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물고통 33년] 잃어버린 대구 '맑은 물 마실 권리'…물이용부담금 21년간 9천억

입력 2024-07-02 06:30:00

1991년 3월 페놀 오염사건 이후 33년…여전히 '먹는 물' 불신 그림자
물이용부담금 매년 400억 이상…창궐하는 녹조에 수질 악화 우려
맑은 물 확보는 답보 상태…지자체 고도정수처리 비용 부담
"먹는 물 생명권 직결…중앙정부가 물 불신 끊어내야"

2017년 9월 대구 달성군 매곡취수장에서 매곡정수사업소 연구원들이 대구시민들의 식수원인 낙동강 물의 수질검사를 위해 원수를 채취하고 있는 모습. 매일신문 DB
2017년 9월 대구 달성군 매곡취수장에서 매곡정수사업소 연구원들이 대구시민들의 식수원인 낙동강 물의 수질검사를 위해 원수를 채취하고 있는 모습. 매일신문 DB

대구 수돗물의 67%를 의존하는 낙동강 수계에 1991년 페놀 오염사건이 발생한 지 33년이 흘렀지만 대구시민은 여전히 '먹는 물' 불신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대구시민은 낙동강 수질 개선 명목으로 21년간 무려 8천908억원 상당의 물이용부담금을 납부해왔음에도 먹는 물 수준은 시민들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불만이 임계점에 이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최근 대구시가 부산시와 함께 맑은 물 확보를 위한 특단의 대책으로 특별법 제정을 비롯한 공동협력 방안을 두고 논의를 거듭하면서 영남 지역민의 숙원인 식수 문제가 다시 급부상하고 있다. 33년간 '잃어버린 권리'로 전락한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마실 수 있는 권리를 되찾아야 할 때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매일신문 2024년 5월 21일 1∙4면 보도)

1991년 '낙동강 페놀 오염사건'은 낙동강을 원수로 하는 대구시민들에게는 잊히지 않는 사건이다. 지금도 당일 기억이 생생하다는 신수길(80) 씨는 "집 화장실 문을 열자마자 수돗물 냄새가 코를 콱 찔렀다. 그때 맡았던 악취는 아직도 기억난다"고 회상했다. 대구 수성구에 거주했던 신 씨는 "새벽부터 양손에 물통을 들고 가창댐 인근 광덕사를 찾아갔다"며 "약수 받으려고 기다리는 시민들 줄이 30m나 돼서 한번 줄을 서면 30분 넘게 기다려야 했다"고 말했다.

이 사고로부터 2018년 '과불화화합물 사고'까지 9건 이상의 크고 작은 수질오염 사고가 반복될 때마다 '생수 대란'이 벌어졌고 중앙정부는 고개를 숙였다. 건강에 어떤 직간접적 위해를 끼칠지 모른다는 우려로 수돗물 불신과 주민 분노는 고조돼왔지만 지금까지 맑은 물 확보는 답보 상태에 있다.

특히 대구시민은 낙동강 수질 개선을 위해 매년 400억원이 넘는 물이용부담금을 납부하고 있으며, 낙동강 물을 상수원으로 사용하는 부산시민도 연 500억원 이상의 물이용부담금을 내고 있다. 2002년부터 21년간 두 도시의 시민들이 부담한 총액만 각각 8천908억원, 9천941억원에 달하지만 수질은 주민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수질에 악영향을 미치는 낙동강 녹조 문제까지 더 심각해지면서 수돗물에 대한 시민 불신이 숙지지 않고 있다. 녹조와 부유물, 역한 냄새 등을 제거하고 수돗물을 공급해야하기 때문에 깨끗한 원수를 공급받을 때보다 수질이 악화한 원수에서는 지자체의 고도정수처리 비용도 더 많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신재호 경북대 농업생명과학대 응용생명과학부 교수는 "전기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 누려야 할 기본권인 것처럼 먹는 물 문제는 주민 생명권에 직결되는 것"이라며 "지금의 방식으로는 절대 먹는 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제는 중앙정부가 나서서 33년의 먹는 물 불신 끊어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