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수사 위해 몰래 촬영·녹음한 경찰…증거 인정될까?

입력 2024-06-26 18:57:08 수정 2024-06-26 19:03:28

대법원, 증거능력 유무 인정
경찰, 성매매 직원들 대화 녹음, 영장없이 촬영

재판 이미지. 매일신문 DB.
재판 이미지. 매일신문 DB.

경찰관이 성매매를 단속하기 위해 손님으로 위장해 업소를 몰래 촬영하거나 녹음하더라도 형사재판에서 적법한 증거로 쓸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지난달 30일 성매매처벌법 위반(성매매 알선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경기 고양시에서 마사지 업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2018년 5월 17일 손님으로 위장한 남성 경찰관에게 성매매를 알선했다가 적발돼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관은 성매매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A씨 및 종업원과 대화하면서 이를 몰래 녹음했고, 단속 사실을 알린 뒤에는 업소 내부의 피임용품을 촬영했다. 검찰은 이 내용을 법원에 증거로 제출했다.

쟁점은 증거능력 유무였다. 증거능력은 엄격한 증명 자료로 사용될 수 있는 법률상 자격으로, 법률에 규정돼 있다. 증거능력이 인정돼야 법정에서 증거로 쓸 수 있고, 그것이 혐의를 증명하는 실질적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증명력'도 따지게 된다.

1심은 유죄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으나, 2심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이기 대문에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진술인의 기본권을 침해해 몰래 녹음했고, 영장 없이 사진을 촬영하는 등 경찰관이 증거 수집 절차를 어겼다는 취지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 판단이 잘못됐다며 판결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녹음파일에 대해서는 "영장 없이 이뤄졌다고 해서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현행범 등 관련자들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더라도 통신비밀보호법이 금지하는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이상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사기관이 적법한 절차와 방법에 따라 범죄를 수사하면서 현재 그 범행이 행해지고 있거나 행해진 직후이고, 증거보전의 필요성 및 긴급성이 있으며,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상당한 방법으로 범행 현장에서 현행범인 등 관련자들과 수사기관의 대화를 녹음한 경우에는 몰래 녹음이 가능하다"며 기준을 제시했다.

이에 경찰관과 A씨의 대화가 공개된 장소에서 이뤄진 점, 대화 내용이 특별히 보호받아야 하는 것으로 보기도 어려운 점 등을 근거로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사진도 녹음파일과 마찬가지였다. 대법원은 "경찰관은 피고인을 현행범으로 체포했고 그 현장인 성매매업소를 수색해 체포 원인이 되는 성매매 알선 혐의사실과 관련해 촬영을 했다"며 "형사소송법에 의해 예외적으로 영장에 의하지 않은 강제처분을 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