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전 한국선거학회장)
국민의힘은 새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7월 23일에 개최한다. 이번 당 대표 선거는 기존의 당원 투표 100%가 아니라 당원 투표 80%, 일반 국민 여론조사 20% 반영 방식으로 치러진다. 또한 과반 득표가 없으면 닷새 뒤인 28일 결선투표를 진행한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나경원 의원, 원희룡 전 장관, 윤상현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친한동훈 대 비한동훈 구도'로 펼쳐지고 있다.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를 관통하는 쟁점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 '총선 참패론'에 대한 논쟁이다. 일각에선 총선 참패 책임론을 내세우며 한 전 위원장을 공격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후보는 "패배의 경험을 변화와 승리, 정권 재창출의 토양으로 삼겠다"고 했다. 보수당의 역사를 보면 선거 패배와 당 대표 출마는 연관성이 적다. 이회창 후보는 1997년 12월 대선에서 패배한 후 1998년 8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됐다.
지난 2004년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패배했지만 박근혜 대표는 그해 7월 다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홍준표 후보도 2017년 3월 대선에서 패배한 후 그해 7월 전당대회에 출마해 자유한국당 대표가 됐다. 이런 사례들은 선거 패배와 상관없이 국민과 당원이 소환하면 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
둘째, 당정 관계를 둘러싼 충돌이다. 한 후보는 당 대표 출마 선언문에서 "당정 관계를 수평적으로 재정립하고 실용적인 방향으로 쇄신하겠다"고 했다. 반면, 나 후보는 '당정 동행', 원 후보는 '당정 한 몸'을 강조하면서 한 후보가 당선되면 당정 분열로 윤석열 정부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변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것은 기존의 '수직적, 수동적 당정 관계'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수평, 동행, 한 몸'이라는 용어를 둘러싸고 상호 비방전을 펼치는 것은 하책이다. 누가 되든 새 대표는 '민심에 반응'하고 국민의 눈높이에서 대통령에게 여론을 제대로 전달하며, 국정 운영에 잘 반영되도록 하는 '건강한 긴장 관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연대설에 대한 논쟁이다. 이번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에서 '친한 대 비한 구도 속' 이뤄지는 연대는 국민의힘 내부 분열의 씨앗이 될 수 있다. 나경원 후보는 지난달 27일 "대선이 3년이나 남았는데 벌써 줄 세우는 정치로 분열을 일으키는 후보, 일부 친윤의 기획 상품처럼 등장한 후보(가 있다)"라며 "그런 후보들과 연대할 생각도 없고 가능성도 없다"고 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나경원·원희룡 연대설'에 선을 그었다. 한동훈 후보는 '나·원 연대설'에 대해 "정치공학이 당심·민심을 이기면 모두 불행해진다"고 경고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후보 간의 불화설을 고리로 '배신자 프레임'을 씌우며 다른 후보들이 한 후보를 협공하는 식의 연대라면 국민의힘의 미래는 어둡다.
넷째. 해병대원 특검을 둘러싼 갈등이다. 한 후보는 "당 대표가 되면 민주당이 낸 '해병대원 특검법' 대신 대법원장이 추천하는 '제3자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했다. "공수처 수사 종결 여부를 특검법 발의 조건으로 달지 않겠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나머지 당권 주자들은 대통령실과 본격적 '차별화'에 나선 한 전 위원장을 향해 "참으로 순진한 발상"이라면서 "당정이 파탄 난다"며 집중 공격했다.
한국갤럽 6월 4주 조사(25~27일) 결과, 63%는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 후보가 "국민의힘이 특검을 반대할 수 없다"며 "우리 국민의힘이 나서서 추진해야 한다"는 뜻을 밝힌 것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대통령실과 여당 의원 절대다수가 '선(先) 공수처 수사, 후(後) 특검'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건부 특검 제안 자체가 보수 분열의 뇌관이 될 수 있다.
국민의힘 당권 경쟁 초반 레이스는 참으로 실망스럽다. '혁신, 비전, 미래' 담론은 없고 '인신공격, 철 지난 색깔론, 계파'만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정치공학적인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이 큰 문제다.
결국 국민은 새로움보다는 피로감을 느끼면서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국민의힘은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후보들은 당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정치 개혁과 민생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담대한 미래 구상을 제시하면서 국민에게 희망을 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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