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이정훈TV 대표
채널A의 '강철부대'로 인해 육군의 특수전사령부, 해군의 특수전전단과 함께 정보사의 특수임무대인 HID(육상 침투)와 UDU(해상 침투)가 유명해졌다. 이들은 정규전 부대가 아니다. 정규전은 적과 전선을 만들며 싸우는 것인데, 이들은 '전선 전투'를 하지 않는다. D-데이 이전에 침투해 적을 흔드는 게릴라전을 하거나 H-아워 이후론 적진에서 아군의 대규모 공격을 유도하는 특수작전만 한다.
강철부대 덕분에 우리는 해병대가 특수작전 부대가 아니란 것도 알았다. 해병대는 육군처럼 전선을 만들어 밀고 들어가는 정규전 부대다. 그런데도 특수작전 부대로 오인된 것은 적 심장부 가까운 곳으로 상륙해 '제2전선'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해군의 지원만 믿고 은폐·엄폐를 할 수 없는 해안에 내려 적이 즐비한 육지로 돌격해야 하니 해병대에겐 특수작전 부대 이상의 용맹과 단결이 요구된다.
그래서 6·25전쟁에 참전했던 미 해병대 1사단은 "Once a Marine, Always a Marine"이라며 단결을 강조했는데, 우리는 이를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으로 외치게 됐다. 전원 자원자로 편성된 해병대의 콧대를 드러낸 "누구나 해병이 될 수 있다면 나는 결코 해병대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는 1991년 해병대 교육훈련단을 이끈 전도봉, 최원복 씨가 만든 우리의 단결 구호다.
단결 덕분에 용맹해진 해병대는 6·25전쟁을 통해 '귀신 잡는 해병'과 '무적 해병', 월남전에선 '신화를 남긴 해병'이란 칭호를 얻었다. 그러나 단결과 용맹만 강조하면 부작용이 일어난다. '해병대는 죽지 않는다. 다만 돌아오지 않을 뿐이다' '병처럼 깨어질지언정 깡통처럼 찌그러지지 말자' '미제 철망은 녹슬어도 해병대 깃수빨은 녹슬지 않는다' '육군은 땅개, 해군은 물개, 공군은 솔개, 해병대는 미친 개'란 식의 비공식 구호가 난비하며 거칠어진다. 그리하여 얻게 된 악명이 '개병대'.
채 해병 특검으로 시끄러운 가운데 항명죄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군사경찰단장이 돋보였다. 경북대 법대와 고려대 대학원(법학박사)을 나온 그는 딱 벌어진 체구와 당당한 태도로 희생된 해병과 해병대의 명예를 위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여기에서는 채 해병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언급하지 않기로 하자.
아무리 단결을 강조해도 해병대는 하나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체적 진실과 무관하게 정치적 선택은 제각각인 게 민주주의다. 그러나 용맹에는 주목한다. 해병대가 단결을 강조한 것도 적과 싸우는 데 필요한 용기를 내기 위해서였다.
21대 국회 내내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의 정청래 의원 때문에 고민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조차도 그의 말발에 밀리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청래 포비아'를 깨기 위해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세웠던 김경율은 김건희 여사만 잡고 출마하지 않았다. 그 덕분에 대타로 나온 함운경을 가볍게 잡고 다시 여의도에 입성한 정 의원은 11개 법률 위반, 7개 사건으로 4개 재판을 받게 된 이재명을 대신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자신이 위원장이 된 법사위 청문회에서 원하는 답을 하지 않는다고 대한민국 장성들에게 "뒤로 가서 손 들고 있으라"고 한 것.
이에 대해 해병대와 스타들은 항거하지 않았다. 자신과 국군을 모욕한 정 의원을 향해 따귀라도 칠 기세로 다가가는 이가 없었다. '귀신 잡는 해병대'는 '귀신 들린 해병대'처럼 먹먹하게 있었다. 단결은 깨졌더라도 용맹은 남아 있어야 하는데 그것조차도 보이지 않은 것이다. 순간 오합지장(烏合之將)이 오합지졸을 이끌게 된 것이 국군이 아닌가란 의심이 들었다.
문관인 국회의원이 무관인 군인을 통제해야 한다는 '문민(文民)통제'는 없는 말이다. 무관과 문관은 동등하고, 이들은 똑같이 주권자인 시민(국민)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 미국 정치학계는 이를 'civilian control(시민통제)'로 정확히 규정했는데, 김영삼 정권 이후의 한국 정치인들은 '군부독재를 막는다'며 시민을 문민으로 바꿔 번역함으로써, 문관 우위를 만들어 냈다. 이를 언론과 정치학계가 의심 없이 따라 쓰면서 우리 군의 용맹함은 사라져 갔다.
우리 군은 의식용 군대가, 우리 해병대는 '찌그러진 개병대'가 된 것이 아닐까. '심리적인 제2전선'은 적이 아닌 우리 내부에 설정된 것은 아닐까. 북러 동맹으로 안보 위협이 자심한 지금 이를 진지하게 살펴보고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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