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일정 전면 거부…야당 법안엔 재의요구 건의로 맞서기로
여당 일각 "상임위 바깥에서 정부 누가 돕나?", "전략 부재" 비판도
국민의힘은 11일 전날 거대 야당이 단독으로 본회의를 열어 상임위원장 11명을 선출한 것에 대해 '민주당의 일방적인 폭거'로 규정하고 강경 대야(對野) 투쟁을 예고했다.
민주당 주도의 상임위 구성을 거부하는 한편 매일 의원총회를 열어 대응 방향을 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와 함께 국정을 끌어가야 할 집권여당이 마냥 상임위를 보이콧할 수 없다는 당내 목소리도 나오는 등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야당 상임위 장악에 與, "결연히 강하게 맞서야"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지금 상황은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해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한 국회 운영을 하려는 것이라는 데 인식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굉장히 결연하게 강하게 맞서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인식을 같이했다"고 더했다.
국민의힘은 12일 오전 10시 의원총회를 열기로 했으며 앞으로 매일 의총을 진행해 대응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민주당의 의사 일정엔 협조할 뜻이 없음도 분명히 했다.
추 원내대표는 "일방적 폭거에 의해 선출한 상임위원장을 인정하기 어렵고 민주당에서 일방적으로 진행하거나 통보하는 의사일정에 전혀 동참하거나 협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민주당이 국민의힘 몫으로 남겨둔 7개 국회 상임위원장직과 관련해선 "추후 저희가 필요할 때 말씀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이날 의원총회에 참석한 한 초선의원은 "야당 시절이던 21대 국회 전반기 당시와 집권 여당일 때 대응은 달라야 한다는 다선 의원들 의견이 나왔다"며 거대 야당에 어떻게 대응할지 혼란스러운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돌파구 찾기 난망한 與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향해 강경 투쟁을 예고했지만 당 안팎에선 결이 다른 목소리도 표출되고 있다.
강경파는 민주당의 의회 독주에 의사일정 거부, 모든 법안에 대한 대통령 재의요구(거부권 행사) 등으로 맞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야당의 일방적 국회 움직임을 부각해 국민에 알린다면 국민 여론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복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21대 국회 전반기에도 상임위원장을 독식했지만 2021년 치러진 4·7 재보궐 선거에서 패배했던 과거 사례도 거론된다.
한 재선의원은 "민주당의 폭주가 이렇게 국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을 국민에게 호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임위에 참석해 야당에 대항하는 모습을 보일 수도 있지만 위원장도 야당이고 위원 수도 적어 발언권도 밀릴 수밖에 없다"며 강경 노선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상임위 전면 보이콧이 결국 집권여당에 부담이 될 것이란 반론도 제기된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여당은 정부가 각종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야당 협조를 얻어 입법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며 "상임위에 들어가 싸우지 않고 바깥에 앉아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은 더더욱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도부가 더 큰 그림으로 전략적으로 판단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다른 재선 의원은 "보이콧을 하다 상임위로 다시 복귀할 시점을 잡는 것도 애매하다"며 "애초 야당의 상임위 장악은 충분히 예측된 상황이었다. 이에 맞춤형으로 타개할 전략, 타협책 등이 마련됐어야 했다"고 말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행령을 통한 정책 집행 등을 거대 야당 대항 수단으로 고려할 수 있지만 언제까지 강경 노선을 유지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입법을 통하지 않으면 한계는 분명하다. 이런 구도가 장기화하면 정부의 국정 수행 동력만 상실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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