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일본 에도 막부는 '사치 금지령'을 내리면서 의복의 색을 쥐색, 차(茶)색, 남색 세 가지로 제한했다. 나라 기강을 바로잡는다는 명목이었다. 그러나 통제적 색깔 강요가 개성 말살의 시대로 가는 것임을 백성들은 잘 안 듯하다. 이들은 농담(濃淡)을 조절해 여러 색상을 만들어냈다. '사십팔차백서(四十八茶百鼠)'라 불렸는데 48가지 차색과 100가지의 쥐색이라는 말이었다.
1990년대 중반 대구에서 자정을 넘겨서까지 영업할 수 있는 술집은 드물었다. 공원 잔디밭이 술집 역할을 대신했다. 잔디밭이 거대한 술집이 될 수 있음을 아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정부가 통제하면 인민은 빠져나간다"는 말은 인류사의 공식이었다. 그러나 뒷정리까지 깔끔하진 못했다. 여름철 새벽 공원에는 미처 위(胃)와 쓰레기통으로 들어가지 못한 쓰레기가 쌓였다.
새벽 시간대를 노린 업장(業場)이 생기는 건 수순이었다. 만두 등 간편한 냉동식품을 해동해 내놓고 술을 팔았다. 일명 '편의방'이었다. 1998년 성업했던 편의방은 400곳이 넘었다고 한다. 체인점처럼 운영되는 곳도 있었다. '눈 가리고 아웅' 식이라는 비난도 일었지만 1998년 4월 합법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석 달 뒤 정부는 광역자치단체장에 위임했던 식품접객업소 영업시간 제한 권한을 회수(回收)하기로 했다.
2021년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으로 구·군청 단위에서 자율적으로 금주 구역을 지정할 수 있게 되면서 '공원 금주'가 확대되는 추세다. 대구에서도 공원 등에서 술을 마시다 적발되면 과태료(5만원)를 내야 한다. 어디까지나 '적발되면'이다. 금연 구역에서 빨리 담배를 피우고 가는 이들이 있듯 얼른 술을 마시고 가는 이들도 더러 보인다. 술집에 가서 마시기엔 궁핍(窮乏)한 주머니 사정 탓일 텐데 조용히만 한다면 실랑이를 벌이기도 뭣하다.
야간에 야외 음주를 즐길 수 있는 곳은 세계에서 손에 꼽힌다. 우리나라가 그중 하나다. 사회적 합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지 않는다. 공원 금주는 고성방가(高聲放歌)와 폭력 행위 등 방종(放縱)의 대가(代價)로 만취자들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편의점 파라솔 아래서 음주를 만끽(滿喫)하는 건 불법이 아니라지만 역시나 고성방가는 금물이다. 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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