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프로의 골프미학]<25>“왜 하냐?” 골프를 대하는 골린이의 마음가짐

입력 2024-07-07 15:39:03 수정 2024-07-07 18:45:59

목적에 대한 합리적 공감 없는 일방적 레슨은 무용지물
골프 입문 한달 전광열 씨, 흥미 느끼면서 기량 발전
흥미 느끼면서, 스윙 자세와 임팩트에 본격 고민 시작

배우 이가령이 골프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골린이 탈출에 도전했다. 출처=TV조선
배우 이가령이 골프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골린이 탈출에 도전했다. 출처=TV조선 '골프왕'

생뚱 맞은 얘기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골린이들을 하루 한달, 그리고 일년 가까이 지나 골프공을 정상적으로 날리는 모습은 레슨 프로에게 낯설지 않은 경험이다. 비기너 시절 가장 힘든 과정중 하나는 이해하지 못하는 골프 메커니즘에 대해 설득을 무한 반복해 뇌에 새김질을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전혀 낯설고 이해할 수 없다'는 골린이를 하루 이틀 설득을 더해 스윙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나아가는 것은 스윙의 테크닉보다 정신적 합목적성을 다져가는 과정이 된다. 합리적 설명이나 긍정의 공감이 없는 무리한 일방적 요구의 레슨은 골린이의 경우 골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점차 고착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설득과 공감이 빠진 레슨은 골프에 대한 지식이 백지상태나 다름없는 골린이를 우선 자신의 본능적 감각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노릇이고, 이는 훗날 치명적이고 제거할 수 없는 나쁜 스윙버릇으로 남기 십상이다. 골프를 배우고 가르치는 서로의 입장이 분명한 레슨 현장에서 대다수 프로들은 자신의 스윙 중심으로 설명과 설득을 하곤 한다.

'왜 이 동작이 안될까'에 대한 골린이의 처지에서 고민을 멈추는 레슨은 합리적 긍정보다 강제적 억지에 가까운 무시와 교만이 내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골프 원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골린이는 일방적 레슨에 대해 묵언으로 동의하는 태도를 취할 수 밖에 없는 을의 입장에서 마음을 닫아버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런 마음 상태에서 계속되는 레슨은 자신의 능력에 불신으로 이어지며, 급기야 '골프는 나와 적성이 맞지 않은 운동일 뿐'이라며 골프채를 내려놓고 환멸에 가까운 외면으로 능력부재를 저주하기도 한다. 이렇게 골프계를 떠난 이들의 숫자가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는 사실은 새삼스럽지 않다.

골프 핸디게임
골프 핸디게임 '골프스타'의 홍보 이미지. 출처=골프스타

필자의 경험에 비춰봤을 때, 골린이가 골프를 시작한 뒤 약 한달 안에 골프에 대한 재미를 느껴야 발전이 있다. '와~ 신기하다', '어! 내 능력이 이만큼 일 줄이야' 등 긍정이나 확인의 공감이 형성될 때, 비로소 골프를 지속하면서 자신의 취미영역으로 자리잡게 된다.

불과 한달에 지나지 않는 기간이지만 필자와 한 골린이의 대화는 하루가 다르게 골프이론에 대한 깨우침이 확장되고, 그것은 골프 자신감으로 승화되고 있다. 불과 2주일 전 골프에 입문한 전광열(38, 대구 수성구 만촌동) 씨는 세차례에 걸쳐 골프입문을 시도하다, 6년만에 처남의 소개로 필자를 찾았다.

전 씨는 세차례 모두 보름을 넘기지 못하고, 골프를 그만 둔 이력을 털어놨다. 그 때마다, 가장 큰 이유로 '재미 없어요'라는 단 한마디로 자신의 심경을 피력했다. 하지만 최근 골프에 재미를 붙이면서, 스윙과 임팩트에 성취감을 느끼고 있다.

그는 필자와 공감의 소통을 하면서, 볼이 클럽페이스에 정타로 맞는 근원적인 이유를 되새기며, 실제로 연습장에서 상상했던 임팩트가 빈번하게 성공하면서 흥미를 느끼게 됐다. 프로와 아마추어 특히 골린이와 마주할 때, 필자는 요란한 이론적 설명보다 골린이가 직접적으로 행위할 수 있는 범위의 임팩트를 적극적으로 안내하고 이를 습관화하는 방식을 채택한다.

입문 두달만에 정규필드를 예약한 전 씨는 볼이 잔디에서 호쾌하게 날아 오르는 뿌듯한 체험으로 자부심을 지니게 될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 같다. 골프를 즐겁게 대하고, 오랜 시간 자신의 취미로 정착하는 과정은 수많은 도움과 조언이 필요한 절차이며 특히 초보 단계에서 절대적인 학습과 교육의 필요성을 간과하지 않기를 수많은 골린이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골프 칼럼니스트(황환수 골프 아카데미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