꺼내 입기도 했지만 많은 다국적 여행자들의 환호성과 열광에 추위를 잊었고, 준비한 플랭카드를 펼치자 이방인 여행자들이 몰려온다.
쿤자랩 고개는 해발고도 4,693m의 일명 하늘길이라고도 불리는 중국과 파키스탄의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경이다. 쿤자랩(Khunjerab)이라는 이름은 현지 와키어로 '피의 계곡'으로 번역되며, 이 고갯길의 험난한 지형과 역사를 반영한다. 중국과 파키스탄 사이의 무역은 쿤자랩을 통해 이루어진다.
파키스탄측은 파키스탄 국립은행이 관리하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ATM을 갖추고 있다. 히말라야 산맥에 자리 잡은 쿤자랩 고개는 비할 데 없는 아름다움, 문화적 중요성, 특별한 모험의 관문이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나기 위해 찾은 이 고갯길은 험준한 산, 울창한 초원, 수정처럼 맑은 계곡물과 탁 트인 전망을 자랑한다. 무시무시한 무즈타그 아타(Muztagh Ata)를 포함한 눈 덮인 봉우리들이 극적인 풍경을 더한다. 이 지역의 희귀한 히말라야 아이벡스(Ibex), 눈 표범, 마멋과 같은 야생동물을 볼 수 있는 매력적인 곳이다.
국경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만 개방되며, 파키스탄 측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된다. 양측의 모든 출국수속은 오전에, 입국수속은 오후에 실시된다. 국경의 양쪽은 중국과 파키스탄의 휴일(이슬람 휴일 포함)에 폐쇄된다.
◆ 소스트 국경마을
소스트(Sost)는 파키스탄 길기트 발티스탄의 고잘(Gojal)지역에 위치한 조그마한 마을이다. 해발 2,800m에 위치한 이곳은 카라코람 고속도로에서 중국국경을 넘기 전 파키스탄에 속하는 마지막 마을이다.
이 마을은 국경에서 80km 떨어진 전략적 위치로 카라코람 고속도로를 여행하는 사람에게 매우 유용한 곳으로, 파키스탄-중국 국경을 넘는 모든 교통의 관문으로 승객과 화물운송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세관과 출입국 관리소가 있어 국경통관 및 행정절차의 중추적인 곳이다. 소스트는 여객 및 화물 운송의 중요한 환승 지점으로 중국과 교역을 위한 각종 화물 창고들이 있다.
중국과 파키스탄 국경을 넘는 사람들은 이곳에서 출입국 절차를 마쳐야 하며, 중국과의 국경버스를 갈아타거나 파키스탄 북부지역으로 가는 교통편을 구할 수 있다. 이곳에는 중국으로 가는 국제버스가 있으며, 이 버스는 중국의 카슈가르로 연결하거나 중국 국경도시인 타슈구르간으로 연결된다. 버스는 매일아침 이른 시간에 출발하며, 출입국사무소와 세관업무는 버스승차 후 이루어진다.
소스트 사람들은 여행자에 대한 환대는 물론 노래와 춤에 대한 사랑으로 잘 알려져 있다. 마을을 찾은 여행자를 결혼식 전날에 초대하여 한바탕 노래와 춤으로 함께 했다. 평화로운 지역주민들의 환대에 감탄하는 정이 넘치는 곳이다.
국경에서 소스트로 돌아가는 길에 한 줄기 햇빛이 구름을 뚫고 신비로운 파키스탄의 장관이 펼쳐진다. 무엇보다도 산봉우리에 맴돌고 있는 흰 구름이 가슴을 설레게 한다. 하늘을 향해 구름을 뚫고 치솟은 산봉우리는 바람과 구름에 따라 숨바꼭질을 반복한다. 한적한 도로에 버스는 아예 보이지가 않으며, 가끔 지나가는 거대한 트럭만이 느리게 기어가고 있다.
물론 국경마을 소스트에 도착할 때까지 몇 번의 체크포인트를 지났다. 이때마다 검문소에서는'패스포트'란 말 대신 국적을 물을 뿐이다. 그들은 코리아란 말을 듣고는 무척이나 반가워했다. 오늘은 이곳 소스트에서 결혼식에 초대되어 하룻밤을 묵어야겠다.
안용모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 ymahn11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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