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준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지난 6월 3일 자 매일신문에 "마약 밀수 이어 성추행 신고 접수-한국가스공사, 보름에 한 번꼴 징계"라는 기사가 실렸다. 최근 5년여 동안 한국가스공사 직원들이 받은 징계 건수가 130건에 달해 보름에 한 번 정도 징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발생한 비위 사건 중에서 고발까지 이어진 사건은 성실의무 및 임직원 행동강령 위반, 청렴의무 위반 등 4건(파면 2건, 해임 2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공기업과 관련된 사건들은 어제오늘 할 것 없이 비일비재하다. 지난 2021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3기 신도시 등 공사 사업계획에 포함된 지역에 집단으로 부동산 투기를 한 정황이 포착돼 일부 직원들이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온 나라를 시끄럽게 했다. 이 사건으로 부동산 불법 투기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고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 등의 관련 법도 제·개정됐다.
물론, 이 같은 사건들을 단순히 공기업 직원 개인 혹은 특정 집단의 문제로 치부할 수도 있다. 어느 조직이나 집단이든 법에 어긋나는 비위(非違)와 이치와 도리에 벗어나는 비리(非理)가 발생할 수 있다. 게다가 개인적으로는 공기업 종사자에게 민간기업의 종사자나 보통 사람들보다 더 엄격한 도덕적·윤리적 잣대를 대고 싶지 않다.
정치인이나 공무원이라면 모를까! 하지만 법을 어긴 경우 너나 할 것 없이 차별 없이 공평하게 처벌받는 게 마땅하다. 다만, 보도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발생한 전체 비위 사건 중에 실제로 고발까지 간 사건이 고작 4건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누가 봐도 이는 한국가스공사의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우리나라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는 공공기관을 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한다. 그중에 공기업은 공익을 위해 유지가 필요한 업종을 대상으로 중앙 또는 지방정부가 출자해 설립했거나 많은 지분이 정부에 속해 있는 기업을 말한다. 그러니까 정부기업, 즉 정부가 소유한 독점기업이다.
독점이란 특정 시장에 공급자가 하나만 존재하는 경우이다. 시장에서 독점이 발생하는 원인은 세 가지 정도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시장 규모가 작아서 사업자가 하나면 충분하거나 고정비용이 크고 규모의 경제가 발생하는 '자연독점'이다. 작은 마을에 가게가 하나이거나 고정비용이 막대한 사회기반시설(SOC)이 여기에 속한다.
다음은 시장에서 공급자들 간의 경쟁을 통해 수요자의 선택을 받아 마지막 하나의 기업이 남는 경우다. 한때 애플사나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정부가 특정 개인이나 기업에 법적으로 독점권을 보장하는 경우이다. 정부가 어떤 재화의 판매를 독점하는 전매(專賣), 특정 직군의 면허 등이 대표적이다.
앞의 두 유형은 시간이 지나면서 시장의 규모가 커지기도 하고 독점이윤을 얻으려는 경쟁자들의 시장 진입으로 장기적으로는 독점이 사라지는 경향이 있다. 반면, 세 번째 유형은 정부가 시장에서 인위적으로 진입장벽을 만들어 특정 개인과 기업에만 사업 활동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주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다른 기업의 경쟁으로부터 '열외'로 취급받는 것이다.
공기업은 마지막 독점 유형의 전형이다. 그래서 의도치 않게 부작용을 초래한다. 우선, 공기업은 독점기업과 달리 기술개발이나 혁신에 대한 유인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시장에서 독점기업은 영원히 살아남기 어렵다. 늘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나기 마련이고, 그 때문에 신기술, 신제품, 신공정 개발에 대한 노력을 게을리할 수 없다. 하지만 공기업은 정부가 법적으로 독점권을 부여했기 때문에 법을 바꾸지 않는 한 계속 생존할 수 있다. 다른 경쟁이 없기 때문에 경쟁력을 키울 수 없는 것이다.
또 공기업은 경쟁에서 자유롭고 직장이 안정적으로 보장되기 때문에 '신의 직장'이다. 신의 직장은 신(神)들이 다니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터치'가 적다. 그리고 웬만하면 건너 건너 서로 완전히 모르는 사이도 아니다.
다시 생각해 보니 기사 내용이 크게 놀랄 만한 일도 아닌 것 같다. 결국 최종적인 해답은 공기업으로서 수명이 다한 산업 분야부터 하나씩 개혁하는 것이다. 공기업 선진화를 위한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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