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톈안먼 시위 35주년 집회 차단…서방 국가 "인권침해 책임 묻겠다"

입력 2024-06-05 16:01:17

베이징 톈안먼 광장, 홍콩 빅토리아파크 등 봉쇄 시민 진입 막아
과거 톈안먼 추모집회장소 거닌 홍콩 서방외교관들…中에 '저항'

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주재 중국대사관 앞에서 열린 톈안먼 사태 35주년 기념 행사에서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쓴 남성이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중국 당국은 톈안먼 사태 관련 행사를 엄금했지만 해외 곳곳에서는 추모 행사가 잇따랐다. 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주재 중국대사관 앞에서 열린 톈안먼 사태 35주년 기념 행사에서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쓴 남성이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중국 당국은 톈안먼 사태 관련 행사를 엄금했지만 해외 곳곳에서는 추모 행사가 잇따랐다. 연합뉴스

중국 톈안먼 민주화 시위 35주년인 지난 4일 중국 정부의 통제로 추모 집회가 열리지 못했다. 중국 정부는 이날 중국 톈안먼 광장, 홍콩 빅토리아파크 등을 봉쇄하고 시민 진입을 차단했다. 미국,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은 민주화 운동을 짓밟은 중국을 비판하고 인권침해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톈안먼 광장 전면 봉쇄 집회 차단

중국은 이날 톈안먼 광장을 전면 봉쇄했다. 경찰 수백명을 배치해 시민 진입을 차단했다. 아울러 톈안먼 광장으로 이어지는 장안가의 도로는 전날 저녁부터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의 입장이 막혔다.

또한 중국은 집회를 막기 위해 메신저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과 QQ, 웨이보(微博·중국판 엑스), 더우인(抖音·틱톡의 중국 버전) 등 소셜미디어 프로필의 사진 변경까지 금지했다.

중국은 1989년 톈안먼 시위를 '정치 풍파(風波·분쟁이나 소란)'로 규정하며 추모는 물론 언급 자체를 사실상 막고 있다.

톈안먼 시위 희생자 유가족 모임인 '톈안먼 어머니회'는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35년이 흘렀고 당국은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것은 그 비극적 사건이 1989년 학생 운동에 의해 야기됐다고 쓴 '중국 공산당의 축약사'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홍콩에서도 홍콩판 국가보안법이 시행된 후 첫 톈안먼 시위 기념일을 맞아 경찰 감시를 더욱 강화했다. 전날 밤 홍콩 번화가 코즈웨이베이에서 행위 예술가 산무 천이 허공에 대고 손가락으로 '8964'를 한자로 쓰자마자 연행하기도 했다.

4일, 대만 타이페이에서 1989년 6월 4일 중국 베이징의 톈안먼 광장에서 민주주의 시위대에 대한 탄압 35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한 시민이 촛불을 들고 추모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4일, 대만 타이페이에서 1989년 6월 4일 중국 베이징의 톈안먼 광장에서 민주주의 시위대에 대한 탄압 35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한 시민이 촛불을 들고 추모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홍콩 서방외교관들, 中에 '저항'

홍콩 주재 서방 외교관들은 중국의 추모 봉쇄에 대해 보란듯 맞섰다. 5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홍콩프리프레스(HKFP)에 따르면 톈안먼 민주화 시위 35주년 기념일인 전날 저녁 최소 5명의 홍콩 주재 서방 외교관들이 30여년간 톈안먼 시위 희생자 추모 촛불 집회가 열렸던 빅토리아파크를 찾아 거닐었다.

빅토리아파크에서는 톈안먼 시위 이듬해인 1990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6월 4일 저녁에 수만명이 참여하는 촛불 집회가 열렸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홍콩국가보안법을 제정한 후 홍콩 당국은 해당 행사를 불허했고 행사 관계자들을 잡아들였다.

이런 가운데 홍콩 주재 유럽연합(EU) 사무소 부대표, 독일과 네덜란드 총영사가 함께 과거 촛불 집회가 열렸던 시간인 오후 7시 30분쯤 빅토리아파크를 거닐었고 경찰은 곧바로 이들을 에워쌌다.

이들과 별도로 이날 밤 홍콩 주재 프랑스와 벨기에 총영사관 외교관도 함께 현장을 찾아 거닐었고, 일본 총영사는 자신이 빅토리아파크를 거닐고 있는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4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톈안먼 광장 시위의 35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로이터 연합뉴스
4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톈안먼 광장 시위의 35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로이터 연합뉴스

◆中 주재 獨·英대사관 "기억한다"

독일과 영국 등 중국 주재 대사관들도 톈안먼(天安門) 사건 35주년을 맞아 희생자 추모 메시지를 잇따라 내놨다.

5일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를 보면 파트리치아 플로어 주(駐)중국 독일대사는 전날 깜깜한 독일대사관 건물 창문을 통해 촛불 이미지 세 개를 바깥으로 표출한 영상을 자신의 공식 계정에 게시했다. 플로어 대사는 "지난 밤, 우리는 우리 대사관 창문에 촛불 몇 개를 불붙였다"고 썼다. 이 게시물은 이날까지 63만회 넘게 조회됐고, 1천400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았다. 플로어 대사가 엑스에 영상을 올린 뒤 '중국판 엑스'인 웨이보(微博)에도 같은 영상이 여럿 공유됐지만 얼마 안 가 삭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주중 영국대사관은 전날 엑스 공식 계정에 "35년 전 톈안먼광장 내부와 주변의 평화 시위가 비극으로 끝났다"며 "몇몇 사람은 그 사건들을 역사와 기억에서 지우려고 노력 중이다. 오늘 우리는 기억한다"는 게시물을 올렸다. 영국대사관은 1989년 6월 4일 자 중국 인민일보 1면이 기사 본문부터 신문 제호까지 차례로 사라지는 영상도 함께 게시했다.

35년 전 중국 톈안먼 시위 학생 지도자 중 한 명이었던 저우펑쒀가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의회에서 열린 톈안먼 민주화 시위 35주년 청문회에서 당시의 피가 묻은 수건을 들고 증언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톈안먼 사태 관련 행사를 엄금했지만 해외 곳곳에서는 추모 행사가 잇따랐다. 연합뉴스
35년 전 중국 톈안먼 시위 학생 지도자 중 한 명이었던 저우펑쒀가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의회에서 열린 톈안먼 민주화 시위 35주년 청문회에서 당시의 피가 묻은 수건을 들고 증언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톈안먼 사태 관련 행사를 엄금했지만 해외 곳곳에서는 추모 행사가 잇따랐다. 연합뉴스

◆美 "中 인권침해 책임 물을 것"

미국은 중국 톈안먼 민주화 시위 35주년인 4일(현지시간) "우리는 중국 안팎의 인권 침해와 관련해 중국에 책임을 묻는 것을 촉구하기 위해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고 국제 사회와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톈안먼 광장 학살의 35주년인 오늘 우리는 자유와 인권, 부패 척결을 위해 일어섰다가 잔인하게 공격당한 수만 명의 평화로운 친(親)민주 중국 시위대를 기억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리는 신장, 티베트, 홍콩을 비롯해 중국 전역에서 현재 침묵 당하고 있는 많은 목소리도 기린다"면서 "우리는 중국이 세계인권선언에 명시된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인정하고 존중할 것을 촉구하는 용감한 톈안먼 시위대의 요구를 되풀이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중국이 자의적이고 부당하게 구금한 사람들을 무조건 석방하는 것을 포함해 올해 보편적 인권정례검토(UPR)에서 제기된 많은 권고 사항을 수용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전날 유럽연합(EU)도 성명을 냈다. EU 외교부 격인 대외관계청(EEAS) 대변인은 "피해자 가족들과 연대하며 중국 당국이 이러한 사건을 인정하고 책임 규명을 위한 구체적 조처를 할 것을 촉구한다"며 "1989년 사건이나 관련 기념 활동으로 구금된 이들에 대한 법적 보호 및 적법 절차 권리가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