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국회의장, 중립 위반" 비판…野, 상임위 개최하며 '실력 행사' 본격화

입력 2024-06-11 17:39:12 수정 2024-06-12 06:54:29

이재명, "국회 장기간 작동 못하게 방치하는 것 옳지 않아" 강공 의지
국힘, "민주당 단독 의사일정, 참여 안 해"
우원식 의장 향해서도 與, '사퇴 촉구 결의안' 당론 발의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임위원장으로 선출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왼쪽부터 박찬대 운영위원장,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 김영호 교육위원장,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신정훈 행정안전위원장, 전재수 문화체육관광위원장, 어기구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 박주민 보건복지위원장, 안호영 환노위원장, 맹성규 국토교통위원장, 박정 예결위원장. 연합뉴스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임위원장으로 선출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왼쪽부터 박찬대 운영위원장,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 김영호 교육위원장,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신정훈 행정안전위원장, 전재수 문화체육관광위원장, 어기구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 박주민 보건복지위원장, 안호영 환노위원장, 맹성규 국토교통위원장, 박정 예결위원장. 연합뉴스
10일 국회 본회의장에 국민의힘 의원들의 자리가 비어있는 가운데 상임위원장 선출 안건이 상정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국회 본회의장에 국민의힘 의원들의 자리가 비어있는 가운데 상임위원장 선출 안건이 상정되고 있다. 연합뉴스

다수결의 힘을 앞세운 거대 야당이 11개 상임위원장을 단독 선출하는 등 입법부를 독점하려는 모습을 보이면서 제22대 국회가 초반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중재 역할을 해야 할 국회의장마저 야당에 동조하면서 여당으로부터 사퇴를 촉구받는 등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거대 야당의 강공 드라이브에 뚜렷한 대응책 없이 속수무책으로 끌려다니며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다.

국회가 그간의 관례를 상호 간 협상,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쌓아왔던 만큼 여야가 강 대 강 대치만 벌일 게 아니라 서로 한 발짝씩 물러나 타협의 묘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적잖다.

◆'실력 행사' 거대 야당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운영위원장 등 11개 상임위 위원장을 독점한 민주당은 11일 곧바로 상임위를 가동하며 실력 행사에 나섰다. 민주당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해 민주당이 재발의한 '채 상병 특검법'과 '방송 3법'을 다루는 상임위부터 신속히 열 방침이다.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 등 방송 3법과 관련해 민주당은 이날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열고 김현 의원을 야당 간사로 선출했다.

각종 특검법을 다룰 법사위는 12일 전체회의를 열 예정이다. 전날 선출된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페이스북에 "곧 법사위 첫 회의를 소집할 예정이니 국민의힘 법사위원님들은 착오 없으시길 바란다. 법사위 열차는 항상 정시에 출발한다"고 적었다.

민주당은 남은 상임위 7곳의 위원장 선출을 두고 국민의힘을 거듭 압박하고 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나머지 단추도 마저 끼워야 22대 국회가 본 모습을 갖춘다"며 우원식 국회의장을 향해 "7개 상임위도 신속히 구성을 마칠 수 있게 이른 시일 내 본회의를 열어달라"고 요청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응하지 않으면 나머지 상임위 위원장도 단독으로 선출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오는 13일을 상임위 구성 완료 시한으로 설정도 해뒀다.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원내대책회의 후 '7개 상임위 위원장 후보를 선임했나'라는 질문에 "선정된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민주당은 향후 의사 일정도 구상해두고 있다. 13일 본회의에서 상임위원장 선출을 모두 마치면 24일부터 이틀간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26~28일 대정부질문을 하겠다는 복안이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민생 현장이 참으로 어렵다"며 "원 구성 합의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회 기능을 장기간 작동하지 못하도록 방치하는 것은 국민 눈높이에서 옳지 않다"며 의지를 다졌다.

이와 관련,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향후 예상되는 민주당 단독의 의사일정 예고는 국회의장의 폭거와 위헌적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결과물로 국민의힘은 이에 참여할 수 없다"고 밝혔다.

◆與, "우원식 의장 사퇴"

거대 야당의 22대 국회 초반 독주와 관련해 국민의힘은 우원식 의장을 향한 거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우 의장이 의장으로서 중립 의무를 지키지 않고 편파적으로 국회를 끌어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우원식 의장 사퇴 촉구 결의안'을 108명 의원 전원 명의의 당론으로 국회에 제출했다.

국민의힘은 결의안에서 "우 의장은 전날 본회의에서 편파적 의사 진행과 의사 일정 작성으로 중립 의무를 어겼고 강제적으로 국회의원 상임위를 배정하는 등 일반 국회의원의 표결심의권을 심대하게 침해하는 등 중대 위법한 권한 남용으로 국회법 및 헌법으로 보장된 의회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 의장이 헌정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반민주주의적, 반의회주의적 행태와 중립의무 위반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국회법 제10조에서 정한 국회를 대표하는 국회의장으로서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전날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회의 개의가 임박하자 우 의장 집무실 앞으로 몰려가 의장직 사퇴를 요구하는 연좌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우 의장을 향해 "민주당 대변인처럼 일관되게 편을 들고 있다"며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