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충남 물밑 작업, 전북은 관련법 발의, 정부는 미루기 급급
구체적 이전 시기·방법은 없이 지자체끼리 경쟁만 부추겨
국토부 연구용역 11월에야 끝나…“정부, 문제 매듭지어야”
22대 국회 개원을 계기로 윤석열 정부의 균형발전 국정 과제인 2차 공공기관 이전을 둘러싼 자치단체와 정치권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구체적 이전 시기와 방법에 대한 결정을 미루면서 불필요한 경쟁만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치단체 유치전 벌써 과열 양상
부산에 지역구를 둔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은 12일 우동기 대통령직속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의 조속한 추진을 요청했다. 이 의원은 또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부산 금융거점화 패키지법'을 준비 중이다. 이 법안은 금융 중심지로서 부산의 위상을 강화하고자 관련 공공기관을 부산으로 이전시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충남도는 2차 공공기관 이전과 관련해 '우선 선택권'을 달라고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세종시 건설을 이유로 1차 혁신도시 지정에서 제외된 점을 고려해 이전 기관을 먼저 선택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충청권 시도지사 4명은 윤석열 대통령과 가진 비공개 회동에서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언급, 윤 대통령으로부터 "충청권에 많이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답변을 받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권이 지나도록 이전 대상기관과 시기조차 확정하지 못했다. 심지어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천명한 윤 대통령마저 지난달 "기대한 만큼 (1차) 공공기관 이전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맞춤형 이전을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한 것이 집권 2년간 공식 발표의 전부다.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발주한 '혁신도시 성과평가 및 정책방향 연구용역'이 오는 11월에 끝난다. 이게 나와봐야 이전 로드맵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살기 좋은 지방' 대신 갈등 키우는 정부
정부가 차일피일하는 사이 지역사회에는 새로운 갈등이 터져나왔다. 인구감소지역 등 비혁신도시 지역에서도 공공기관 이전을 요구하면서 시·군 간 갈등 조짐을 보이는 것.
정부 한 관계자는 "어떤 기관을 어디로 옮길지도 고심해야 하지만, 혁신도시로 갈지 말지도 함께 고민할 문제"라면서 "혁신도시와 혁신도시가 아닌 지역 모두 2차 이전 공공기관은 자기 지역으로 이전해오기를 바라는 터라 지역 내 갈등을 최소화하는 것도 정책 입안에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달 5일 국회에서 이 문제로 전북 의원간 법안 '맞불' 대결이 펼쳐졌다.
이날 남원장수임실순창 지역구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낙후지역 우선 배려'를 명분으로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대상지를 인구감소지역으로 확대'하자는 내용의 혁신도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자 같은 당 김윤덕 의원이 '미완성인 혁신도시의 성공을 위해 2차 공공기관 이전도 혁신도시에 배치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추가 이전하는 공공기관을 기존 혁신도시 인근 원도심에 배치'하는 법안을 낸 것. 김 의원은 지역구는 전북 혁신도시가 있는 전주갑이다.
이는 비단 전북만의 상황이 아니다. 경북도 애초 김천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6개 분야 34개 공공기관을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시·군 간 이견에 논의를 잠정 중단했다.
경북의 한 기초단체 공직자는 "지난해 국토부가 '공공기관 이전 문제는 총선 이후 원점 재검토'라며 덮은 게 혼란을 가중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어떤 결정이 균형발전에 도움이 될지 판단해 속히 문제를 매듭지어야 사회 갈등 해결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우동기 위원장은 "국토부 용역 결과가 나오는 시점이 '절대적인 시간표'는 아니다. 결과가 나오기 전에 일에 속도가 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용역 결과는 앞으로 논의 과정에서 중요 참고자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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