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터뷰] '꿈나무 아저씨' 버블 아티스트 허희영 씨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 심어주고파”

입력 2024-07-07 13:55:27 수정 2024-07-07 17:15:12

아이들 눈높이 난 광대이고 피에로…우스꽝스러운 모습에 참여도 높아
가족사랑 메시지 많이 담으려 노력…체험 기회 주려 아이들 무대로 불러
지역 장애 전담 어린이집 재능기부…공연보고 웃는 모습 뿌듯 포기 못해

자신을 꿈나무 아저씨라고 소개하는 허희영(38) 씨는 대구경북에서 활동 중인 버블 아티스트다. 그리고 허 씨가 만들어내는 방울방울에는 어린이들을 향한 진심이 담겨 있다.
자신을 꿈나무 아저씨라고 소개하는 허희영(38) 씨는 대구경북에서 활동 중인 버블 아티스트다. 그리고 허 씨가 만들어내는 방울방울에는 어린이들을 향한 진심이 담겨 있다.
자신을 꿈나무 아저씨라고 소개하는 허희영(38) 씨는 대구경북에서 활동 중인 버블 아티스트다. 그리고 허 씨가 만들어내는 방울방울에는 어린이들을 향한 진심이 담겨 있다.
자신을 꿈나무 아저씨라고 소개하는 허희영(38) 씨는 대구경북에서 활동 중인 버블 아티스트다. 그리고 허 씨가 만들어내는 방울방울에는 어린이들을 향한 진심이 담겨 있다.

긴 막대를 대형 비눗물 통에 담갔다 빼니 바람을 따라 크고 작은 방울들이 연달아 쏟아져 나온다. 동그라미 틀을 넣으면 둥근 방울, 사각형 틀을 넣으면 네모 방울. 때론 바람에 찌그러지기도 하고 1초 만에 팡 하고 터지기도 하지만 큰 문제는 없다. 햇빛에 굴절되고 반사된 방울들은 저마다의 색을 띠며 하늘을 자유로이 날아다닌다.

"우리 아이들도 비눗방울 같았으면 좋겠어요. 시련을 만날 때도 있지만 어떤 모양, 어떤 색을 지녔든 결국 저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저는 그런 마음을 담아 방울을 만들어 냅니다" 자신을 꿈나무 아저씨라고 소개하는 허희영(38) 씨는 대구경북에서 활동 중인 버블 아티스트다. 그리고 허 씨가 만들어내는 방울방울에는 어린이들을 향한 진심이 담겨 있다.

자신을 꿈나무 아저씨라고 소개하는 허희영(38) 씨는 대구경북에서 활동 중인 버블 아티스트다. 그리고 허 씨가 만들어내는 방울방울에는 어린이들을 향한 진심이 담겨 있다. 사진은 아이들과 함께하는 공연을 만들어가는 허 씨의 모습.
자신을 꿈나무 아저씨라고 소개하는 허희영(38) 씨는 대구경북에서 활동 중인 버블 아티스트다. 그리고 허 씨가 만들어내는 방울방울에는 어린이들을 향한 진심이 담겨 있다. 사진은 아이들과 함께하는 공연을 만들어가는 허 씨의 모습.
자신을 꿈나무 아저씨라고 소개하는 허희영(38) 씨는 대구경북에서 활동 중인 버블 아티스트다. 그리고 허 씨가 만들어내는 방울방울에는 어린이들을 향한 진심이 담겨 있다. 사진은 허 씨가 만든 비눗방울에 행복해 하는 아이들의 모습.
자신을 꿈나무 아저씨라고 소개하는 허희영(38) 씨는 대구경북에서 활동 중인 버블 아티스트다. 그리고 허 씨가 만들어내는 방울방울에는 어린이들을 향한 진심이 담겨 있다. 사진은 허 씨가 만든 비눗방울에 행복해 하는 아이들의 모습.

-공연하는 모습을 보니 아이들을 다루는(?) 능력이 보통이 아니더라. 경력이 오래됐나

▶아이들과 함께하는 일에 대한 경력은 꽤 길다. 태권도 특기생이었다 보니 첫 직장부터 태권도 사범으로 아이들과 함께 했었다. 그리고 2012년부터는 문화센터에서 트니트니 강사를 했었는데 8년 정도 했다. 트니트니는 영유아 신체 활동 강좌로 거기서도 꿈나무 선생님이라는 이름으로 수업을 진행했었다. 하지만 코로나 시기 실내 수업이 제한 되면서 이 직업을 잃었다.

두 아이를 키우는 아빠이기에, 가장으로서 빨리 직장을 구해야 했고 그때 나의 적성이나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깊게 고민해 봤던 것 같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나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것이 좋더라. 그래서 실내가 아닌 야외에서도, 고정된 아이들뿐만 아니라 더 많은 아이들에게 행복감을 줄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지 생각했다. 그렇게 버블 아티스트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다. 자세히 말하자면 나는 버블쇼도 하고 풍선을 이용한 벌룬쇼도 같이 한다.

-결심을 하신 뒤에 기술을 배운 건가. 처음엔 실수도 많았겠다

▶일단 스승님을 찾아 나섰다. 대구경북에 '꿈쟁이 아저씨'라는 분이 버블쇼 교육을 하고 계시더라. 그래서 스승님께 교육을 받아 사단법인 버블아티스트 1급 자격증을 수료했다. 물론 처음에는 좌충우돌 그 자체였다. 배우는 것이야 배운다 치더라도 현장에서 직접 사용해 아이들에게 선보인다는 게 힘들더라.

여태껏 아이들과 수업을 많이 해봤더라도 공연자로서 무대에 나서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수업 때는 많아봐야 20명인데, 공연은 최소 4~50명부터 1000명이다. 나 혼자서 시선을 집중시키고 퍼포먼스를 하고, 또 그 속에 웃음과 행복을 담아내야 한다는게 참 어렵더라.

자신을 꿈나무 아저씨라고 소개하는 허희영(38) 씨는 대구경북에서 활동 중인 버블 아티스트다. 그리고 허 씨가 만들어내는 방울방울에는 어린이들을 향한 진심이 담겨 있다. 사진은 아이를 꼭 안아주는 허 씨의 모습.
자신을 꿈나무 아저씨라고 소개하는 허희영(38) 씨는 대구경북에서 활동 중인 버블 아티스트다. 그리고 허 씨가 만들어내는 방울방울에는 어린이들을 향한 진심이 담겨 있다. 사진은 아이를 꼭 안아주는 허 씨의 모습.

-방금 공연을 보면 예전 그 모습이 상상이 안 될 만큼 너무 프로페셔널 하더라.

▶감사하다. 나만이 할 수 있는 공연이 어떤 것일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남다른 의상이다. 여러 버블쇼가 있지만, 나처럼 이런 의상을 입은 공연자는 드물다. 버블쇼 같은 경우 멋있는 연출을 위해 대다수가 정장을 입는다. 아티스트적 요소가 강한 마술쇼와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된다.

하지만 나는 보다시피 광대이고 삐에로다. 처음엔 부끄럽기도 민망하기도 했지만 오로지 아이들 눈높이에서 생각을 했다. '나는 멋있는 사람이야' 이기보다 '나는 너희에게 행복과 웃음을 주는 사람이야'라는 마음가짐으로 우스꽝스럽게 아이들에게 다가갔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내 공연은 참여도가 높다. 공연자로서가 아닌 진짜 함께 노는 또래로 생각하는 아이들도 많다.

자신을 꿈나무 아저씨라고 소개하는 허희영(38) 씨는 대구경북에서 활동 중인 버블 아티스트다. 허 씨의 다소 우스꽝스러운 의상은 아이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선택했다고.
자신을 꿈나무 아저씨라고 소개하는 허희영(38) 씨는 대구경북에서 활동 중인 버블 아티스트다. 허 씨의 다소 우스꽝스러운 의상은 아이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선택했다고.

-공연 안에 메시지를 담으려고 노력을 한다던데, 어떤 게 있나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메시지, 가족 사랑에 대한 메시지를 많이 담는다. 평소 힘없어 보이는 아이들, 자신감 없는 아이들이 많지 않나. 지레 포기하는 아이들에게 이런 비눗방울을 보며 힘내라는 말을 한다. 또 내 공연은 참여형 공연으로 아이들을 많이 불러내고, 같이 활동을 하는 편인데 왜소하거나 자신감이 없어 보이거나,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일부러 많이 불러낸다.

그런 아이들에게 함께 비누방울을 만드는 기회, 거대 비눗방울을 만들어서 그 안에 들어가 보게 하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서 무대에 설 수 있는 경험을 만들어 주는 거다. 처음에 쭈뼛대던 아이들도 친구들의 환호와 관심을 받으면 슬슬 웃기 시작하더라. 사실 공연자 입장에서는 참여를 잘 하는 소위 '인싸' 아이를 불러내는 게 훨씬 수월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들을 성장시키고 싶은 것이 내 진심이다. 어떻게 보면 짧은 공연이지만 비눗방울을 볼 때만이라도 걱정거리, 힘든 상황들을 잊혀보라는 의도도 있다.

-성인 대상 공연도 하는가

▶최근에는 어버이날 노인복지센터에 초대를 받아 공연을 갔었다. 나이가 많으시고, 또 치매가 있으신 분도 계셨는데 참 뜻깊더라. 나이가 들면 아이가 되어간다고 하지 않는가. 그런 그들에게 동심여행을 마음껏 시켜 드렸다.

꿈나무 아저씨 허희영 씨는 두 아이의 아빠다. 그래서일까. 그는 아빠의 마음으로, 부모의 마음으로 아이들과의 공연을 진심으로 즐긴다.
꿈나무 아저씨 허희영 씨는 두 아이의 아빠다. 그래서일까. 그는 아빠의 마음으로, 부모의 마음으로 아이들과의 공연을 진심으로 즐긴다.

-두 아이의 아빠라고 하던데 아이들도 아빠의 공연을 좋아하나

▶물론이다. 어떻게 보면 아이들이 내 첫 관객이기도 하다. 목욕을 할 때도 거품으로 동물도 만들어주고 여러 도형도 만들어 준다. 비범한 아빠이지 않나.(웃음) 내겐 그런 게 다 연습이다. 아이들의 반응에 따라 공연콘셉트도 다양하게 생각해 보곤 한다. 또 두 아이들의 아빠다 보니 내 관객들인 아이들에게도 아빠의 마음으로 다가설 수 있는 것 같다.

-지역민을 위한 행사도 하던데. 지역 예술가들과 함께 공연을 꾸린 것이 인상 깊었다.

▶최근에는 달서구 지역주민을 위해 공연을 했다. 기자님께서 인터뷰 하셨던 양철인간도 공연자로 왔었고, 어린이 공연 디제잉을 하는 dj캡틴, 계명대 태권도 시범단도 함께했다. 지역 예술인들과 함께 지역민을 위한 공연을 하니 의미있었다.

허희영 씨는 대구경북 장애 전담 어린이집을 순회하며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남구에 있는 유리 어린이집에서 공연하고 있는 허 씨의 모습.
허희영 씨는 대구경북 장애 전담 어린이집을 순회하며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남구에 있는 유리 어린이집에서 공연하고 있는 허 씨의 모습.
허희영 씨는 대구경북 장애 전담 어린이집을 순회하며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남구에 있는 유리 어린이집에서 공연하고 있는 허 씨의 모습.
허희영 씨는 대구경북 장애 전담 어린이집을 순회하며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남구에 있는 유리 어린이집에서 공연하고 있는 허 씨의 모습.

-재능기부(무료 공연)도 많이 다니신다고 들었다.

▶처음에는 한 달에 한 번은 다녀야지 생각했었는데 스케줄상 그렇게 못할 때도 많다. 하지만 여건이 되면 더 많이 봉사하고 싶은 게 내 마음이다. 대구경북 장애 전담 어린이집을 주로 다닌다. 일반 친구들은 공연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나. 공연장을 가기도 쉬울 거다. 하지만 장애아들은 일반 공연장에 가는 게 힘들 수가 있다. 휠체어라든지 혹시 모를 돌발 상황들 때문이다.

설사 공연장에 오더라도 일반 아이들에게 맞춰진 공연이다 보니 참여가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이 아이들을 찾아가자는 마음으로 장애 전담 어린이집을 공연장소로 우선 선정했던 것 같다. 내가 이곳에 가면 아이들도 눈치 안 보고 공연을 볼 수 있고, 또 이 아이들에게 맞는 난이도(쉽게 설명하거나 말을 천천히 하거나 노래를 작게 틀거나 안전장치도 조금 더 배치하거나)로 공연 내용을 설정할 수 있다.

-꿈나무 선생님에게 들어오는 공연 의뢰가 많은 걸로 아는데, 그런 돈과 시간을 포기하고 봉사를 꾸준히 하시는 게 대단한 것 같다.

▶과찬이다. 물론 재료비가 많이 들긴 한다. 노래나 마술 같은 경우는 소모되는 게 없지 않나. 하지만 비눗방울이나 풍선은 기본 재료비가 비싸고, 무료 공연을 하면 어쨌든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만 둘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아이들과 부모들이 너무 좋아하기 때문이다. 한 사례가 생각난다. 해당 공연을 할 때, 휠체어에 누워서 손도 쓰기 힘든 장애 아동이 부모님과 함께 왔었다.

아마 뇌성마비 장애가 아니었나 싶다. 부모님 표정이 참 어둡더라. 얼마나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겠는가. 그런 부모님이 내 공연을 보고 또 본인의 아이에게 손에 거품을 올려주고 풍선을 만지게 해주는 모습을 보고는 활짝 웃으시더라. 아이는 뇌성마비이다 보니 표정도 없고 웃지도 못하지만, 부모님의 웃는 표정을 보고 참 뿌듯하고 마음이 찡했다. 지쳐 있는 이들에게 희망과 즐거움을 주고 싶은 게 내가 이 직업을 선택한 이유였다. 앞으로도 다양한 공연을 통해 이러한 초심을 지켜가고 싶다.

버블 아티스트 허희영 씨의 평소 모습. 무대 위와는 다른 차분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버블 아티스트 허희영 씨의 평소 모습. 무대 위와는 다른 차분한 모습이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