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맹렬 한국도로공사 대구지사장
어느덧 나른한 봄철이 지나 본격적인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장마철이 다가오고 있다. 고속도로를 관리하다 보면 이맘때쯤 한 가지 걱정거리가 생기는데 다름 아닌 빗길 교통사고다.
기나긴 장마의 시작과 함께 최근에는 이상기온 등으로 국지성 폭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고속으로 주행하는 고속도로에서는 감속운전 등 안전 운행 실천이 각별히 요구된다.
도로교통공단에서 발표한 지난 5년(2018~2022년)간 여름 장마철에 발생한 빗길 교통사고 특성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전체 교통사고는 총 2만6천3건으로 515명이 사망했고, 이 중 장마철 교통사고 치사율은 100건당 2.0명으로 맑은 날(1.3명)에 비해 약 1.5배 높았다.
고속도로는 일반 도로에 비해 사고 비중은 현저히 낮았지만, 치사율은 4배 이상 높은 8.4명(100건당)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교통안전공단 실험 결과에 따르면 노면이 젖은 상태에서는 타이어의 마찰력이 감소해 제동거리가 최대 1.8배(화물차의 경우 1.6배) 늘어나는 등 교통사고의 위험이 가중된다.
특히 물이 고인 도로에서는 수막(水膜)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이러한 수막이 생기면 타이어가 접지력을 상실해 미끄러지기 때문에 고속으로 주행 시 큰 사고로 이어지기 쉽다.
따라서 빗길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규정된 안전속도를 준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도로교통법에서도 노면이 젖어있는 경우 최고 제한속도보다 20% 이상을 감속하고, 특히 폭우·안개 등으로 가시거리가 100m 이내인 경우는 제한속도의 50%까지 감속해야 한다.
운행 중 발생할 수 있는 돌발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공간을 확보해야 하며, 우천 시 대형차 주변은 물보라가 많이 생기기 때문에 최대한 피하는 것이 안전하다.
국지성 호우 등 앞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비가 갑작스럽게 내릴 경우는 휴게소나 졸음쉼터와 같은 안전한 장소에서 잠시 비를 피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한국도로공사 대구지사에서는 이러한 장마철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도로전광표지(VMS)와 가변 속도제한시스템(VSL)을 활용해 기상 상황에 따라 감속 및 안전거리 확보 홍보 문안과 제한속도를 표출해 안전운전 실천을 유도하고 있다.
이 외에도 주행 안정성을 위해 '우천 시 잘 보이는 차선'을 고속도로 전 구간에 적용하고 있다. 해당 차선은 유리알을 혼합한 도료를 사용하고 있는데, 차선에 물기가 있어도 빛이 정반사되고 내구성이 높아 운전자에게 안전한 주행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예방 노력에 앞서 훨씬 중요한 것은 운전자 스스로가 빗길 감속 등 안전 운행을 실천하는 성숙한 안전의식이 필요하다.
차량 관리에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물이 고인 도로에서의 수막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운행 전 타어어 마모 상태 등 빗길 교통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을 점검하는 것도 중요하다.
마모도가 높은 타이어는 새 타이어에 비해 제동거리가 최대 1.5배까지 늘어날 수 있어 타이어 트레드의 마모 상태를 확인하고 적정 공기압을 맞춰야 한다. 우천 시 운전자의 원활한 시야 확보를 위해 낮에도 전조등을 켜고, 와이퍼 마모 상태와 워셔액 잔여량 등을 미리 확인하여 정비할 필요가 있다.
나와 가족, 우리 모두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 장마철에는 타이어 등 차량을 미리 점검하고 빗길 운행 시 감속하는 등 안전 운행을 실천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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