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당시 기획재정부가 국민 불안을 이유로 국가채무비율 장기 전망치를 의도적으로 축소·왜곡했다는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핵심은 홍남기 전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당초 세 자릿수에서 두 자릿수로 낮추도록 구체적인 방법까지 지시했고, 나주범 당시 재정혁신국장(현 교육부 차관보)은 실무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 차례 이의 제기도 없이 그대로 따랐다는 것이다.
5년마다 실시하는 장기 재정 전망은 올바른 나라 살림의 척도다. 객관성·투명성 확보가 핵심이며, 정권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도록 막는 게 원칙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기재부는 지난 2020년 7월 2060년 국가채무비율 전망치가 153.0% 또는 129.6%라고 보고했다. 이에 대해 홍 전 부총리는 "129%의 국가채무비율은 국민이 불안해한다"면서 구체적인 방법까지 알려주면서 두 자릿수로 낮추라고 지시했다.
정부가 쓰는 돈, 즉 총지출은 '의무지출'과 '재량지출'로 나뉘는데, 정책적 판단이 필요한 재량지출 전망이 변수다. 원래 재량지출만 경상성장률(성장률+물가)에 연동해 늘어난다는 전제에 따랐는데, 총지출까지 연동토록 바꾸라고 지시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채무 비율이 크게 떨어진다는 게 감사원 판단이다. 게다가 저출산·고령화로 의무지출은 늘 수밖에 없는데, 총지출을 경상성장률에 묶어 버리면 국방비·SOC 투자 등 재량지출 확대 여력은 사라지게 된다. 즉 국가의 재정 기능이 불가능해진다.
당시 정부는 기본 전제까지 바꾼 국가채무비율 전망치를 81.1%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에 감사원이 조세재정연구원과 원래 기준에 따라 정상적으로 산출한 결과치는 148.2%다. 이번 발표로 현 정부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감사원 지적을 반영하면 국가채무비율이 치솟기 때문이다. 건전재정을 강조하며 재량지출을 최대한 억제하는 정부로선 난감한 상황이다. 돈을 쏟아부어도 국가채무에 지장이 없다고 큰소리치던 결과가 이렇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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