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 "해묵은 규제 완화" vs 주민 "여전히 과해"…범어아파트지구 개편안 온도차

입력 2024-06-23 18:30:00 수정 2024-06-23 19:14:05

수성구청 20일 정비구역 변경안 주민설명회

20일 오후 대구 수성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범어아파트지구 정비구역 개발기본계획 변경안에 관한 주민설명회에서 주민들과 구청 직원이 질의응답을 나누고 있다. 구민수 기자
20일 오후 대구 수성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범어아파트지구 정비구역 개발기본계획 변경안에 관한 주민설명회에서 주민들과 구청 직원이 질의응답을 나누고 있다. 구민수 기자

대구 최고가 주거지로 꼽히는 수성구 '범어아파트지구' 정비계획 개편안을 두고 주민들과 행정기관이 뚜렷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구청은 45년 된 해묵은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라고 밝혔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과도한 규제를 받고 있다며 반발했다.

대구 수성구는 20일 오후 구청 대강당에서 범어아파트지구 정비구역 개발기본계획 변경안에 관한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수성구청 주택정비팀과 용역 업체가 간단하게 현황을 설명한 후 곧바로 질의응답으로 이어졌다.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사람은 자연녹지 지주였다. 범어아파트지구에는 동서명문빌라(1989년·75가구), 범어우방엘리시온(2005년·19가구) 주변으로 넓은 자연녹지가 자리 잡고 있다. 면적은 2만7천㎡로 전체의 10%를 차지한다. 45년 동안 공원부지로 용도가 제한되었다가 2020년 공원일몰제로 해제됐다.

해당 지주는 "공원 부지에선 해제됐지만 범어아파트지구 전체 면적의 5% 이상은 공원으로 남아야 한다는 규정 탓에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 한다"며 "포항 상생공원, 북구 구수산공원 등 장기 미집행 공원을 개발한 사례가 많이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9년 5월 마련된 범어4동 고밀 개발에 따른 교통 대책에 대한 불만도 쏟아졌다. 용역안에 따르면 가구 수 증가 비율이 10% 이하면 아파트 용지 용적률 250%를 그대로 인정받는다. 반면 가구 수가 30%를 초과할 경우 용적률은 220%로 깎인다.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법적 효력도 없는 규정 때문에 과도한 밀도 규제를 받는다"고 호소했다.

특정 빌라를 '7층 이하 친환경 어울림 주택'으로 지정한 가이드라인도 주민들의 반발을 샀다. 해당 빌라 주민은 "주변은 다 30층 이상 고층아파트로 바뀔 텐데 특정 빌라만 7층 이하로 규제한다면 향후 아주 열악한 상황에 놓인다"고 주장했다.

구청은 전체적인 가이드라인만 제시하는 것이라며 개별적인 정비계획은 단지별로 마련해야 한다고 한발 물러섰다. 수성구청 관계자는 "오랫동안 받아온 불합리한 규제를 개발이 가능하도록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며 "세부적인 내용은 주민들이 의견을 모아서 제안해야 한다. 시와 구청은 관련 규정, 주변 여건, 학교 배정, 교통 과밀 등을 감안해 종합적으로 심의한다"고 했다.

※범어아파트지구 = 대구 수성구 범어동, 황금동 일대 약 24만㎡ 주거지를 말한다. 1979년 자족 기능을 가진 독립된 주거지 조성을 목적으로 지정됐다. 45년이 지난 현재는 전국적으로 인정받는 명문 학군지로 꼽히며 대구 부동산 시장의 핵심으로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